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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브랜드 변신 ②] LG, 그 심벌 그대로 ‘찐팬’ 늘려…시총 1.6배 증가 ‘기염’

선택과 집중으로 신뢰도↑, 초프리미엄 이미지 구축…CES2021에서 가장 주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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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6호 윤지원⁄ 2021.03.19 09:26:10

폴란드 바르샤바 시내 '옥스포드 타워' 42층에 설치된 LG그룹 옥외광고. (사진 = LG)

기아, BMW, 버거킹 등등 유구한 전통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최근 로고, CI 등을 교체하며 미래 지향적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반면 수십 년 지켜온 심벌마크를 손대지 않고도 전통적인 이미지를 벗고 미래 산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한 브랜드도 있다.

LG그룹은 40대 젊은 총수 구광모 대표 체제에서 군살을 빼고 주요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꾸준히 펼친 결과 지난해 재계 서열을 1단계 끌어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CES 2021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미래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 LG그룹의 현재 심볼 마크는 여전히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로, 1995년부터 27년째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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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초프리미엄 생활가전 라인업 LG시그니처 제품 이미지. (사진 = LG전자)


LG, 초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집중

LG그룹은 최근 3년간 그룹 회장인 구광모 ㈜LG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전자와 화학, 통신 서비스 등에 역량과 자원을 주로 투입해 왔다. 특히 배터리, 전장, OLED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신성장 동력을 더욱 공격적으로 육성해왔다.

LG전자는 32년간 영위해 온 휴대폰 사업에 대해서도 과감히 철수 결정을 내린 한편, 세계 3위 규모의 전장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세워 자율주행·e모빌리티 시대 전장부품 시장을 폭넓게 공략하고, 생활가전(H&E) 부문에서는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OLED TV, 스타일러, 세탁건조기 등 ‘新가전’ 부문의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또 최근 그룹 내에서 가장 효자 노릇을 하는 배터리 부문을 LG화학으로부터 떼어내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시켜 집중 육성하게 했다.

이처럼 과거보다 공격적으로 펼쳐진 구 대표의 선택과 집중 경영은 LG 브랜드에 신뢰도를 더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최고급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의 신뢰도는 제품의 독보적인 성능, 즉 LG전자의 모터 기술, 공기 압축 기술, 스팀 기술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심 기술력을 기반으로 쌓아 왔고, ‘초프리미엄 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이러한 초프리미엄 이미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더욱 돋보인다. 지난해 9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 시장에서 LG전자 가전은 일본 브랜드에 비해 고급 가전제품으로 인식돼 있다"며 "고급 브랜드 전략이 미국과 유럽에서 만개하면서 가전 부분의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고 보도했다.
 

CES 2021에서 소개한 LG 시그니처 브랜드 라인업 이미지. (사진 = LG전자)
왕가위 감독의 2004년 영화 '2046'에서 그린 2046년의 미래 도시의 야경에 빛나는 LG그룹 심벌. (사진 = 영화 장면 캡처)


‘프리미엄 수요’ 집중 공략

해당 보도에 따르면 LG전자는 2016년 출범한 시그니처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판로를 넓히기보다 거꾸로 제한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LG전자는 제품을 할인가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양판점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을 지양했다. 대신 미국의 블루밍데일즈, 영국의 루이스와 같은 고급 백화점을 공략했고, 시그니처 브랜드 특설매장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수요에 더욱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LG는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구축됐고, 시그니처 냉장고, 세탁기 등은 대당 수백만 원을 훌쩍 넘는 등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게 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이러한 고급화 전략은 수익성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만 매출 22조 2691억 원, 영업이익 2조 3526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라이벌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의 월풀보다도 높은 글로벌 1위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에서는 라이벌 기업들을 더욱 크게 따돌리고 있다. 예컨대 지난 2019년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9.3%로 삼성전자(5.8%), 미국 월풀(5.5%), 중국 하이얼(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 지난해 2분기에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최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구광모 (주)LG 대표가 올해 신년사 영상에서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 LG전자)


“고객을 팬으로” 브랜드 충성 고객 만들기

또 구광모 대표는 취임 이후 고객 가치 중심의 경영을 강조한다. 취임 직후인 2019년부터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올해는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 집요한 마음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고객 중심주의는 언뜻 추상적인 구호 같지만, 이러한 총수의 주문은 계열사 경영 기조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그룹이 혁신을 추구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예컨대 LG전자 권봉석 대표이사는 올해 1월 시무식을 대신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존에 없던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표준화·공용화·모듈화에 중점을 둔 제조업 관점에서 벗어나 세분화 전략을 토대로 고객 관점의 상품·서비스를 과감하게 개발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기존에 없던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X+α를 통해 수퍼 X를 만드는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어 X+α를 통해 Y를 만드는 ‘파괴적인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 황현식 대표이사 역시 동영상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위해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생각해, 통신사업의 본질인 고객 가치 개선에 집중하고, 고객이 주변에 우리의 서비스를 알리는 ‘찐팬’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교하게 세분화해 분석하고, 타깃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업에서는 질적 성장 체계를 탄탄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컨슈머사업에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구독형서비스 등 연관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기업사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확보해 사업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LG의 새로운 그래픽 모티프가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된 모습. (사진 = LG)


고객 세밀한 이해 위해 소통 강화

이를 위해 LG그룹은 고객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단지 소통 빈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 중심으로 소통의 질적 향상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먼저 LG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LG 브랜드를 역동적으로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인 그래픽 모티프를 개발해 지난 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래픽 모티프란 로고 외에도 기업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컬러나 도형, 패턴만으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이미지를 강화하는 시각적 요소이다.

LG의 새 그래픽 모티프는 기존 LG 심볼의 ‘L’과 ‘G’를 각각 화면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에 배치하고, 메시지와 연계하여 따옴표나 괄호의 역할을 하게 하는 동시에, 심볼과의 조형적 유사성을 통해 LG가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래픽 모티프는 모바일, PC, 태블릿 등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되어 모션 등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L’과 ‘G’가 제품이나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진동과 점멸효과 등을 표현할 수도 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스킨십이 가장 빈번하고도 밀접하게 일어나는 이동통신 업체로서, 고객을 중심에 둔 ‘찐팬’ 전략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3층 서점에서 디지털 매체가 아닌 아날로그 종이책을 읽고 있는 MZ세대 고객들. (사진 = LG유플러스)


체험형 소통, 언어 순화 등 ‘찐팬’ 확보 노력

LG유플러스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역 인근 번화가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은 기존의 브랜드 플래그십매장처럼 LG유플러스의 제품 및 서비스를 직접 강요하듯 광고하지 않는다. 대신 MZ 세대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다양한 브랜드를 엄선하여 입점시키고, 고객이 그들의 상품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과정에 LG유플러스의 앱, 포인트 적립 등의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고객이 체험을 통해 MZ 세대의 트랜드와 LG유플러스를 동일시하게 한다.

MZ세대는 소비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5G, AI(인공지능) 등등 최첨단 ICT(정보통신)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할 ‘미래 소비자’로 여겨지며,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이들의 관심사와 니즈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서핑 모티브의 카페,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인물사진 전문 사진관 등등 ‘일상비일상의틈’의 입점 브랜드 구성에서 보듯 MZ세대가 추구하고 향유하는 트렌드는 단순히 미래와 기술의 가치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 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상과 실재, 일상과 비일상 등등 여러 상반된 가치들의 융합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이루어지는 고객 체험과 다양한 소통에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에 반영해 나간다. 지난 2월 16일부터는 복잡하고 어려운 통신 관련 전문용어를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순화하는 ‘고객 언어 혁신’ 활동을 전사적 캠페인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 박수 고객가치혁신담당(상무)은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을 내재화할 것”이라며 “개선된 언어를 통해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를 높여 찐팬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의 CES 2021 키노트 영상 마지막 장면에서 깜짝 소개된 LG의 롤러블 스마트폰. (사진 = LG)


“LG가 미래다” CES에서의 존재감

글로벌 산업 및 기술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가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이하 CES)이다. 올해 CES 2021은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최초로 온라인 전용으로 개최됐다.

예년에 비하면 참가 기업은 물론 전시 및 세미나가 많이 줄었지만, 이번에도 CES는 기술 발전이 미래를 얼마나 가까이 끌어당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역할에는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CES 2021을 결산하면서 나온 여러 가지 평가 가운데, 올해 CES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의 몫이 컸으며, 그중에서도 LG전자의 막대한 글로벌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난 CES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CES 2021 폐막 즈음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이번 CES 2021에 참여한 모든 기업들의 키노트 스피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이 보인다”고 말하고는 그 예로 GM, 마그나 등 글로벌 대기업의 신사업 계획에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와 LG전자 전장부품 기술이 큰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LG전자의 글로벌 영향력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 1위다.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부문(VS부문) 매출은 스마트폰보다 커졌다. 전기자동차의 성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모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자율주행 카메라 분야도 선두권이다. 또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으로 향후 그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래 승용차 실내공간 콘셉트인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 장착된 LG전자의 서랍식 슈즈케어기. (사진 = 현대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승...시총, 현대차그룹 넘었다

CES 2021의 혁신상도 삼성전자와 함께 LG전자가 가장 많이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44개, LG전자는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24개 혁신상을 수상했다.

특히 LG 올레드(OLED) TV는 최초 출시한 2013년부터 9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올해에도 ▲게이밍 ▲영상디스플레이 ▲지속가능성·에코디자인·스마트에너지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5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미래 디스플레이의 대명사와 같은 위상을 재입증했다.

이러한 노력과 변화는 그룹 시가총액 상승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LG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년 사이 1.6배 이상 올랐다. 삼성, 현대차, SK 등 재계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순위도 바뀌었다.

한국거래소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LG그룹의 시총은 145조 9720억 원에 달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120조 2000억 원보다도 25조 5000억 원 이상 많았다. 2019년 말의 그룹 시총이 87조 8430억 원이었으니 시총 상승률이 66% 이상이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이 위치한 폴란드는 현재 유럽 배터리 생산의 허브이자 유럽 e모빌리티 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LG의 공장 준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투자가 이어진 결과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한 고층 건물 꼭대기에 올해 1월부터 LG그룹의 옥외 광고가 시작됐다. 이 옥외 광고에는 27년 된 LG심볼과 함께 “Future is here”(여기가 미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LG가 폴란드의 미래를 앞당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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