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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 유통가 ③] 신세계, 비대면 시대에 ‘격하게 만나는’ 스포테인먼트 강화 뜻은?

정용진 부회장, 야구단 인수부터 테마파크까지 파격 행보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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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7호 옥송이⁄ 2021.04.01 09:32:33

‘유통과 부동산의 분리’.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달라진 유통산업을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대관절 유통이 부동산과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목 좋은 곳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로드숍 등이 즐비했던 것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대신 상권은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 체계는 물론 인력, 매장 구성 등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번 시리즈는 시장의 변화와 유통사들의 각기 다른 대응책을 살핀다. 3편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하며, 비대면 흐름 속 ‘대면’ 사업을 그려나가는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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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번호 99번 단 YJ … 신세계 표 야구단 정식 공개

3인칭을 스스로 쓴다면? 귀여움을 유발하거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서일 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후자에 가깝다. SNS에서 자신을 ‘YJ(이니셜)’로 지칭하며 대중과의 친근감을 높인다.

지난 30일에는 짧은 영상 두 건을 올리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영상은 컴투스의 인기 모바일 야구게임으로, 야구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삼진을 잡으면 카메라가 관중석으로 클로즈업된다. 이때 캐릭터로 분한 정 부회장의 모습이 포착되는 식이다. 대기업 총수가 야구게임에 등장한 모습도 생경하지만, 스스로 ‘카메라에 잡힘-’ ‘I’m watching you from everywhere’ 등의 멘트를 붙여 SNS 친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NS로 소통하는 총수 가운데 한 명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새로운 '구단주'로서 야구 사랑을 내비쳤다. 사진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NS 갈무리  


영상에서 깜짝 등장하는 건 정 부회장만이 아니다. 오는 4월 KBO에 정식 진출하는 신세계의 야구단 ‘SSG LANDERS’와 구단이 된 신세계 로고가 얼핏 등장한다. 삼진을 잡거나 홈런을 치는 캐릭터 역시 쓱 랜더스의 상징 색상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다. 앞서 27일에는 SNS에 직접 99번이 적힌 빨간 유니폼을 입은 뒷모습을 게재하기도 했다. 특유의 소통능력을 활용한 정 부회장의 특급 외조인 셈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신세계 야구단은 30일 오후 전격 공개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SSG랜더스 창단식을 열었다. 정 부회장은 “‘한계 없는 놀라운 랜더스(노 리미츠, 어메이징 랜더스)’란 캐치프레이즈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확신이 든다. 올해 144경기(정규 시즌 경기 숫자) 이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창단식에서는 용맹한 개로 알려진 카네코르소를 모티브로 한 구단 마스코트 ‘랜디(LANDY)’가 소개됐고, 앞서 정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선공개해 관심을 모았던 유니폼도 정식 발표됐다. 이날 유니폼 모델로 나선 추신수는 “SSG 랜더스가 정말 인천에 상륙한 것 같다.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유니폼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3월 30일 진행된 SSG랜더스 창단식. 사진 = 신세계그룹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추신수는 올해 2월 연봉 27억 원으로 신세계 입단을 확정 지었다. 신생 구단인 신세계의 흥행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처럼 신세계에서 파격적으로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전폭적인 구단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는 유통기업으로서 큰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본업 더 잘하기 위해 야구 키운다

30일 오전 12시 반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정 부회장은 1시간 넘게 야구팬들과 대화했다. 그는 올해 목표를 “무조건 우승”이라며 유통 라이벌 롯데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을 가진 롯데를 보며 부러워했다”며 “그러나 본업(유통)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롯데를 보면서 야구단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겠지만, 마케팅에서만큼은 반드시 이길 자신 있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야구에 열정적이면 본업(유통)과 연결시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거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3월 30일 진행된 SSG랜더스 창단식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 신세계그룹 


‘야구 마케팅’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야구단과 먹거리·놀 거리를 연결해 스포츠와 유통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야심이다. 정 부회장은 “야구장에 오시는 관중은 기업의 고객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야구를 보면서 우리 기업을 한 번 더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 이름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중들이 야구장에 들어오면 식사 콘텐츠 수백, 수천 개를 즐길 수 있고 야구장 내·외야뿐 아니라 바 등에서도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야구가 끝난 후에도 많은 고객이 쇼핑과 레저를 즐기도록 해 8~9시간 정도 고객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가 운영 중인 스타벅스 커피와 관련해서는 “구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별도 개발 중”이라며 “3루 몇 열, 몇 번이라고 주문하면 10분 만에 배달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스포츠와 유통 연결 … 이커머스까지 노린다

신세계의 야구 마케팅은 자칫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 속 ‘나 홀로 대면 마케팅’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할 묘수가 될 전망이다. 야구 구장을 통해 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치는 동시에, 야구 팬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고 SSG닷컴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SSG닷컴은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온라인 쇼핑에서는 선두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가 촉발한 비대면 가속화로 인해 신선식품에서는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무장한 쿠팡이, 온라인 쇼핑은 네이버가 강자로 떠오르면서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야구단 이름에 ‘SSG’를 붙인 것은 SSG닷컴을 홍보하고 온라인 쇼핑 비중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분석된다.
 

SSG랜더스 엠블럼. 사진 = 신세계그룹 


신세계 관계자는 “야구팬과 신세계그룹의 고객을 접목하면 다양한 ‘고객 경험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야구팬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게임,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등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다. 즉 야구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잘 진행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는 두터운 야구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이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SSG닷컴을 필두로 온·오프의 통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야구팬과 고객의 경계 없는 소통과 경험의 공유가 이뤄지면 상호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디즈니랜드 꿈꾸는 신세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구상은 또 있다. 스포츠에 이은 ‘테마파크’ 사업으로, 역시 스포테인먼트 범주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달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마무리했다. 화성 테마파크는 당초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업이 추진될 계획이었으나, 지난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사업이 무산됐다. 그러나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꿈꾸는 신세계그룹의 프로젝트 진행으로 테마파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화성테마파크사업을 결정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사진 = 이재명 경기도지사 SNS 갈무리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 전문을 공개하면서 “번번이 무산되거나 미뤄졌던 화성국제테마파크가 신세계 측의 투자 결정으로 비로소 도민의 희망고문을 끝낼 수 있게 됐다”며 “11만 명의 고용 효과가 예상되고, 경기 서부권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신세계의 화성국제테마파크 취득금액은 약 8669억 2300만 원으로, 공급면적은 322만㎡에 달한다. 2026년 1차 개장, 2031년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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