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1.04.23 15:24:53
‘12주 연속 1위’, ‘20주 연속 톱5’.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의 성적이 아니다.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K팝 막내 걸그룹이 일군 성적이다.
걸그룹 ‘woo!ah!’(이하 ‘우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활동 제약 속에서도 해외에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이어가며 향후 한류를 책임질 차세대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집 싱글 ‘Qurious’의 타이틀 곡 ‘Bad Girls’의 뮤직비디오가 베트남 현지 차트에서 20주간 톱5에 든 것.
‘Bad Girls’는 베트남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NCT(Nhac Cua Tui)가 집계하는 ‘K팝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지난 4월 11일까지, 무려 20주간 톱5 순위를 유지했다.
평균 17.9세, 막내가 해냈다
차트 첫 등장부터 1위로 시작한 ‘Bad Girls’는 무려 12주 연속 1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이어갔고, 지난 4월 5일~4월 11일자 주간 차트까지 1위 14회, 2위 4회, 4위 1회, 5위 1회를 차지했다.
지난 1년 사이 이 차트에서 우아!에 필적할 만한 기록을 만든 사례는 현재 세계 최고 인기의 K팝 걸그룹, 블랙핑크뿐이다. 블랙핑크는 ‘How You Like That’으로 지난해 6월 22일~28일자 주간 차트부터 14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Lovesick Girls’가 바통을 이어받음으로써 총 1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차트와 그래미 어워즈를 오가며 활약한 방탄소년단도 이 차트에서는 막내들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또 다른 선배 아티스트 중에서는 레드벨벳이 ‘싸이코’ 뮤직비디오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 우아! 다음으로 좋았던 성적이다. 그밖에는 웨이비(WayV),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트와이스 등이 최근 1년 사이 이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선배 아티스트 그룹은 이미 ‘K팝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정상급 스타들이다. 그에 비하면 우아!는 아직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K팝의 막내 그룹이다.
지난해 5월 13일에 쇼케이스를 열고 데뷔한 우아!는 지금까지 데뷔 싱글 ‘Exclamation’을 포함, 두 개의 싱글 앨범을 통해 다섯 곡의 노래만을 발표했다.
경력뿐 아니라 나이도 어린 진짜 막둥이들이다. 우아!는 멤버 전원이 2000년대 생이고, 리더인 나나(본명 권나윤, 2001년생)를 제외한 4명(우연, 소라, 루시, 민서)은 아직 십대다. 심지어 4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멤버 5명의 평균나이가 만으로 18세에 조금 모자랄 정도다.
‘신생기획사-신인’ 한계 넘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선배 아이돌 그룹은 각각 YG엔터테인먼트, 빅히트뮤직,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반면, 우아!의 소속사인 NV엔터테인먼트(이하 NV)는 2019년에 설립되었고, 소속 뮤지션도 우아! 한 팀뿐인 신생 기획사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재능과 실력을 갖추면 누구나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수직 상승이 가능한 특징을 띄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자본과 인맥의 힘이 무섭도록 냉정하게 발휘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신생 기획사인 NV가 신인인 우아!에게 쏟아부을 수 있는 지원의 수준이 SM, YG, JYP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NV 김규상 대표가 K팝 산업의 중심에서 십수 년 승승장구한 노하우를 지녔다고 해도, 신생 기획사가 신인 그룹에게 해줄 수 있는 지원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런데 오디션 입상 같은 후광도 거의 없는 신인이 데뷔 첫해부터 해외에서 이처럼 주목받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김규상 대표는 씨스타의 ‘나혼자’, ‘마보이’(Ma boy), ‘있다없으니까’ 등의 안무로 유명한 안무가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코로나19로 활동 위축에도 언택트로 이룬 성과
우아!의 베트남 성적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위축된 가운데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우아!는 연습생 시절 열심히 갈고닦은 실력을 관객 앞에서 보여줄 수 없는 세상에서 데뷔했다. 우아!가 데뷔 싱글 발표를 1주일 앞두고 있던 지난해 5월 9일,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우아!의 제작자인 김규상 대표가 무대 전반적인 연출을 총괄하는 ‘퍼포먼스 디렉터’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란 점에서, 우아!가 팬들의 눈앞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최대한 발산하는 무대를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수 없는 대신 우아!는 언택트 활동에 좀 더 집중했다. 우아!는 데뷔 전 연습생 시절부터 유튜브, 틱톡, 트위터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실력과 매력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틱톡 공식 계정에 올린 댄스 영상이 데뷔 전 1600만 뷰를 넘기면서, K팝 업계 여러 관계자로부터 2020년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데뷔 후부터 2번째 싱글 활동이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온라인으로 팬들과 교류하고 있다. 발표한 곡의 안무 영상, 릴레이 댄스 등의 영상을 팬들에게 공개했고, 다양한 비하인드 영상도 공개했다. 브이-라이브(V-Live)에서도 ‘나나의 나른한 밤’, ‘욘플리’(우연이의 플레이리스트) 같은 알찬 콘텐츠를 중심으로 주 2~3회씩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우아!가 글로벌 팬들과 만나는 창구라 할 수 있는 틱톡의 팔로워는 120만 명이 넘는다.
우아!는 데뷔 전 2019년, 프로모션용 영상 촬영과 실제 무대 경험을 위한 공연을 위해 짧은 일정으로 베트남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정식 데뷔 후로는 한 번도 베트남에 가본 적이 없다. 현지 인기가 이처럼 오랫동안 이어졌어도, 팬들과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
우아!는 지난 2월 KBS 월드라디오 베트남어 방송 'chuyentuSeoul(서울 이야기)'에 출연해 30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고, 스튜디오에서 자신들의 노래 두 곡을 공연했다. 이 방송에서 현지 팬들이 보내준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그들과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랬다.
방송에서 멤버들은 자신들이 해외 다른 나라의 차트에서 정상에 오르고, 연속 12주 1위를 이어갈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평소 이처럼 각종 SNS와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인의 반란? 역주행? '좋은 콘텐츠'의 힘!
우아!가 맘껏 활동하지도 못한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Bad Girls’라는 곡과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의 힘이 먼저 언급된다.
NV측 관계자는 “최근 브레이브걸스 ‘Rollin’’이 만든 역주행에서도 증명되었듯, 스타 파워, 기획사 규모 등등의 요소보다 근본적인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예계 한 관계자는 “‘Bad Girls’를 비롯해 ‘Qurious’ 앨범의 수록곡들이 완성도가 높더라. 멤버 5명의 실력도 데뷔곡 활동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라면서, “결국 좋은 곡은 팬들이 다 알아보게 되어 있다. 브레이브걸스의 ‘Rollin’’도, 우아!의 ‘Bad Girls’도,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기에 역주행 신화나 신인의 반란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아! 베트남 성적의 다른 원인으로 현지 한류 시장에서만 도드라지는 특수성이 꼽힌다.
NV측 관계자는 “베트남의 K팝 뮤직비디오 시장이 걸그룹 선호도가 높은 경향이 있고, 신인한테 관심이 많다. ‘Bad Girls’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지는 우아! 멤버들의 신선한 외모와 매력이 특히 베트남 현지 팬들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아!의 데뷔곡 ‘woo!ah!’도 공개 첫 주에 해당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고, 특히 차트 전체를 보면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선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지난 1년 사이 이 차트의 1위 곡은 대부분 우아!와 블랙핑크 등 걸그룹이거나 블랙핑크의 메인보컬 로제를 비롯해 아이유, 현아 등 솔로 여성 아티스트들의 곡이다. 여성 아티스트 외에 두드러진 강세를 보인 보이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의 웨이비 정도였고, 아니면 ‘이태원 클라쓰’ 같은 한국 드라마의 삽입곡이었다.
베트남 인기는 차세대 글로벌 스타 발판
K팝 시장에서 베트남에서의 인기는 중요하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한류 시장 중 하나로 꼽히며, K팝 아티스트가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큰 성공을 거둔 K팝 아티스트는 SM의 대표 아이돌인 슈퍼주니어다. 슈퍼주니어는 지난 2011년 호치민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아시아투어에 9000여 명의 관객이 몰리기도 했다. 이후 소녀시대, 빅뱅, 엑소 등이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모두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성공했다.
게다가 지금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을 휘젓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베트남 팬들의 몫이 컸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재생되는 아티스트들로 꼽히는데, 국가별 재생 통계를 보면 베트남에서의 누적 재생 횟수가 한국보다 높다.
해외시장 현지의 열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기획사다. 마마무의 소속사 RBW는 2015년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고, SM은 다국적 보이그룹 NCT의 베트남 팀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점만 봐도 베트남 시장이 세계 한류에서 어떤 위상인지 알 수 있다.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2021 한류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한류 연관 소비 수치는 전 세계 평균(21.4%)보다 10% 이상 높은 31.5%에 달했다. 코로나19로 문화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함에도 이런 강세를 보일 만큼 베트남은 가장 큰 한류 시장 중 하나다.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인이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나 아티스트의 매력적인 외모‘(50.5%)이고, 현지에서 가장 강세를 보인 한류 콘텐츠 톱3는 K뷰티(40.0%), 드라마(39.7%), K팝(34.9%) 순이었다. 우아!의 현지 인기 비결로 멤버들의 비주얼이 비중 있게 거론되는 근거이기도 하다.
향후 베트남에서의 한류가 더욱 성장할 전망이어서, 지금 우아!의 데뷔 초반 인기는 더욱 고무적이다. 베트남은 35세 이상 젊은 세대가 전체 인구의 60%를 넘을 만큼 젊은 나라다. 그리고 베트남 최대 소비계층은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 여성들이다. 이들 세대는 대중문화와 유행에 민감하고, 관련 소비에 적극적이며, 한류 등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아!는 곧 데뷔 1주년을 맞이한다. NV측은 우아!의 데뷔 1주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할 뭔가를 고민 중이지만, 새 앨범 활동 일정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베트남에서의 기쁜 소식이 다섯 달이나 이어지며 두 번째 싱글 앨범까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파나소닉코리아의 CF모델로 발탁되기도 했고, 비록 소규모지만 ’일일까페‘ 형식으로 소수의 팬들과 직접 대면하는 감격적인 첫 팬미팅도 열었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비교적 순탄한 것으로 보인다.
woo!ah!(우아!)는 누구?
woo!ah!는 NV엔터테인먼트 소속의 5인조 아이돌 걸그룹이다. 2020년 5월 싱글 앨범 ’Exclamation’을 발매하면서 데뷔했고, 그해 11월에 두 번째 싱글 ‘Qurious’를 발매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감탄사를 연상시키는 ‘woo!ah!’ 라는 팀명은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는 소녀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공식 팬덤 명칭 역시 감탄사에서 따온 ‘와우’(wow)이다.
멤버 전원 2000년대 생으로, 데뷔 당시의 평균 나이는 만 17세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멤버 전원이 나이가 어려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파로 평가받는다.
리더인 나나(본명 권나연, 2001년 생)는 메인댄서/리드보컬/리드래퍼를 맡고 있다.
메인보컬 민서(본명 김민서)와 메인래퍼 겸 리드댄서 루시(본명 김다은)는 2004년생 막내 라인이자, 한림연예예고에 재학 중인 청소년이다.
2003년생 우연(본명 박진경)은 서브보컬이며, 큰 키와 청순한 마스크로, 팀의 비주얼 센터를 맡고 있다. 또 다른 2003년생 서브보컬 소라는 후쿠오카현 출신의 일본인 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