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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진화 ④ 하이닉스] 10년 반전 일군 D램 강자, '파운드리 2배' 확대 선언

선제적 투자, 슈퍼사이클로 성과 만개 ... 파운드리로 ‘K-반도체 전략’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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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0호 윤지원⁄ 2021.05.19 09:01:14

SK하이닉스 클린룸. (사진 = SK하이닉스)


SK그룹이 미래를 향해 빠르고, 폭넓게 진화 중이다. 문화경제는 최근 주목받는 몇몇 계열사를 중심으로 SK그룹 진화에서 강조되는 주요 키워드와 방향성, 그리고 SK그룹이 도달할 미래를 시리즈로 전망해본다.

■ 'SK의 진화' 시리즈
① ‘열일하는 지주사’ SK㈜와 최태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오디세이
② SKIET : ‘전기차 화재 0건’ 명품 분리막 글로벌 1위 … IPO 흥행 신기록 일궈
③ 원스토어 : SKT 자회사 상장 1호…애플·구글 넘어설 토종 앱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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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 = SK하이닉스)


비수기에도 분기 영업익 65% 증가 호실적

SK하이닉스가 1분기 매출 8조 4900억 원, 영업이익 1조 3200억 원을 기록했다. 5월 18일 SK하이닉스 당해년도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7.99&, 64.98% 증가했다. 순이익은 56.62% 증가한 9926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반도체 시장 업황이 좋아지면서 직전 분기, 전년 동기 대비 호실적을 냈다"며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올해 PC와 모바일에 적용되는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 37%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은 직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4% 증가했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용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 직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21% 증가했다.

2분기 이후의 업황 전망도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수요의 꾸준한 증가, 낸드플래시 시황 개선 등을 예상하고 실적 상승을 자신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슈퍼사이클’이라고 하는 장기호황이 시작되는 것으로 전망되며, D램 가격의 상승도 전망되고 있어 벌써부터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약 11조 5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 연결 방식으로 M16 준공식이 열렸다. (사진 = SK하이닉스)


올해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본격화

올해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특히 높은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월 준공식을 가진 경기도 이천의 새로운 생산시설, M16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 꾸준하고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2018년 착공한 M16의 투자금과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금액을 합치면 총 3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31조 9004억 원)과 맞먹는 거액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실행의 일환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비전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한 바 있다.

인텔 낸드사업 부문 인수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M16 신규 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등 미래성장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SG 관점에서는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전략을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SK하이닉스는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에 가입하고 친환경 사업 투자 용도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ESG 경영 강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019년 SK 신입사원 과정 '최고경영진과의 토크' 행사에서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불황기’에 출범

SK하이닉스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프롤로그는 10년 전 시작됐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과 함께 SK그룹의 3대 주요 계열사로 통하며, 그룹사 가운데 시가총액과 매출액이 가장 많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기업 중 매출액 기준으로 1위 삼성전자, 2위 인텔에 이어 세계 3위이다. 또 메모리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1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처음부터 우량한 기업은 아니었다. SK그룹 인수 전 SK하이닉스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IMF를 거치며 늘어난 부채로 2001년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4년 만에 졸업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또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결국, 2011년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 SK그룹이 인수자로 나섰다. SK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3조 4267억 원. 당시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던 시기로, 최악의 불경기였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투자를 축소하던 때였다. 국내에서도 인수 가능성이 있던 기업들이 모두 발을 뺐다.

SK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될 때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중심으로 안정되게 구축된 그룹의 사업구조를 뒤흔드는 위험한 투자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다수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최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시점이라며 자신의 ‘동물적인 촉’(animal spirit)을 믿어달라고 설득했다. 그뿐 아니라 이미 2010년부터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과 꾸준히 진행해 온 스터디 모임을 통해 깊게 파악하고 있던 시장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근거 자료들을 직접 마련해가며 임원들을 거듭 설득했다.
 

SK하이닉스 M16 팹 전경. (사진 = SK하이닉스)


매년 더 많은 투자로 시장 호황에 대비

심지어 SK그룹은 SK하이닉스 인수 후에 더 많은 투자를 감행했다. 최 회장이 인수 검토 단계부터 연 단위 투자 계획을 세웠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투자 확대가 이뤄졌다.

2012년에만 3조 8500억 원을 투자했다. 인수금액보다 10% 더 많은 금액이었지만, 투자금액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2014년에는 5조 2000억 원, 2015년 6조 6500억 원, 2017년엔 9조 6000억 원을 투자했다.

SK그룹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이런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호황기를 맞아 빛을 발하며 큰 결실을 맺었다.

인수 당시인 2011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분기 매출액은 2조 5532억 원이었는데. 5년 뒤인 2016년 4분기에는 5조 3577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올해 1분기에는 8조 4900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29.5%를 차지, 1위 삼성전자(42.1%)에 이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3위는 미국의 마이크론(23%)이고, 대만 기업 난야가 2.9%로 4위, 나머지 기업들은 1%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일 SK하이닉스 M16 준공식에서 최태원 회장. (사진 = SK하이닉스)


반도체값 떨어지는데 M16 투자 결정

SK하이닉스의 과감한 투자는 여전히 ‘적당히’를 모른다. 지난 2월 준공식을 가진 D램 생산공장, M16 팹에서는 7월부터 4세대 10nm(1nm=10억분의 1m) D램(1a D램)이 양산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M16 건설에 들어간 투자액은 누적 3조 5000억 원. 앞으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의 도입 등등 총 20조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M16의 착공에 들어간 2018년 11월은 D램 가격이 정점을 지나서 이미 한창 떨어지고 있던 시기였다. 이때 또 다시 그룹 내에서는 M16 건설 및 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최 회장은 다시금 자신의 과감한 결단을 자신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올해, M16 준공에 맞춰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도래했다. 과감한 투자는 적절했고, 더 높은 도약을 가능케 할 새로운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어려운 시기에 내린 과감한 결단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줬다”며 “M16은 그동안 회사가 그려온 큰 계획의 완성이자 앞으로 용인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도 원활히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측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9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로, 국내 기업 역대 M&A(인수합병) 최대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인 강자다. 그러나 D램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는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로 약점이 보완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 글로벌 5위 사업자에서 2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흑자와 적자를 넘나들던 실적도 안정될 전망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5월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건설 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용인 클러스터 중심 메모리 파운드리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파운드리 생산능력도 2배 키우기로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 부문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5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현재보다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국내 팹리스 기업 지원을 통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 측은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개발·양산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에는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에 크게 치우쳐져 있다. 파운드리 사업은 중국에 자리잡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진행하는 것뿐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약 7030억 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2% 정도에 불과하다. 또 증권가가 보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반도체는 95%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가 지난 2020년 신년회 행사에서 행복 경영의 방향성을 포함한 3가지 경영방침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 SK하이닉스)


반면,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액 4183억 달러(516조 원)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1116억 달러(125조 원)로 26.7%에 그친 반면,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7억 달러(343조 원)로 73.3%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사업 구조와는 정반대되는 양상이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는 약 4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시장이 안정적이다. D램 비중이 높은 지금의 SK하이닉스 사업 구조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8인치 파운드리, TSMC·삼성전자와 경쟁 아냐

그런데 이번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 선언이 수입원 다각화나 비메모리 사업의 비중 확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주요 파운드리 사업자들이 주로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8인치 웨이퍼 기술에 치중하고 있어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한 점이 없다. 8인치 웨이퍼는 생산성도 낮고 원가경쟁력도 떨어진다.

대신 8인치 웨이퍼는 이미지센서(CIS), 파워반도체(PMIC) 등등 다품종 소량생산이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적합하다. 최근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자동차용 반도체(MC) 역시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다.

그동안 8인치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12인치 반도체에 밀려난 ‘구형 반도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생활 전반에 폭넓게 도입되고, 시스템반도체의 용도와 쓰임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8인치 시장의 성장이 도드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크게 줄어들며 품귀 현상을 빚으며 때아닌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이 도래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월 양산을 시작한 업계 최고 성능의 기업용 SSD PE8110 E1.S. (사진 = SK하이닉스)


정부도 국내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파운드리 증설에 최대 1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정부와 뜻을 같이하기로 나선 것.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옛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부문인 ‘키파운드리’의 완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지난해 3월 매그나칩반도체가 충북 청주의 파운드리 사업부만 떼어내 매각하면서 설립된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전문 기업이다.

당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1주, 49.8%를 출자해 조성된 국내 사모펀드(매그너스 PEF)에 의해 5100억 원에 인수됐는데, SK하이닉스가 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사모펀드 보유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이 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약 2073억 원이었는데, 완전 인수를 위해서는 PEF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 등을 고려해 최소 40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노종원 부사장(CFO)은 "최근 문제가 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보며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계획이 나오는 대로 공유하며 반도체 생태계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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