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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의 종말 ① 신한은행] 나無통장으로 나무 살린다

종이통장, 앞으론 공짜 아냐 … 日에선 “1만원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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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0호 옥송이⁄ 2021.05.20 09:39:38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자주 듣는 소리다. 습관적으로 종이 영수증을 받기도 하지만 수치를 듣고 나서도 그럴 수 있을까? 환경부에 따르면 영수증 발급 비용은 약 119억 원, 쓰레기 배출량은 1079톤에 달한다.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641톤이며, 이는 20년산 소나무 94만 3119그루를 심어야 줄일 수 있다. 지나친 종이 사용 역시 환경에 위배된다는 정서가 커지면서, ESG를 강조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페이퍼리스’가 진행되고 있다. 1편은 종이통장 사용 감축에 나선 신한은행이다.

통장 만드는 데 돈 내라고?

“통장 발급에 만 원입니다.”

계좌를 개설한 뒤 통장을 만들려면, 한 부당 만 원을 내란다. 놀라지 마시길. 아직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옆 나라의 사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종이통장 발행 수수료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작점을 끊은 미즈호은행은 70세 미만의 개인이나 기업·단체가 계좌를 개설할 경우, 통장 하나에 1100엔(약 1만 1400원)을 부과한다.

대표적인 아날로그 국가로 꼽히는 일본이 페이퍼리스(paperless)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페이퍼리스는 업무 등 일상생활에서 종이보다는 전자문서를 활성화해 종이 없는 환경을 지향하는 현상이다. 일본 국민은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은행 창구에서 해결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종이 소모는 물론 관리 비용도 많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종이통장 단계적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종이 통장이 발행된 계좌는 약 2억 7000만 개로, 그 비중이 91.5%에 달했다. 그러나 전체 수시입출금식 예금계좌 가운데 1년 이상 미사용 계좌는 9666만 개, 3년 이상 미사용 계좌는 6092만 개를 기록했다. 각각 46.2%, 29.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기간을 두고 단계별로 종이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페이퍼리스'가 가속화되면서, 종이통장도 줄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해당 계획은 총 3단계로 구성됐다. 첫 순서에서는 무통장 거래를 유도하고, 2단계는 금융회사가 무통장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만 종이통장을 발행한다. 마지막 절차는 발급 유료화다. 본래 일정에 따르면 3단계 시작은 지난해 9월이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았다.

문화경제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 은행을 취재한 결과, 현재 종이통장 발급 수수료를 받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금융사마다 창구에서 상품 가입과 동시에 통장을 발행해주거나 고객이 원할 경우만 통장을 발행하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신규 가입이나 이월 시 통장 발급비용은 면제다. 다만, 분실 후 재발급을 원할 때는 2000~3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韓, ‘종이통장 발급비’ 아직 생소해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통장 사용자는 이미 줄어드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종이통장 발행량은 3000만 개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통장만이 주는 만족감이 있어서 그렇다.

A은행 관계자는 “종종 통장을 발급하고 싶어서 일부러 창구에 왔다는 분들도 있다”며 “기념할 만한 날마다 입금 내역에 기록해 통장을 일종의 편지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육아일기처럼 쓴다고 들었다. 또한, 통장에 찍힌 숫자가 주는 성취감 때문에 선호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고객만이 종이통장 줄이기에 장애는 아니다. 금융 당국의 3단계 종이통장 저감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료화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에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아직 종이통장 유료화는 쉽지 않다고 본다. 분실 시 발생하는 2000원의 수수료조차 싫어하시는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반드시 통장 거래를 하시는 분들은 연령대가 있는 편으로, 단번에 금융 거래 방법을 모바일로 바꿀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심 때문에 은행들이 택하는 방법은 이벤트다. 우회적으로 무통장 사용을 유도한다.
 

신한은행은 나무통장 캠페인을 통해 종이 통장을 감축하고 있다. 사진 = 신한은행 


‘나는 無통장’ 합니다

신한은행은 관련 캠페인을 통해 페이퍼리스를 전개한다. 올해의 대표적인 종이 감축 프로그램은 ‘나무’다. ‘나(는) 무(無) 통장’과 ‘종이 사용을 줄여 나무를 살린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은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이 입출금 예금, 거치식 및 적립식 예금 개설 시 참여할 수 있다. 참여 고객에게는 그린 배지가 부여되고 신한 포인트 등의 경품이 추첨을 통해 주어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종이통장 없이도 쏠 인증 등의 본인확인을 통해 영업점 거래가 가능한 무통장 프로세스를 도입해, 나무통장 발행 고객도 영업점에서 입출금 거래가 가능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종이통장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실제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환경보호 활동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며 “나무통장 캠페인 시작 이후, 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비율이 2.5배가량 증가했다. 예금거래 약관 자체도 종이통장 없이 발급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은행은 지난해부터 ‘종이절약 지구살리기 운동(Save the paper, Save the planet)’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은행 업무상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종이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보호를 실천하자는 운동이다. 참여 대상은 고객과 직원 전체다.
 

신한은행은 캠페인을 통해 직원과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페이퍼리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신한은행 


지난 2017년 신한은행은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작성하는 각종 서식을 전자 서식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창구를 도입하면서 태블릿PC를 통해 종이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후 페이퍼리스 환경 사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년 종이 통장 제작을 위해 30년산 아름드리나무 2857그루가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객과 직원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을 지속해 신한은행이 환경 보호 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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