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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자연에 생명의 빛 불어넣은 김기태 ‘Unknown Artist’ 연작

그림손 갤러리에서 6월 15일까지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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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1호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 2021.06.04 14:50:34

‘Unknown Artist=2020-4-22’. Oil on Canvas, 145 x 145cm. 2020.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연극영화학 박사)

자연과 빛을 탐구하는 작업을 20여 년 지속적으로 해온 작가 김기태의 최근작 초대전이 서울 인사동 그림손 갤러리에서 6월 2일부터 15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의 대자연 시리즈 작품들은 더욱 심화된 모습과 생철학적인 메시지를 곁들여 은은하게 다가온다.

 

‘Unknown Artist’ 시리즈로 명명된 이번 작품들에서 보이듯이, 자연은 압도적이지 않고, 생경하지도 않지만, 쉽게 범접하게 되지는 않는 다소 모호하고 특별한 영역 속에 있다. 게다가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하늘 아래 산과 들 위에서, 섬과 바다의 풍광 속에서 비추어지는 한 줄기 빛이 있다.

그 빛은 낮과 저녁의 경계가 되는 황혼 무렵의 모호한 시간대에서 은은하게 비추어지고 주변 풍광과 더불어 신비감을 더한다. 장소는 인식 가능하지만, 시간은 불분명함 속에 있다. 이때 인간의 현실 인식은 불분명해지고, 이성과 감성은 착잡하게 교차되기도 한다.

작가 김기태는 이렇게 말한다. “작품 속 사건들은 현실과 초현실의 중간 어디쯤에서 일어난다. … 마치 한 여름날 찾아온 일식 현상을 마주한 그날의 이상한 느낌과도 비슷한…, 내가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보고 느낀 것들을 시각화할 뿐이다.”

그에게서는 분명한 현실 인식보다 느낌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작가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 시간에서의 느낌을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이다.

 

‘Unknown Artist=1987-8-16’. Oil on Canvas, 130 x 162cm. 2021.


이런 시공간에서 작가는 인간 삶의 한 측면을 투사시켜 자문한다. “그날 쏟아지던 빗속에서 잠깐 본 햇살은 과연 햇빛이었을까?, 어느 날 차 안에서 저 멀리 보이던 불빛은 과연 어느 시골집의 등불이었을까?” 찰나 속에서 보았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현상들은 단지 대자연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편적 이미지들일 수도 있다. 길게 보면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작가는 거대하고 미묘한 자연 속에서, 또 종종 이해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난해함이 불가피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메시지 같은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 불가사의한 자연과 불가해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의 삶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은 저 광활한 시공간의 한구석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섬광과도 같은 것”이고, “아주 짧은 외마디 탄식조차 끝나기 전에 사라지고 마는 아주 우연한 사건”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우연한 찰나적 일회성’은 끝을 알 수 없는 시공간에 대해 ‘숭고’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인다. 그럼으로써 작품 속의 빛은 ‘숭고한 섬광’인 것이다.
(작가의 말 인용은 전시회 도록에서 발췌. 김기태 ‘기묘한, 그러나 아름다운’ 도록 2~3면)
 

‘Unknown Artist=1974-3-9’. Oil on Canvas, 181 x 281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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