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7호 안용호⁄ 2021.09.03 16:52:00
페이스북 유저라면 요즘 페친들이 쏟아내는 20대 사진을 챙겨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 놀이는 유독 50,60대 사이에서 더 뜨겁게 확산하고 있다. 유아, 10대 시절 사진과 부모님의 20대 사진까지 공유하는 5060들도 있다.
댓글은 칭찬 일색이다. “제임스 딘 같다”, “총명해 보인다”, “깜짝이야”, “저 때는 볼살이 있었네요”, “오! 훈남”, “황신혜 같다”, “꿈 많던 시절, 청년 시절은 고왔네”... 사진을 올린 이들의 답글은 애써 겸손하다. “거짓말하시면 안 됩니다.”
20대 사진을 보며 현재의 ‘그’를 ‘칭송’하는 댓글도 있다. “시방도 좋을 때, 지금이 훨씬 낫네”, “지금 현재형 아니십니까?”, “지금이 최고 전성기로 느껴집니다”... 사진 올린 이의 답글은 여전히 겸손하다. “감사합니다.”
20대 사진 올리기 놀이는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리즈(Leeds) 시절이란 외모, 인기, 실력 등이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 최고 전성기를 의미한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선수 스미스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출발했든 간에 이 놀이가 우리 시대 5060의 대세 놀이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다.
이 현상에 대한 한 블로거의 글이 인상적이다.
“왜 사람들은 타인의 과거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얽혀있는 현재의 인간관계와,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는 복잡한 현실로부터 늘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중략) 즉 어떤 이의 과거는 그 사람을 둘러싼 여러 가지 배경이나 사상, 사회적 지위, 관계 등을 떼어놓고 그를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블로거는 20대 사진의 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젊은 시절의 사진은 남을 나와 아주 가까운 가족 내지 친척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와 나의 입장이 전혀 다르고, 그의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그가 올린 젊은 시절의 사진에는 흔쾌히 ‘좋아요’를 누르고 입에 발린 칭찬 한마디를 달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 대학교수가 올린 20대 사진에 대학생 제자가 쓴 댓글이 이 블로거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교수님, 죄송하지만 너무 친근하네요.”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MZ 세대와 기성세대... 물고 뜯고 싸워왔던 SNS 세상에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온 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고립되면서 느꼈던 우울감과 무기력증도 치유되는 느낌이다. 오늘도 많은 5060들이 빛바랜 사진첩을 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