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 홉하우스, 앰브라 에드워즈 지음 / 시공사 펴냄 / 512쪽 / 5만 5000원
3000년 정원 역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묵직하고 큰 번역서가 나왔다. 마치 미술 도감을 보듯 고화질 정원 사진과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영국의 정원 전문 디자이너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페넬로페 홉하우스와, 정원 역사가 앰브라 에드워즈가 지었고, 서울대 원예과를 졸업한 정원 디자이너인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기획운영실장이 번역을 맡았다.
이 책은 14장에 걸쳐 고대 문명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3000여 년의 정원 역사를 일람한다. 유럽의 정원만이 아니라 이슬람, 중국, 일본, 아메리카 대륙의 정원에, 단편적이지만 한국의 정원 이야기도 등장한다.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만들었다는 공중 정원, 아즈텍인들이 멕시코 고원의 거대한 호수에 흙을 쏟아 인공 섬을 만들고 조성한 수상 정원, 일본에 있는 이끼로만 구성된 이끼 정원과 풀 대신 작은 돌들로 만든 건식 정원 등이 소개된다.
이 책이 계속하여 좇는 주제는 식물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역사다. 인간이 식물에게서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그리고 식물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이다. “좋은 정원은 향락의 최고봉”이라는 말도 있다. 개인이든 나라든 부자가 될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정원을 좋아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현재, 좋은 정원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때맞춰 나온 정원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