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시 증발하는 위스키 ‘천사의 몫’은 몇 퍼센트나 사라질까?

위스키는 증류 직후에 투명하지만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황금색을 띤다. 사진=픽사베이

위스키 인기가 날이 갈수록 고공행진이다. 그만큼 관심도 많다. 잘 생각해보면 위스키는 마실 땐 좋지만, 사실 잘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아니, 아는 만큼 맛있는 법. 내 머리에 위스키 상식이 하나둘 쌓이면 그만큼 위스키는 더욱 친숙해지고 쉬워진다. 내 입맛은 더욱 즐거워진다.

좋은 술 마시는 데 계절이 뭔 상관이겠냐만, 그래도 위스키는 겨울이 제맛이다. 이 겨울, 누가 됐든 옆자리의 그와 위스키 한두 잔 함께하면서 가벼운 상식 몇 가지를 주고받으면 좋겠다.

위스키 상식을 난이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눴다. 하지만 대개 알 법한 내용이다. 몰랐던 건 이참에 줄줄 외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언젠간 써먹을 때가 분명 올 테니.(자료참조=페르노리카코리아)

[난이도 낮음] 12년산 위스키를 5년간 보관했어도 12년산

① 전 세계에서 고급술로 인정받는 양주 가운데 하나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가 주요 산지다. 일반적으로 알코올도수가 40~43도로 높으며, 라틴어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아쿠아 비테’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이 술은? 위스키

위스키는 중세 초 아라비아의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액체로 알려져 있다. 목이 타는 듯한 느낌에 놀라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아쿠아 비테(Aqua Vitae)’라는 이름을 지었다.

② 스카치위스키는 백파이프와 킬트(kilt) 치마의 고장인 이곳에서만 만든다. 깨끗한 물, 기온, 습도, 토양 등 이 지방의 네 가지 조건이 워낙 뛰어나 우수한 품질이 생산된다. 영국의 한 지방인 이곳의 지명은? 스코틀랜드

영국 법률에는 스카치위스키의 기준이 ‘몰트, 즉 맥아(麥芽)의 디아스타아제에 의해 당화(糖化)된 곡물의 거르기 전 술을 스코틀랜드에서 증류해 최저 3년간 통에 담아 창고에서 익힌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③ 위스키 음용법의 일종으로 얼음이나 탄산수 등의 첨가 없이 위스키만 마시는 방식이다. 이 음용법은? 스트레이트(straight)

④ 역시 위스키 음용법의 일종으로 글라스에 얼음을 담고 그 안에 위스키를 따라 마시는 방식이다. 간단하면서 매우 대중적인 위스키 음용법인 이것은? 온더락스

온더락스(on the rocks)는 ‘바위 위에’라는 뜻인데, 글라스에 얼음 두세 알을 넣고 그 위에 술을 따르면 마치 바위에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생겨난 표현이다.

⑤ 15세기의 위스키는 무색투명했다. 지금과 같은 호박색을 띠는 것은 18세기 말부터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명한 원주(原酒)가 이 통에서 우러난 여러 성분과 어우러지며 호박색을 띤 지금의 위스키가 만들어졌다. 와인을 담기도 하는 이 통은 어떤 나무로 만들까? 오크나무(참나무)

⑥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영국 스카치위스키협회가 공식적으로 알코올 농도를 일정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이 되는 알코올도수는? 40도

⑦ 와인에는 생산 연도를 의미하는 빈티지(vintage)가 이름 뒤에 붙는다. 그렇다면 위스키의 이름 뒤에 붙는 12, 15, 17 등의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연산(年産·숙성의 시간)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그 안의 성분이 스며들어 색이 짙어지고 맛과 향에 변화가 생긴다. 또 자연적으로 어느 정도 증발하면 알코올도수가 조금 낮아지면서 술이 부드러워진다.

⑧ 상표에 표시된 숫자는 병 안에 담긴 위스키 원액의 최소 숙성기간을 의미한다. 만약 12년산 위스키를 병입한 후 5년간 보관했다면 이 위스키의 총 연산은? 12년산

위스키의 숙성이란 원액을 오크통에 넣어둠으로써 그 안의 독특한 향이 가미되고 거친 느낌이 완화되면서 부드럽게 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병입되고 나면 더는 숙성이 진행되지 않는다.

⑨ 위스키는 맥아를 주원료로 해서 당화·발효시킨 후 증류해 만든 술로, 증류 직후에는 투명하지만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이 색을 띠게 된다. 완전히 숙성된 위스키는 무슨 색일까? 갈색(황금색)

⑩ ‘하이볼’이란 위스키와 이것을 1:3의 비율로 섞어 마시는 아주 간단한 음용법이다. 톡 쏘는 맛이 특징인 이것은? 탄산수(소다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싱글몰트위스키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사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싱글몰트위스키 전문 바인 서울 압구정동의 ‘미스터 사이몬’. 사진=김응구 기자

[난이도 보통] 버번위스키는 그을린 오크통으로 숙성

① 일반적으로 스카치위스키는 여러 연산의 원액을 블렌딩(blending)해 만든다. 만약 한 글라스에 17년산, 18년산, 19년산, 21년산이 섞이면 몇 년산 위스키로 분류될까? 17년산

연산이란 위스키의 원액 중 숙성기간이 가장 짧은 원액의 년수를 의미한다. 이렇듯 위스키 원액을 섞는 이유는 해마다 기후가 다르고 숙성되는 창고와 오크통의 상태 등에 따라 각 원액의 맛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2년산 위스키 원액에는 13년, 14년, 15년 등 다양한 원액이 조금씩 첨가될 가능성도 있다.

② 위스키 제조시설을 뜻하는 이것은 스코틀랜드에 200여 곳이 있다. 수확된 원료의 품질 테스트부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위스키의 증류·숙성·블렌딩 과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 시설은 무엇일까? 디스틸러리(distillery·증류소)

③ 위스키의 대표적인 명산지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 4개국으로 한정돼 있다. 이 같은 서구 중심의 생산지에 이어 다섯 번째 명산지로 꼽히는 아시아 국가는? 일본

일본은 1920년대에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제조기술을 배운 후, 기후적 특성과 일본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었다. 역사는 길지 않지만 서구의 위스키와 확실히 구별되는 독특한 향미가 특징이다.

④ 안쪽을 그을린 참나무통만 사용해 숙성시키는 버번위스키는 ‘켄터키위스키’라고도 부른다. 버번위스키가 만들어지는 이 나라는? 미국

버번위스키는 미국 켄터기주의 버번카운티에서 만든다. 원래 이 지방에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았는데, 프랑스 브르봉(bourbon) 왕조를 그리워하는 주민들이 많아 아예 술 이름에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⑤ 위스키의 기본 단위로 질량과 부피를 나타낸다. 1○○는 28.4㎖이다. 이 단위는? 온스(oz)

위스키 단위에서 싱글은 1온스(28.4㎖), 더블은 2온스, 1지거(jigger)는 1.5온스를 의미한다.

⑥ 30여 종의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드는 이 위스키는 배합 형태에 따라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여러 위스키로 완성된다. 이 위스키는? 블렌디드위스키(blended whisky)

⑦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서 숙성 용기인 오크통의 조직에 흡수되거나 수분·알코올이 증발하면서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 매년 2%씩 그 양이 줄어든다. 이런 까닭에 30년 숙성된 위스키는 기존의 40%밖에 남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에선 이 같은 현상을 일컬어 무엇이라고 부를까? 천사의 몫(Angel’s Share)

위스키의 숙성은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증발 현상을 가리켜 ‘천사의 몫’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위스키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⑧ 위스키의 등급은 스탠다드, 프리미엄, 슈퍼프리미엄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스탠다드는 몇 년 미만의 숙성 원액으로 만든 위스키를 의미할까? 12년

위스키의 대표적인 명산지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 4개국이지만, 최근 들어 일본도 명산지로 인정하는 추세다. 사진은 위스키 숙성 모습. 사진=픽사베이

[난이도 높음] 유럽에선 싱글몰트위스키 많이 즐겨

①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지는 일반적으로 로우랜드, 캠벨타운, 아일레이, 하이랜드 등의 네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 중 하이랜드의 중앙에 있으며 ‘스페이강가’라는 뜻의 이곳은? 스페이사이드(Speyside)

‘위스키의 고향’으로 불리는 스페이사이드는 일단 위스키 원료인 보리가 풍부하다. 옛날에는 세금을 걷는 관리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두메여서 밀주(密酒) 증류소가 대거 들어섰다. 지금은 위스키의 메카로 유명하다.

② 몰트위스키는 이것에 싹을 틔워 숙성시킨 몰트로만 만든다. 이것은 위스키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곡물 중 하나로 맥주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이 곡물은? 보리

스카치위스키의 일종인 몰트위스키는 100% 맥아, 즉 엿기름으로 만든다. 몰트위스키는 순수 맥아만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퓨어 몰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다른 위스키에 비해 품질이 좋고 값도 훨씬 비싸다. 스코틀랜드는 물론 영국과 유럽에선 많은 위스키 애호가가 싱글몰트위스키를 즐긴다.

③ 위스키의 영문 철자는 ‘Whisky’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산이 아닌 아일랜드산 위스키는 k와 y 사이에 이 알파벳을 넣는다. 이 알파벳은? ‘e’

스코틀랜드의 블렌디드위스키가 위스키 시장을 석권하자 아일랜드 위스키업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위스키의 철자에 ‘e’를 넣어 ‘Whiskey’로 표기하면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와 차별을 시도하고 있다.

④ 이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나오는 한 가지 원액만으로 만든다. 맥아 고유의 향과 맛을 그대로 살려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맛과 향으로 최근 여성과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이 위스키는? 싱글몰트위스키

⑤ 위스키 제조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불과 시간 그리고 이것이다. 이것은 위스키 제조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위스키 증류소는 대부분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위스키의 주요 구성 성분인 이것은? 물

⑥ 몰트위스키는 맥아, 당화, 발효, 증류, 숙성, 조화, 병입 등 일곱 가지 공정을 거쳐 만든다. 이 가운데 ‘조화’는 여러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다시 적정한 비율로 섞은 후, 커다란 통에 넣고 3개월 정도 더 숙성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이 조화를 다른 말로 무엇이라 표현할까? 결혼(marrying)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