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 화제성에 이어 ‘시청자 선호도’에서도 최정상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12월 진행한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은 16.6%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는 10년 내 최고 기록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년 8월, 16.4%), '무한도전'(2015년 1월, 16.0%), 'SKY캐슬'(2019년 1월, 13.0%)도 제쳤다. 2,3위를 차지한 '내 눈의 콩깍지'(3.9%)와 '슈룹'(3.5%)의 4배를 넘는 선호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높은 선호도의 요인으로 1980년대 이후 정치·경제·문화 등 국내외 굵직한 사건과 실존 인물·기업 관련 일화를 차용해 흥미를 배가한 점과, 순양그룹 회장역을 맡아 매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성민의 전율적 연기를 꼽았다.
특히 이 드라마는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을 연상시키는 관련 일화를 차용해 드라마 속에 녹여진 에피소드와 소품(미술작품 등) 등을 통해 두 기업과 관련성을 찾게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진양철 회장이 일식 조리사에게 초밥 밥알 갯수를 묻는 일화와 진양철 회장 일가의 집과 사무실 등에 걸린 작품이 이건희 컬렉션이나 삼성미술관 리움의 소장품 등인 점이 대표적이다.
작중 순양 그룹이 삼성 그룹과 현대 그룹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는 궁금증에 이미 원작자는 두 그룹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지난 11월 중앙일보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자인 산경 작가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순양을 보고 삼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물음에 대해 산경 작가는 본 작품이 삼성과 현대를 모델로 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다만, 삼성 이병철 창업주는 부잣집 출신인 반면, 순양의 진양철은 가난뱅이로 시작하는 설정 등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해당 원작은 웹툰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정확히는 산경 작가의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원작으로 하고있다.
산경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원작자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주변 지인들도 자신이 산경인 것을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지금처럼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를 아는 게 편하다며 본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작가는 무역 회사와 마케팅 회사에서 25년을 근무한 5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 출신의 인물이다. 기업물 관련 소설을 접하고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내용에 실망하고 자신의 실제 경험과 직장 생활의 현실을 녹인 작품을 연재하고자 하는 생각이 웹소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작가는 현업에서 겪은 경험을 에피소드로 만든 '비따비' 등의 작품을 연재했다.
씨디어스란 필명으로 시작한 작가는 필명을 산경으로 바꾸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부업작가로 활동할 당시 필명 변경 전후로 신작과 구작의 매출을 합산해보니 당시 연봉을 넘어서며 전업 작가로 전향할 생각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전업작가로 전향한 뒤에 출간된 작품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작품에는 1987년 대선부터 대한항공 858편 (KAL기) 폭파사건 등 실제 발생한 사건이 직접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본인이 87년 민주화 시절 대학생이었고, IMF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모든 시대의 흐름을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굵직한 사건에 인물이나 사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에피소드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직장 생활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과 경험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고 답했다. 산경 작가는 중동 바이어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존경하던 부장님의 조언을 소개하며, "장사는 네 욕심 차리는 게 아니고 서로 욕심 채워주는 것이라며 자신이 책임질 테니 양보할 건 적당히 양보하라. 가장 좋은 딜은 양쪽 다 손해 봤다고 느껴야 한다"는 조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술회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재벌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사람뿐 아니라 영장류 자체가 계급사회"라며, "그 계급을 없애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올라타고 싶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답했다. 더불어, "악역일 수도 있는 진양철 캐릭터가 사랑받는 걸 보면서 계급의 정점에 있는 지배자에 대한 범인의 선호를 엿볼 수 있었다"고 답했다. 계급사회의 최상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 또는 그러한 자에 대한 선호는 인간의 본능 충족에서 기인하는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