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르투갈, 미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국가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축구 전설 지네딘 지단이 이들 제안을 모두 물리치고 오로지 ‘프랑스 대표팀 감독’만을 노리는 것 같다고 프랑스 스포츠지 ‘레킵’이 8일 보도했다.
카타르 월드컵 종료 직후 8강에 그친 브라질이 지단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다는 뉴스가 시끌벅적하게 나왔었다. 그리고 이어 다음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공동 개최국 중 하나인 미국이 감독직을 지단에게 제시했고, 포르투갈도 지단에게 제안서를 내밀었다는 보도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레킵은 지단은 이들 제안을 모두 물리치고 오로지 3년 반을 더 기다리면서 차기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12년 취임해 초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디디에 데샹 감독이 작년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퇴임하고, 그 후임으로 지단이 유력시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준우승까지 거머쥔 데샹을 물리친다는 것은 프랑스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한편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이 7일 지네딘 지단을 비하하는 듯한 공개 발언을 하자 지단을 우상으로 여겨온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핵심 킬리안 음바페는 자신의 SNS에 “지단이 곧 프랑스다. 지단과 같은 전설을 저렇게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발단은 데샹 감독의 연임을 발표한 뒤 인터뷰에서 노엘 르그라에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이 한 발언이었다. 지단이 브라질 감독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르그라에 회장은 “지단이 브라질로? 잘 모르겠다. 놀랍긴 하다. 지단 감독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지단과 만난 적도 없고 데샹 감독과의 결별을 고려한 적도 없다”며 “지단이 브라질 감독이 된다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고 대답했다.
후임 감독으로 유력시되던 지단이 다른 나라의 대표팀 감독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질문에 그냥 말뿐이라도 ‘아쉽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조롱조로 일관한 르그라에 회장의 대응은 비난받을 만했다.
1998년 음바페가 태어난 해에 ‘아트 사커의 장인’ 지단은 프랑스 대표팀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더구나 음바페의 어머니와 지단의 부모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북부의 카빌리 부족 출신으로 같은 베르베르어 사용 집단이었다고 한다.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연결되는 지단과 음바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하얀 아프리카’에서 나와 프랑스에 뿌리를 내리고 축구 전설로 떠오른 음바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아버지 격인 지단을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이 남의 나라 사람 얘기하듯 무심하게 대하는 것을 참고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 지단은 2021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 사퇴 뒤 아직까지 무직 상태다. 데샹이 앞으로 중도하차하지 않는 한 그의 프랑스 대표팀 감독직 취임은 최소한 3년 반은 뒤로 늦춰진 셈이다. 지단의 고집스런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