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3.02.01 11:31:35
파블로 피카소의 걸작 ‘다림질하는 여인’. 위대한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껄끄럽지만, 굳이 지금 시세로 따진다면 약 2500억 원에 거래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작품을 고작 4000만 원에 판매한 판매자의 유족이 판매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작품이 판매된 1938년 당시 독일의 나치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거래였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대계 독일인 칼 아들러의 유가족이 최근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상대로 피카소의 유화 ‘다림질하는 여인’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뉴욕주 법원에 냈다.
당장 시장에 나오면 최대 2억 달러(약 2460억 원)에 거래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피카소의 ‘청색시대’ 대표작으로 꼽힌다. 청색시대는 피카소가 가난한 하층 계급에 집중하면서 작품에 푸른색 컬러를 사용해 표현한 시기를 말한다.
피카소가 1904년 완성한 이 작품은 독일 뮌헨의 유명 화상(畫商)인 저스틴 탄하우저가 1916년 아들러에게 판매했다. 그러나 아들러는 이 작품을 1938년 탄하우저에게 되팔았다. 나치가 집권하면서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자 독일을 탈출하기 전 정리한 것이다. 이후 탄하우저는 미국으로 이주했고, 1978년 구겐하임 미술관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기증했다.
아들러의 유족은 이 가운데 1938년에 이뤄진 거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나치 탓에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들러가 피카소 작품을 되팔고 받은 금액이 1552달러, 현재 환산금액으로 3만2000달러(약 39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황 증거로 들었다. 20세기 초반부터 세계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끈 피카소 작품치곤 헐값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즈는 실제 아들러가 탄하우저에게 이 작품을 되팔기 6년 전에 1만4000달러 가격표를 붙여 시장에 내놨던 사실도 서류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구겐하임 미술관 측은 미술관의 소유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러와 탄하우저는 오랜 기간 거래를 했고, 1938년의 거래도 불공정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에 이 작품의 소유권 문제와 관련해 아들러의 자제와 접촉했을 때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