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3.04.05 11:14:29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일전에서 패했는데도 한국 특유의 비장함이 보이지 않는 등 한국 내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기무라 간(木村 幹·57)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4일 뉴스위크 일본판에 기고한 ‘일·한전 승패에 일희일비했던 예전의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에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고 〈한국현대사〉 , 〈한국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종·민비〉’ 등의 저서를 펴냈다.
4일 서울신문은 “기무라 교수는 WBC 야구 한일전 패배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발표에 대한 시민단체 대응 등을 지켜보면서 일본에 대한 한국 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을 실감했다며 이를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조짐으로 해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기무라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WBC 한일전 중계를 보던 중 과거와 달리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중계 캐스터가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며 “평소의 일·한전, 특히 한국 대표팀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비장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무라 교수는 WBC 한일전 다음날인 11일 야당과 시민단체가 연 대규모 주말 집회에서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단체와 야당이 공격의 화살을 돌린 대상은 일본 정부보다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안을 발표한 윤석열 정권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난이 향한 곳도 윤 대통령이었다. ‘기시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라고 썼다.
하지만 기무라 교수는 “만일 이런 현상이 한국 사람들이 일·한 관계를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증거라면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기가 없을 것 같은 해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고, 일본이 WBC에서 우승한 날 한국 언론에는 일본 대표팀을 칭찬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기사 끝에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교과서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는 한국 내 반발이 여전히 거세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일본보다는 정부에 더 집중돼있는 이유가 한국 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는 점 등은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