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르탕 지음 /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펴냄 / 2만원
피에르 르탕은 열일곱 살의 나이에 ‘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그리며 화려하게 데뷔해 ‘보그’, ‘하퍼스 바자’, ‘뉴욕타임스’, ‘르몽드’를 비롯해 샤넬, 에르메스, 카르티에 등 유명 패션 하우스와 협업하고, 영화와 무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던 20세기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다.
평생 열정적인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가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한 세계의 저 끝에 당도하기 위해 고집스레 걸어가는 이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펜과 잉크로 직접 그린 70점의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 펴냈다.
펜과 잉크로 정교하게 그린 70점의 일러스트와,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한 세계의 끝까지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펼쳐진다.
전 루브르 박물관장인 피에르 로젠베르그와 같은 저명인사를 비롯해 애장품의 흔적만을 간직하고 있는 파산한 귀족, 영화와 패션계의 거장, 샤넬의 가장 인기 있는 향수를 만든 조향사, 카를 라거펠트와 십 년 넘게 일한 샤넬의 디자이너, 유랑하는 댄디, 집착에 가까운 수집벽의 괴짜 등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르탕은 가장 빛나는 한 장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 넣는다.
피카소가 친구들에게 손수 만들어준 담배꽁초 케이스 등 알려지지 않은 예술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빛나는 한 장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 넣는다. 수집하는 마음과 우리의 유한한 생에 관한 놀랍고도 따뜻한 책이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가슴 뭉클하다.
오래도록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던 순간의 환희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허망까지, 책은 수집하는 마음을 차분하게 탐구하며 우리의 유한한 생에서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소유하는 것의 의미를 성찰한다. ‘르피가로’가 “과거를 고백하는 남자”로 르탕을 추억했듯, 책은 그의 오래된 기억을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따뜻하고도 묘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옮긴이 이재형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여러 대학에서 불어불문학 강의를 했다. 1996년부터 프랑스에서 머무르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예술을 다룬 여행서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와 ‘프로방스 여행’, 르퓌 순례길 여정을 그린 ‘프랑스를 걷다’를 집필했으며, ‘꾸뻬 씨의 사랑 여행’ ‘세상의 용도’ ‘인간 불평등 기원론’ ‘뉴노멀 교양수업’ ‘스페인의 밤’ ‘나는 걷는다 끝.’ ‘그리스인 조르바’ ‘가벼움의 시대’등 150권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프랑스 작품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