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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획] 화학기업이 자동차는 물론 막걸리와 손잡았다, 왜?

SK케미칼, 자동차에도 막걸리에도 순환 재활용 기술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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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7호 김응구⁄ 2024.12.24 11:19:37

기아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차세대 친환경 차량 비전을 제시하는 ‘EV3 스터디카’를 제작하고, 이의 스토리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사진=기아
 

국내 대표 화학 기업인 SK케미칼(대표 안재현)이 자동차 기업은 물론 막걸리 기업과도 손을 꼭 잡았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한 가지. 바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서다.

현대차·기아와 협력해 스터디카에 순환 재활용 기술 적용

SK케미칼은 지난 11일 현대차·기아 AVP본부 기초소재연구센터(이하 현대차·기아)와 함께 ‘순환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 6종을 기아 ‘EV3 스터디카’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먼저, 순환 재활용이라는 뜻부터 알아야 한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분자(分子) 단위로 분해한 후 다시 원료로 만들어 반복해서 사용하는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여기서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는 방식을 ‘해중합’이라고 하는데, 석유 기반으로 만든 새 제품과 거의 같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2023년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현대차·기아가 주관해 제작한 ‘EV3 스터디카’는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해 기존 ‘EV3’의 내·외장과 새시 플라스틱 부품 일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번 스터디카 제작을 위해선 총 22개의 재활용·천연 소재 기술이 개발됐으며, 이 기술들은 기존 ‘EV3’의 주요 부품 69개에 대체 적용됐다.

‘EV3 스터디카’는 특히 ‘Car-to-Car(카투카)’ 방식을 적용했다. ‘카투카’는 폐차에서 회수한 플라스틱을 분쇄·선별해 필요 소재만 추출하거나 화학적 분해 후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려 이를 새로운 차량 부품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차량 내장재는 버려진 사과 껍질로 만든 ‘애플 스킨’과 ‘버섯 폐배지 기반 레더’ 같은 비식용 천연 소재가 사용됐다. 비식용 천연자원은 기존 가죽보다 화학물질 사용을 줄여 자원순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EV3 스터디카’ 인포그래픽. 그림=기아


‘EV3 스터디카’에 SK케미칼의 순환 재활용 페트가 적용된 부품은 모두 다섯 가지다. 헤드라이너, 시트, 크래시 패드, 도어 패널, 도어 암레스트 등이다. 이와 함께 SK케미칼의 신규 폴리에스터 연질 소재인 ‘FLEXIA’가 바닥 매트에 적용돼 재활용이 쉽도록 했다.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소재는 ‘EV3 스터디카’의 섬유 제품군에 적용됐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 페트 소재는 섬유에 사용되는 원사(原絲)의 생산, 색상 구현, 내구성 유지 면에서 제약이 있어 차량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SK케미칼과 현대차·기아는 순환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각 부품이 필요로 하는 물성에 맞는 조건을 구현하고자 14개월간의 협업을 진행했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가 자동차 업계의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동차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기 위한 협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SK케미칼 강석호 리사이클 M&BD/운영실장은 “지속 가능한 자동차의 궁극적 목표인 카투카(Car-to-Car) Closed Loop 구현을 위해선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회사, 소재 회사 등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SK케미칼은 앞으로도 완성차·부품·소재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리사이클 산업의 선도사로서 패키징뿐만 아니라 의류·전자기기 산업 등으로 순환 재활용 기술 적용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케미칼은 2022년 세계 최초로 해중합 기반의 순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상업 생산을 시작한 이후 화장품, 식품, 패션, 자동차, 음료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상업화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순당 프리미엄 제품 용기에 순환 재활용 페트 적용

국내 전통주 제조기업 국순당과는 순환 재활용 소재로 주류 용기를 만들어 상용화했다.

지난 11월 25일 SK케미칼은 “국순당의 프리미엄 전통주 ‘옛날 막걸리 古’ 용기에 순환 재활용 페트를 적용했다”고 알렸다. 국내 전통주 용기에 순환 재활용 페트 소재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전통주 용기에 사용하는 석유화학 기반의 페트 소재를 대체하고자 지난 7월 업무협약(MOU)을 맺고 순환 재활용 페트 용기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어 순환 재활용 플라스틱인 ‘스카이펫(SKYPET) CR’을 제품 소재로 선정하고 사출 성형성, 내열성(耐熱性), 내충격성 등 주류 용기의 제조·유통에 필요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유통은 물론 수출 시 적도(赤道)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용기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술의 맛과 품질이 유지되는 용기를 개발해냈다.

 

SK케미칼은 국내 전통주 제조기업 국순당과 함께 순환 재활용 소재로 만든 주류 용기를 개발했다. 사진은 이 용기가 사용된 ‘옛날 막걸리 古’. 사진=국순당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세척한 후 다시 플라스틱의 원료로 쓰는 물리적 재활용과 달리 SK케미칼의 ‘스카이펫 CR’은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 저하 없이 반복적인 재활용이 가능해 다양한 식품 용기에 적합한 소재로 인정받고 있다.

전통 발효법으로 양조하는 전통주는 생산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특유의 맛·향·색 등 품질이 엄격히 관리·유지돼야 해 기존 석유화학 소재와 동등한 수준의 물성 구현이 필요하다. ‘스카이펫 CR’ 역시 앞서 소개한 해중합 기술 기반의 소재다. 폐플라스틱이 원료지만 석유 기반 페트 소재와 같은 품질과 물성을 구현할 수 있다.

해중합 방식의 순환 재활용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한 원료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어, 플라스틱의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재활용 사용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고 있어,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 개발은 수출을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국순당은 ‘옛날 막걸리 古’를 시작으로 수출 제품군 용기에도 ‘스카이펫 CR’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번 사례 외에도 주요 막걸리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변경하고, 라벨에 절취선을 적용해 분리배출이 쉽게끔 하는 등 환경을 고려한 포장재 개발에 한창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EU 등 선진국에선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리사이클링 플라스틱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순환 재활용 소재 용기를 개발하고 분리배출이 쉬운 라벨을 적용하는 등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은 환경문제 해결과 해외 진출을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말했다.

SK케미칼 김현석 사업개발본부장은 “국순당과의 협력을 통해 소스·생수·음료 용기부터 주류 용기까지 식음료 시장에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각 산업군이 필요로 하는 물성을 구현하도록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다양한 산업계 제조사와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해 리사이클 소재 사용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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