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4.22 14:01:19
간편 금융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해 창립 11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1조 9556억원으로 전년 대비 42.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07억원, 당기순이익은 213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수치도 영업수익 5871억원, 영업이익 115억원, 당기순이익 480억원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 같은 성과는 송금·결제·증권·쇼핑·광고 등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이를 통한 사용자 기반 확대 덕분으로 분석된다. 토스의 와이즈앱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4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하며 금융 앱 부문에서 카카오페이를 제쳤다
특히 송금, 중개, 광고, 간편결제 등 수익 기여도가 높은 컨슈머 서비스 부문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MAU 증가로 간편결제, 커머스, 광고 등을 통한 수익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간편 송금에서 슈퍼 앱으로…카테고리 다각화 효과
토스는 하나의 앱에서 결제, 송금, 보험, 증권, 대출, 쇼핑, 세금까지 가능한 ‘원 앱 전략’을 기반으로 사용자 락인(Lock-in)을 극대화하고 있다.
토스는 초기 간편 송금이라는 단일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결제, 투자, 대출, 보험, 쇼핑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원 앱’ 기반의 슈퍼 앱으로 진화했다. 초기 수익성이 낮았던 송금은 은행·증권사 등 금융 파트너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전환하며 수익 기반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토스가 2020년 LG유플러스 결제 사업 인수를 통해 설립한 토스페이먼츠는 2023년 기준 6.5조원의 간편 결제 이용액을 기록하며 수익 다변화에 기여했다. 토스페이먼츠의 2023년 말 기준 가맹점 수는 23만 개를 넘어섰으며, 연간 거래 건수는 5억 건에 달한다. 토스 쇼핑은 앱 내 체류 시간을 18% 증가시키며 커머스 기반 광고 수익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사용자당 평균 월 체류시간이 증가하고, 월간 사용자 중 2개 이상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은 70%를 넘겼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토스가 1973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해 은행·뱅킹 앱 사용자 1위를 차지했다. 토스는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153.53분으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토스는 2024년 기준 광고주 수를 2800여 개까지 늘렸으며, 사용자 검색 기반 타깃 광고 알고리즘을 도입해 광고 전환율을 평균 3배 이상 높이는 성과도 냈다.
여기에 2021년 출범한 토스증권과 토스뱅크까지 흑자 가도에 올라서며 회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스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2023년 15억 원에서 2024년 1492억원으로 1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었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 잠정치는 약 432억원으로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토스증권, 2024년 순이익 1,492억…3년 만에 효자 계열사로 도약
토스증권도 출범 3년 만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투자 대중화’라는 비전에 한 걸음 다가갔다. 2024년 연결 영업수익은 4266억원으로 전년(2020억원) 대비 111.2%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1488억원을 기록해 전년(-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또한 순이익은 1312억원으로 전년(15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해외 주식 부문이다. 지난해 11월, 토스증권은 ‘편의성 중심의 신규 플랫폼’으로 국내 증권사 최초로 월간 해외주식 거래대금 30조 50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211% 급증하며 글로벌 거래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가입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660만명에 달했으며, 이 중 2030세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80만명, 일간 활성 사용자(DAU)는 75만명을 돌파했다.
모바일 중심의 직관적인 UI/UX, 실시간 소수점 매매, 환전 절차 없는 간편 해외 매매, 투자 커뮤니티 등의 사용자 경험은 토스증권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2022년 도입한 ‘주식 모으기’ 기능은 적립식 투자에 대한 수요를 흡수했고, 2024년부터는 실시간 해외채권 거래와 리서치센터, PC(WTS) 플랫폼을 확대하며 전문 투자자까지 아우르고 있다.
다만, 전체 수익 구조 중 해외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점은 실적 변동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토스증권은 2024년 2월 금융위로부터 장내파생상품 투자중개업 인가를 획득하고, 연내 해외 옵션 거래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차, 연금 서비스 등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미국 법인 TSA(Toss Securities Americas Inc.)와 손자회사 TSAF(TSA Financial LLC)를 설립해 현지 브로커딜러 라이선스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되면 현지 브로커 증권사 없이 미국 주식 거래를 중개할 수 있어 관련 수수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신사업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2030세대가 이끄는 투자 대중화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토스뱅크, 출범 3년 만에 첫 연간 흑자…포용 금융으로 성장 기반 다져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도 창립 3년 만에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하며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2024년 토스뱅크는 당기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75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여섯 분기 연속 흑자 기록의 연장선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자리 잡혔음을 보여준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순이자수익의 대폭 증가다. 2024년 토스뱅크의 순이자 이익은 7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37.7%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은 2.53%로 0.35%p 개선됐다. 여신 잔액은 14조 6000억원(17.7% 증가), 수신 잔액은 27조 5000억원(16.0% 증가)을 기록하며 양적 성장도 이어졌다.
특히 중저신용자 및 무주택자를 위한 포용 금융 전략이 돋보였다. 2023년 9월 출시된 전월세보증금대출 상품은 1년 만에 잔액이 6배 급증한 2조 3000억원에 달했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3.96%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나눠 모으기 통장’ 등의 저축성 예금은 10조 9000억원으로 늘어나며 수신 자산 안정성에도 기여했다. 연체율은 1.19%로 전년 대비 0.13%p 낮아졌고,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81.87%로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강화됐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15.90%로 전년 12.80%에서 크게 향상되며 재무 건전성 역시 개선됐다. 토스뱅크는 계좌 개설, 송금, 금융상품 가입 등 전 과정을 모바일 기반으로 제공하며, 2023년 기준 가입자 수는 800만 명을 돌파했다.
청소년 대상 ‘토스유스카드’, 중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대출, 신용 관리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특화 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등 컨소시엄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자금조달 안정성과 상품 개발의 속도도 확보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연간 흑자 달성은 양적·질적 성장의 결과이며, 포용적 금융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지속 실현해 나가겠다”며, “향후 금리 하락기에도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탄력적인 성장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 앱 전략과 글로벌 기반 확대…‘2025년 미국 상장’ 준비 가속
토스는 이 같은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2025년 미국 상장을 추진하며 글로벌 슈퍼 앱으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25년을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북미·동남아 시장 진출을 통해 K-핀테크의 위상을 글로벌 무대에 각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사용자 중심의 혁신, 데이터 기반 최적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정교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토스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 기조, 저출산에 따른 신규 고객 유입 둔화,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등은 토스뱅크의 중장기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토스증권의 경우 수익 구조가 해외 주식에 편중돼 있어,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2025년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외국계 투자은행 등과 비공식 미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장 전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승건 대표는 “10년 만의 흑자는 사용자 중심의 설계와 집요한 서비스 최적화가 만든 결과”라며 “미국 상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금융 슈퍼 앱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