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5.04.25 16:43:13
지난 2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온 미국 대표 지수가 연초부터 하락 전환했다. 글로벌 증시를 주도해 온 미국 시장의 주도주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하락 신호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한 시장 지표가 있다. 다름 아닌, 자산 배분 방법론에서 거론되는 '카나리아 유니버스(Canary Universe)'다.
미국발 관세 충격과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 투자 전략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변동성 높은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전략과 국가별 기회 요인을 김상미 키움투자자산운용 상무와 함께 논의해 본다.
-1991년,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게리 브린슨(Gary Brinson)은 포트폴리오 성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개별 종목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보다 자산 배분이 90%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주장이 오늘날의 투자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브린슨의 연구는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절대적인 수준(level)이 아닌 변동성(variance)의 91.5%가 자산 배분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자산 배분이 반드시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관리하는 데 자산 배분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자산 배분의 영향력은 수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무에서도 그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시장이 하락하거나 상승할 때 적절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 성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개별 종목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의 가치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산 배분이 큰 틀을 제공한다면, 세부 전략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민연금이나 대형 연기금, 보험사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전략적 자산 배분(SAA, Strategic Asset Allocation)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데, 이때의 전략적 자산 배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략적 자산 배분은 사전에 설정한 투자 기간 내에서,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의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자산(주식, 채권, 대체 자산 등)의 조합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자산 배분 전략은 투자 기간, 위험(변동성) 수용 수준, 기대 수익률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고려해 설계된다. 이때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유형은 크게 정적 자산 배분과 동적 자산 배분, 두 가지로 나뉜다.
정적 자산 배분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 배분 비율을 사전에 설정하고, 이를 자주 변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된 ‘6:4 포트폴리오’나 미국 대형주 25%, 미국 초단기 국채 25%, 미국 장기 국채 25%, 금 25%로 구성된 ‘퍼머넌트 포트폴리오’는 경제 사이클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대표적인 정적 자산 배분 전략이다.
반면, 동적 자산 배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접근법이다. 이는 시장 국면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보다 역동적인 자산 배분을 추구한다."
- 미국 시장이 기록해 온 지난 2년간의 강한 상승장과 현재와 같이 변동성이 높거나 조정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시장 정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전략이 있다면?
"동적 자산 배분 전략, 그중에서도 2022년 바우터 켈러(Wouter Keller)가 제안한 자산 배분 모델인 BAA(Bold Asset Allocation) 전략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BAA는 상승장에서는 위험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고,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안전 자산으로 전환해 손실을 방어하는 유연한 대응력을 보여줬다.
이 전략의 핵심은 ‘카나리아 유니버스(Canary Universe)’다. 카나리아는 탄광에서 유독 가스를 감지하며 다가올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대상을 의미하는데, 투자에서도 시장 변동성을 조기에 포착하고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카나리아 시그널이 존재한다. 이 시그널이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2025년 초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봤다.
BAA 전략에서 활용되는 카나리아 유니버스는 미국 주식(S&P500 ETF, 티커명 SPY), 선진국 주식(북미 제외, EFA), 신흥국 주식(EEM), 미국 종합 채권(AGG) 등 4가지 자산군의 모멘텀 지표를 활용한다. 이 모멘텀 중 하나라도 음수값이 나타나면,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부정적 신호로 간주해 안전 자산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2025년을 예로 들면, 카나리아 유니버스는 1월 초부터 지속적으로 네거티브 시그널을 보냈다. 이는 미국 시장만 주시하는 투자자라면 놓칠 수 있는 글로벌 변동성 확대 신호를 효과적으로 탐지한 사례다.
일반적인 주식 시장 지표는 6개월에서 1년간의 가격 추이를 반영하므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S&P 500의 둔화 흐름이 이전 2년간의 강세 흐름으로 인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카나리아 유니버스는 미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자산군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투자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조기에 포착했다.
BAA 전략에서는 카나리아 유니버스가 네거티브 신호를 발령하면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100% 전환한다. 2025년 초를 기준으로, 이 신호에 따라 1~2월에는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미국 단기 국채 ETF(BIL)에 투자했으며, 3월에는 모멘텀이 높은 안전 자산인 미국의 중장기채, 채권 종합 ETF, 회사채로 투자 자산을 전환했다.
그 결과, 3월 14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YTD)은 1.17%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7%에 달하는 수익률로, 같은 기간 S&P 500의 -5.41%와 비교해 시장을 크게 상회(아웃퍼폼)하는 성과다. 이는 카나리아 유니버스가 시장 하락을 조기에 감지하고 안전 자산으로 신속한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카나리아 유니버스는 네거티브 시그널이 발생하면 즉시 안전 자산으로 전환하지만, 네거티브 시그널이 사라지는 순간 위험 자산으로 100% 전환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경우, S&P500(SPY), 나스닥(QQQ), 글로벌 기술주(IXN) 등 위험 자산 가운데 상위 모멘텀 자산을 선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처럼 점진적 이동보다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신속히 대응하는 이 전략은 약세장에서 위기 대응력이 우수하고, 시장 회복기에도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투자자는 엑셀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이 신호를 추적하고 자산 배분을 조정할 수 있다."
-카나리아 유니버스에서 모멘텀의 구체적인 산출과 자산 배분 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모멘텀이란 특정 추세가 계속되는 정도를 의미하는 물리학적 용어인데, 투자자들은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자산 비율을 능동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모멘텀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카나리아 유니버스는 이 중 13612 가중 모멘텀(13612W)과 상대 모멘텀(Relative Momentum)을 활용한다. 13612W는 카나리아 자산군의 변동성 신호 판별에 사용되며, 상대 모멘텀은 신호 작동 시 투자 자산과 비중을 결정하는 데 활용된다.
BAA 전략에서 13612 가중 모멘텀은 카나리아 자산군(SPY, EFA, EEM, AGG)의 1개월, 3개월, 6개월, 12개월 수익률을 연율화(특정 기간의 증가율이나 감소율을 1년으로 환산)한 후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한 값이다. 4개 자산 중 이 값이 하나라도 음수이면 부정적 신호로 간주해 7개 안전 자산(BIL, TLT, IEF, LQD 등) 중 상대 모멘텀 값이 높은 상위 3개 자산을 선별해 균등 비중으로 배분한다. 반대로, 카나리아 신호가 부정적 상태에서 벗어나면 100% 위험 자산으로 전환하며, 12개 위험 자산(QQQ, SPY, IWM, VEA 등) 중 상대 모멘텀이 높은 상위 6개를 선별해 동일 비중(각 16.67%)으로 투자한다.
이때, 투자 자산을 선별하는 상대모멘텀은 각 자산의 이번 달 종가를 이번 달을 포함한 최근 13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한다.
한편 BAA를 보다 단순화한 HAA(Hybrid Asset Allocation) 전략의 경우, 카나리아 자산군으로 TIPS(미국 물가연동채)만을 사용하며, TIPS의 비가중 13612 모멘텀(TIPS의 1·3·6·12개월 수익률의 단순 평균 값)이 양의 값이면 8개 위험 자산군 중 상위 4개를 선별 투자하며, 이 모멘텀이 네거티브로 전환될 때 안전 자산(BIL, IEF) 중 하나로 전환해 변동성을 줄인다."
자산 배분 전략에서 이처럼 산술적 방식으로 모멘텀을 판단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정성적 뷰를 결합해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글로벌 국가에 놓인 위기와 기회 요인을 함께 점검해 본다.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과 관련해 미국 펀더멘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현재와 같은 조정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현재 미국 증시는 관세 정책과 경기 둔화 우려로 조정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보편 관세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성장 둔화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기에 소비 심리 악화와 기업 이익 전망 하락이 맞물리며 글로벌 자산 재배분을 촉발시키고 있다.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2%에서 최근 66%까지 치우친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국면은 리스크 분산의 기회로 보인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며 모든 소득 계층, 연령대, 지역에서 소비 심리가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장기 기대치가 급등하며 심리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소비심리는 3월보다 10.9% 급락한 반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3월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세와 정부 정책 혼란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PCE(개인소비지출) 데이터에 따르면 저축률이 최근 상승했는데,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실업률과 실질임금 상승률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해 즉각적인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현재 조정 국면의 장기화 여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연준(Fed)의 대응에 크게 좌우된다. 트럼프의 협상 방식에 따라 관세가 완화되면 충격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강경책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심화되며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상회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안정성으로 인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양적 긴축(QT) 축소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주지만, 인플레이션 기대 급등이나 관세 충격 확대 시 현재의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 이는 위험 자산의 변동성을 높이고 조정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키운다.
뿐만 아니라, S&P 500은 고밸류에이션 논란에 직면해 있다. AI 중심의 기술주 선호도 딥시크 등 중국 관련 이슈로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단기 성과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이 같은 조정 국면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유럽으로 이동하며 시장 성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럽 시장이 부각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
"유럽 시장의 상승은 트럼프 정책의 반사 효과뿐 아니라 작년부터 이어진 준비된 환경에서 비롯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유럽 경제에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하며, 유로화 약세와 맞물려 유럽 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ECB는 지난해 6월 금리인하를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총 150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시장에 명확한 시장 안정 신호를 주는 동시에, 고용과 물가 사이에서 주춤거리는 미국 연준과 대비되는 행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하는 것과 달리, ECB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진행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은 지난해 12월 1.1%에서 올해 0.9%로 하향 조정됐다.
안정적인 물가와 성장률에 대한 우려는 ECB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재료로 작용하며, 시장에서는 연내 2회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유럽 주식 시장에 유동성을 더하며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미국보다 저렴하고, 변동성도 적은 상황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판단을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주식 시장이 미국을 크게 상회했던 시기는 2000년에서 2009년으로, 이는 2000년대 미국 시장이 기술주 거품으로 길고 고통스러운 조정을 겪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역사를 아는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을 비슷한 맥락으로 보고 유럽에 베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시장 가운데 부각되고 있는 섹터와 기업은 무엇인지?
"유럽 시장에서 부각되는 섹터는 방산, 소프트웨어, 금융이다. ‘방산’은 자율적 안보 의지와 제조 기술 전환을 주요 축으로,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자립과 인프라 투자로, ‘금융’은 자금 조달과 안정성으로 각각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럽 방산 섹터는 트럼프의 관세 발언과 미국의 NATO 지원 축소 우려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미국에 의존하던 안보를 이제 유럽 스스로 책임지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며, 방위비 증액과 방산 산업 활성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긴장, 트럼프의 푸틴 친화적 태도와도 맞물린다.
유럽의 방산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동차 등 기존 제조업의 유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유사성 때문이다. 때문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 제조 강자들이 자동차와 조선 등에서 확보한 제조업의 기술력을 방산으로 전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으로 침체됐던 전통 자동차 산업이 방산을 중심으로 생산 거점을 이동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방위비를 늘리며 방산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경제 성장률 제고가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섹터는 유럽이 미국 서비스에 의존하던 과거를 넘어 자국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부각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주권 강화와 맞물리며, 낙후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섹터의 부상은 장기적으로 건설과 제조업의 인프라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유럽이 자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섹터는 유럽 시장의 안정성과 자금 이동의 허브로서 주목받고 있다. 방산과 소프트웨어 투자를 뒷받침하려면 자본 시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유럽 은행과 보험사는 이를 지원하며 성장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방산과 위험 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며 금융 섹터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독일 시장이 부상하고 있는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021년 상장한 독일 DAX지수 ETF와 관련해 현재 기대 요인으로 부각되는 요소는?
"최근 독일 증시가 부상하고 있는 배경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 요인은 재정정책 확대 가능성이다. 독일 정부는 인프라 투자와 국방비 증액을 위해 약 5천억 유로(약 750조 원) 규모의 재정 패키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 인프라 패키지는 향후 10년간 매년 GDP의 약 1%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규모의 투자다.
독일이 주요 선진국 대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정 균형을 중시하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부채 관리를 엄격히 해온 모범 국가로 평가받는다. 독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약 63%로, 미국(약 124%)이나 유럽연합(약 82%)은 물론, 선진국 평균(100% 상회)보다 훨씬 낮아 재정 확대 여지가 크다. 독일 정부는 보수적 재정 기조 때문에 그간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해 왔으나, 이제는 이 여력을 활용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독일은 연방 재정 준칙인 ‘부채 브레이크(debt brake)’ 규정에 따라 GDP 대비 0.35%로 신규 부채 발행을 제한해 왔다. 그런데 이 준칙이 올해 3월부터 19년 만에 GDP의 1%(약 430억 유로)를 초과하도록 완화됐다. 이는 재정 확대의 신호탄이 되어 독일 경제에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후 독일의 군사 대국화를 제어해 온 ‘군비 브레이크’가 사라지며 방산 산업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더해, 독일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달 초 독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는 친시장 경제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리더십 아래, 독일 내에서 정부 지원과 시장 친화적 정책 강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재정 자극책을 1990년 독일 통일 시기와 비교한다. 당시 헬무트 콜 총리 주도로 동독 재건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것처럼, 이번 정책은 자동차 산업의 유휴 설비가 방산으로 전환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로 건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독일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반등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독일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17배로, 미국의 25배에 비해 저렴하다. 과거 2년간 독일 PER이 가장 낮았던 수준과 비슷해, 투자자 입장에서 저평가된 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이 맞물리며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장한 독일 DAX지수 ETF는 연초 이후 3월 말 YTD 기준 16.4%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독일의 재정 정책 발표 이전 약 80억 원이었던 ETF 규모가 최근 260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투자자의 관심이 급증했다."
- 한국과 중국 증시에 대한 평가는?
"한국 시장은 관세, IRA 철폐 논란, 정치적 변동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악은 지나갔다는 ‘바닥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 완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 등 정책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공매도 재개를 비롯한 금융감독원의 신뢰 회복 노력도 긍정적이다. 한국은 조선, 반도체, 2차 전지, 자동차, 철강 등 경쟁력 있는 산업과 화장품과 음식료 등 K-콘텐츠 수출 강세로 반등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 속에서 미국의 우방국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점도 주목된다.
중국은 오랜 기간 전통 산업 디레버리징과 차세대 패권 산업 투자를 병행하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이는 전기차 BYD와 테슬라의 주가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딥시크 AI 출시 이후 중국은 저비용과 규제 완화 측면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AI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태양광과 배터리 산업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를 비롯해 국제 신뢰도 문제로 글로벌 시장보다는 내수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예상되지만, 최근 동향은 전시 상황과 경제 안보를 대비해 부족한 산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 관련 제재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해운, 조선, 물류 산업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점진적으로 이행될 전망이며, 안보나 패권 위협과 무관한 생필품은 우선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