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 2025.06.13 15:10:36
최근 한화그룹 시가총액이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돌파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과 방산 3사를 중심으로 한 고속 성장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 내 방위산업 계열사들을 재편하고, 기술 융합과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한화를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화그룹 12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00조 92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삼성, SK, 현대차, LG, HD현대에 이어 국내 여섯 번째로 ‘시총 100조 클럽’ 가입 기업이 됐다. 1년 전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35조 8870억 원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시가총액을 3배 가까이 늘린 것.
급격한 시가총액 상승의 배경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이른바 ‘방산 3사’의 사업 호조가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년 만에 시총이 약 10조 원에서 44조 원대로 급증하며 그룹 전체 시총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기에 이르렀다. 한화오션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성장해 현재 시총 24조 원을 기록했다. 방산 3사의 합산 시총은 그룹 시총의 약 80% 수준이다.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으로, 2022년 부회장 승진 이후 방산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를 맡아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방산 3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한화를 미국 ‘록히드마틴’ 같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산 3사, 분야별 전문성 살려 시너지 창출
방산 3사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우주, 엔진, 정밀 유도무기 등 기술을 바탕으로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생산은 물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IT 기반 감시정찰, 통신·지휘통제 시스템, 정밀타격 솔루션 등을 제공하며 군용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을 통해 해군의 유·무인 복합체계 최적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3대 조선기업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2023년 그룹에 인수되며 새 출발한 회사로, 잠수함을 포함한 함정 건조 및 해양 전력 MRO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3사는 ‘글로벌 토털 방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목표로 기술 포트폴리오를 통합하고 있으며, AI 및 무인화 수요에 맞춘 시스템 고도화, 미국·폴란드·중동 등 수출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 들어 한화 방산 3사의 실적은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매출 2조 9914억 원, 영업이익 560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0.3%, 3060.2% 급증했다. 한화오션은 매출 3조 1431억 원, 영업이익 25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7.6%, 388.8% 상승했다. 한화시스템도 매출 6901억 원, 영업이익 582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27.9%, 26.8% 증가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2030년 글로벌 톱10 방산기업 도약하겠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 3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등을 유럽, 특히 폴란드에 빠르게 납품하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사업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최대 100% 지분 인수를 허용받았다.
또한 김 부회장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만찬에 참석해 미국 정부 및 방산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미 해군의 MRO(정비)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였고,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기술 협력 논의를 진전시켰다.
2024년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는 이미 북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곳을 거점으로 항공 엔진, 군함 건조 등 방산 3사의 통합 기술력을 북미 시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한화는 방산을 넘어 우주항공 영역까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6월 본사 회의에서 위성통신, 우주발사체, 해양 플랫폼 기술을 융합한 우주항공 전략을 제시하며, 민간 주도 우주 프로젝트(누리호 등)와의 연계를 통해 미래 방산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방산 전시회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 현장을 찾은 김동관 부회장은 “국가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사업환경에서 한화는 ‘사업보국’이라는 창업정신을 깊이 되새기고 있다”며 “미래 전장 환경을 이끌 기술력을 토대로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