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 한일 국교(國交)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린 이 자리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축사를 통해 “서로의 식견을 공유함으로써 협력할 수 있는 분야,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그동안 만들어온 교류의 장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는 것에 밝은 미래를 느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한 걸음을 함께 내디디자”라고 제안했다.
주일한국대사관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일한의원연맹 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를 비롯해 한일의원연맹 회장 주호영 국회 부의장 등 한일 인사 1000여명이 함께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중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 재개에 서로의 의지를 확인한 데 이어, 더욱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6월 16일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으로 이 자리에 불참했고,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관계에 안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을 맺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었던 2015년에는 기념행사가 따로 열리지 않았다. 다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각각 자국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후 양국 정상이 참석한 수교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한일 젊은 세대, 서로에게 친밀감 느껴
한국과 일본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 중심엔 젊은이들이 있다.
한국의 40~50대는 어릴 적 역사 교육이나 ‘어둠의 경로’로 들어오는 각종 문화 콘텐츠를 접하며 적대심과 동경심을 동시에 갖게 됐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가까운 나라’, ‘문화적 친밀도가 높은 나라’일 뿐이다. MZ세대는 일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꾸준히 여러 채널로 소통하며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2023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52.8%가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인 2022년 10월과 비교했을 때 6.9%p(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3.7%에서 46.4%로 7.3%p 감소했다.
이 같은 배경엔 1차 한류(韓流)와 팬데믹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촉발된 1차 한류는 수많은 일본 여성 팬을 양산했고, 이들의 팬심을 보며 자란 자식·손주들은 팬데믹 당시 넷플릭스·유튜브 등으로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연스럽게 한국과 더 가까워졌다.
특히, ‘K-드라마’는 더더욱 일본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일본 드라마가 꽤 높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초 방영한 TBS 드라마 ‘아이러브유(Eye Love You)’에는 배우 채종협이 한국 유학생 윤태오 역을 맡아 일본 배우 니카이도 후미(二階堂ふみ)와 로맨스를 펼치며 열도를 뒤흔들었다. 올해는 한효주와 오구리 슌(小栗旬)이 연기 호흡을 맞춘 ‘초콜릿 로맨스’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유명 ‘K-팝’ 아이돌 그룹에는 일본인 멤버가 한둘씩 끼어있다. ‘트와이스’의 미나·사나·모모, ‘에스파’의 지젤, ‘르세라핌’의 사쿠라·카즈하, ‘엔하이픈’의 니키, ‘아이브’의 레이 등이 한국인 멤버들과 전 세계를 누비며 K-팝을 퍼뜨리고 있다.
‘한류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일본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이다. 최근 들어 시부야(渋谷), 하라주쿠(原宿), 신주쿠(新宿) 못지않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국 음식점·주점은 셀 수 없고 한글 간판도 눈에 자주 띈다. 한국 화장품매장이나 한국풍 미용실도 그에 못지않고, 최근에는 한국어 학원이 많이 생겼다. 거리에는 K-팝 노래가 여기저기서 흐르고, 치즈핫도그나 회오리감자 같은 한국식 간식거리를 들고 다니는 일본인도 자주 보인다. 건물 외벽 전광판에는 K-팝 멤버들의 생일 축하 영상이 쉼 없이 돌아간다.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신오쿠보 거리에만 630개 넘는 한국인 점포가 있고, 이 지역을 다녀가는 사람만 하루 10만명이 넘는다.
작년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인원이 1200만명을 넘었다. 양국 간 교역 규모만 약 772억달러(106조)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