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카&테크] 전기차 주행거리는 가솔린차 2~3배?…테슬라 170만 km·현대차 66만 km 주행기록 ‘눈길’

배터리 수명 논란 ‘일축’… 내구성·신뢰도 입증

  •  

cnbnews 정의식⁄ 2025.08.08 14:25:28

충전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그룹
 

일반적인 가솔린 내연기관 차량의 수명은 13~15년 내외이며, 이 기간 동안의 평균 주행거리는 약 20만~25만 km 정도다. 관리를 잘해 30만 km 이상 주행하는 차량도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전에 새로운 차를 구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는 배터리 수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같은 배터리 사용 기기와 마찬가지로 2~3년 뒤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수십만 km 이상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이미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는 각각 170만 km와 66만 km를 넘는 실제 주행 사례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이에 버금가는 주행거리와 수명연한 기록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세계 최장 거리 주행 기록 보유자, 테슬라 모델 S 170만 km

전기차 누적 주행거리 분야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독일의 테슬라 오너 ‘한스요르크 겜밍엔(Hansjörg Gemmingen)’이다. 그는 ‘2013년식 테슬라 모델 S P85’를 구입한 이후 유럽 전역을 오가며 운행했고, 2023년 말 기준 누적 주행거리 170만 km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중 단일 차량 기준 최장 기록이며, 지난 6월 10일 그는 242만km 돌파를 인증했다.

 

한스요르크 겜밍엔이 자신의 모델S 차량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X
 

겜밍엔의 차량은 수년 간 90% 이상을 테슬라 슈퍼차저(급속 충전)로만 충전해, 전기차 고속 충전이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할 수 있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그의 차량은 현재까지 총 3회의 배터리 교체와 8회에 달하는 구동 모터 교체 이력이 있다. 1회 배터리 교체로 대략 50만~60만 km를 주행했으며, 가장 최근의 배터리는 성능 저하 없이 60만 km 이상 주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겜밍엔의 차량에서 발생한 내구성 이슈를 해결했고, 실제로 최근의 모델 3나 모델 Y 차량들은 고장 빈도가 대폭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겜밍엔은 “적절한 정비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꾸준히 해준다면, 전기차는 오히려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차량은 몇 차례의 감속기 부품 교체 외에는 심각한 결함 없이 대부분의 구성 요소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66만 km 달성… 고속충전 반복에도 배터리 성능 유지

테슬라 못지않게 기술적 완성도와 내구성을 입증한 사례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다. 기자재 설치·수거 영업사원 이영흠 씨가 운행한 ‘아이오닉 5 롱레인지 후륜구동(RWD)’ 모델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누적 주행거리 66만 km를 달성해, 현대차의 전기차 품질을 입증한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해당 차량은 수도권에서 충청·경상권까지 매일 장거리를 오가며 하루 평균 700~900km를 주행했다. 매일 100% 수준까지 급속 충전이 이뤄졌고, 전력 소모량이 높은 여름철과 겨울철에도 차량 성능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차 아이오닉 5로 66만 km 주행 기록을 세운 이영흠 씨. 사진=현대차그룹
 

놀라운 점은 배터리 잔존 수명이다. 차량이 58만 km를 돌파한 시점에서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해당 차량을 회수해 점검한 결과, 배터리의 상태는 87.7%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증 조건(통상 8년 또는 16만 km, 최소 70%)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차량에 대한 정기 점검과 오일류 교체 외에는 별다른 유지보수가 없었으며, 실제로 차량 주요 시스템에서 고장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감속기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은 정기 주기로 교체했으며, OBC(On Board Charger) 한 차례 수리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부품 상태가 양호했다.

 

앞서 겜밍엔의 테슬라 모델 S 주행기록이 여러 차례 배터리와 모터를 교체한 기록인 것을 감안하면, 단 한 차례의 배터리와 모터 교체 없이도 66만 km의 주행에 성공한 아이오닉 5의 기록은 한층 뛰어난 성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이 사례를 공식 채널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고,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개발에 실사례 데이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급속 충전과 장거리 주행이 반복되는 극한 조건에서도 시스템 효율과 배터리 수명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한 점은 현대차의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과 열관리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리프·볼트·i3·타이칸… 다양한 브랜드에서도 장거리 사례 축적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전기차가 장거리 운행 기록을 세우며 내구성을 과시하고 있다. 닛산의 전기차 ‘리프(Leaf)’는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는 스티브 마쉬(Steve Marsh)에 의해 42만 km 이상 운행됐다. 해당 차량은 완속 충전을 위주로 운행되어 배터리 열화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쉐보레 볼트 EV 2017년식 모델을 운행 중인 미국의 폴 맥닐(Paul MacNeil)은 출퇴근과 지역 배송 업무 등으로 약 33만 km를 운행했으며, 배터리 리콜로 한 차례 교체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성능저하 없이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BMW의 도시형 전기차 i3도 고주행 사례를 갖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리뷰어이자 커뮤니티 운영자인 톰 몰로우니(Tom Moloughney)는 i3를 약 30만 km 이상 운행했으며, 차량 특성상 장거리보다는 도심 주행 위주였지만, 배터리나 주요 구동계 부품은 큰 이상 없이 작동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리뷰어 톰 몰로우니의 BMW 전기차 i3. 사진=BMWBLOG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인 포르쉐 타이칸도 독일과 노르웨이 등지에서 택시 용도로 활용되며 약 30만 km 이상을 기록, 고급 전기차의 내구성 실증에 기여하고 있다. 포르쉐는 해당 차량에 대해 별도의 배터리 교체 없이 운행이 가능했으며, 택시 운행 환경 특성상 급가감속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내 결함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도 전기차 내구성과 장거리 운행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BYD의 대표 모델 e6는 중국 심천 지역에서 택시 차량으로 대거 도입되며, 50만~60만 km에 이르는 누적 주행거리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테슬라·현대차, 내구성·기술력 ‘투톱’

이처럼 다양한 전기차 브랜드에서 누적 30만 km를 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브랜드는 단연 테슬라와 현대차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기반 구동계 통합 설계와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통해 장거리 운행을 실현했고, 현대차는 배터리 관리와 냉각 시스템, 구동 효율에서 강점을 보이며 전기차 시장의 선두 그룹으로 올라섰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각 브랜드들의 전기차 경쟁이 일단락되면서, 최근에는 내구성을 중심으로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단순한 연비나 가격보다, 장기 운행에 따른 총 소유비용(TCO)과 배터리 잔존 가치가 소비자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