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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 최강 소통’ 李대통령의 소통 철학은? 100일 기자회견 앞둔 홍보수석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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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5.09.10 15:28:03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1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의 캐치 프레이즈가 ‘더 나은 경제, 더 나은 소통, 더 큰 통합’으로 잡혔다.

이 중 필자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더 나은 소통’이었다. 왜냐하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소통하는 역대 최초의 대통령을 지금 한국 국민은 맞고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흔히 TV 뉴스에 나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중 하나로 ‘문틀을 손으로 잡고 기자들과 묻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처럼 국가 정상이 이동 중에 즉석 질문을 받고 즉석 답변을 하는 전통이 있는 모양이다. 윤석열 직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이른바 ‘도어스테핑’도 이런 방식의 흉내였지만 MBC 이기주 기자의 질문 한 방에 맥없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오가며 서서 하는’ 질의응답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국무회의 현장을 가감없이 생중계로 다 보여주고, 취임 30일 또는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려는” 이 대통령의 자세에 대해, 오늘(10일) 아침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신박한 해석을 내놓았다.

생중계와 언론의 프레임 짜기

“생중계로 보여주니 조중동이 프레임을 짤 수 없다”는 탁월한 해석이었다. 프레임이란 ‘들여다보는 창틀’이다. 창틀은 풍경의 일부만 보여주고 전경(全景, full view)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프레임’은 보여주지만 동시에 못 보게 막는 역할도 한다.

이른바 '프레임 전쟁'에 대한 책의 표지. 전달자(메신저)의 재량 폭이 넓을수록 프레임을 짜기 좋지만, 유튜브 생방송의 개화로 이제 그러한 재량권은 크게 줄어들었다. 

예컨대 국무회의를 2시간 동안 하면 온갖 얘기가 다 나오는데, 그 중 특정 문장 하나둘에다가만 언론이 틀을 들이대고 보여주면서(다른 건 안 보여주면서) 언론의 해석까지 덧붙이면, 언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 또는 시청자의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해도 전후 맥락(콘텍스트)과 뉘앙스(어조) 등을 생략하면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 문장만을 보여주면서 언론이 슬프거나 코믹하거나 살벌한 배경음악을 깔면, 이 말은 슬퍼지기도 코믹해지기도 살벌해지도 한다. 과거 활자 시대에 신문은 이런 배경음악을 까는 전문가였다.

박 교수는 이 대통령의 생방송 효과를 이런 요지로 설명했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A에서 B로 가도록 해라’고 지시하면 계통을 밟아 지시가 아래로 내려가고 다시 그 반응이 계통을 밟아 올라오는 과정에서 열흘이 지난다면 간단했던 지시가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온갖 해석이 난무하면서”라고.

과거 활자든, 지상파 방송이든 ‘언론의 프레임 시대’에는 이러한 왜곡이 쉬웠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의 말을 생방송으로, 텍스트(한 문장)가 아니라 콘텍스트(전후 맥락)까지 다 보여주면 전달자의 왜곡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언론들이 프레임을 짜는 시대가 유튜브의 개화로 이제 영원히 안녕을 고했다는 해석이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세계 최초”

그러면서 박 교수는 “국무회의 내용까지 보여주는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세계 최초이자 최고”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생중계가 언론의 프레임 짜기를 근본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해석한 박구용 교수(왼쪽). 

물론 우려도 있다. 한 관찰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생방송을 하다가 뭔가 위기가 생겼을 때 대통령의 지시에 장관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하면 대통령이 망신을 당하면서 위기가 더 커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벌써 시전했지만, 벌써 생중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질문에 답을 생략하는 한 사례를 필자는 봤다.

이 대통령이 이런 가능성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인 만큼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생중계 노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일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이규연 대통령 홍보소통수석에게 물어보았다. “혹 대통령이 맹렬 소통의 철학적 바탕에 대해 얘기한 적 있냐”고.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해내는 방식이 체화돼(體化, 몸에 배어) 있다. ‘아무리 정책을 잘 만들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 되기 힘들다’, 즉 ‘좋은 정책의 50~70%는 소통에 달려 있다’는 철학을 갖고 계신 듯하다”는 답이었다.

펜에서 총천연색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의 기념 포스터. 

좋은 정책이 언론을 통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서 망가진 경험을 이 대통령이 해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취임을 전후해 이 대통령이 이런저런 생방송에 출연한 적은 많지만 이른바 지면(紙面, 종이 신문) 인터뷰에는 방일을 앞두고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한 것이 유일했던 이유가 일부 설명되는 듯도 하다.

‘언론 귀족’에게 ‘싱크 홀’ 사태?

그나저나 ‘기성 언론들’은 참 큰일났다. ‘프레임을 짜서 전달하는 데’서 기성 언론의 힘이 나오는 건데, 생방송이라는 뉴 미디어(통로)를 통해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만나면서 프레임을 짤 틈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언론 귀족에게 들이닥친 대규모 '싱크 홀'이라고나 할까.

박 교수의 진단대로 ‘소통의 킹’ 대통령을 맞으면서 언론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될 듯 싶다. 격변기에 잘 대응하는 언론은 흥할 것이요, 옛 방식(프레임 짜서 보여주기)을 고집하는 언론은 가라앉을 것이로다~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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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  100일 기자회견  박구용  뉴스공장  프레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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