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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환율 1400원대, 위기일까? ‘뉴노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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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5.11.25 10:17:07

원·달러 환율이 1.5원 오른 1,477.1원으로 집계된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여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며 우리 경제에 압박을 줬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 초부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환율도 1300원대 중후반으로 안착되는 듯했으나, 8월부터는 다시 1400원대를 오르내렸고, 11월 24일 현재 147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1500원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IMF 위기를 겪은 한국인들에게 당시의 환율(약 1400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치솟는 환율로 인해 겪어야했던 다양한 피해와 고통이 되새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뉴노멀(New Normal)’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과연 어떤 견해가 올바른 걸까?

현재의 높은 환율을 ‘위기’로 보는 관점은 여러 경제 주체들이 1997년 IMF 위기 당시 겪었던 충격과 불안 심리에 근거한다. 당시 고환율로 인해 원유, 원자재, 곡물 등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품목들의 수입 가격이 즉각적으로 상승했고, 이는 즉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훼손됐고, 가계 부채가 늘었다.

기업들도 고통받았다. 정유, 항공, 유통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원가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마진 압박을 받았고,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 상환 부담이 급증하며 순식간에 파산의 길로 내몰렸다. 당시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수많은 경제 주체의 뇌리에 남아있다.

반면, 현재의 고환율을 ‘뉴노멀’로 보고 적응해야 한다는 견해는 원화 약세의 배경이 단순히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닌, 글로벌 요인과 한국 경제의 내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현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예상보다 오래 유지하고 있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서, 달러 선호 심리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보니 원화를 비롯한 많은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유발한다는 것.

여기에 더해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 등 주요 교역 경쟁국들의 통화 가치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 역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들 국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상대적인 환율 조절 압력은 고환율 기조를 심화시킨다.

‘서학개미’ 등 한국 경제의 ‘달러 유출’을 확대하는 흐름이 원화 약세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도 팽배하다. 한국 기업과 개인 투자자,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등은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규모 해외 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 따지고보면 이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동시에 원화에 대한 구조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의 고환율을 심각한 경제 위기의 징후로 간주하기 어려운 이유는 더 있다. 현재 한국은 과거 IMF 위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인한 체력을 갖춘 안정적 경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단기 외채 비중 또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도 과거에 비해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단순한 환율 급등 자체만으로 과거와 같은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의 고환율을 ‘뉴노멀’로 간주하고,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처럼 보인다. 실제로, 해외 투자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시화,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 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어서,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이 변동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과거처럼 1200원대~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1400원대 이상의 환율이 유지되고, 심지어는 1500원대에서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고환율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정부는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유사시 안정화 조치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고환율 시대에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첨단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환율 효과에 의존하지 않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및 원자재의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달러 자산 등을 포함한 글로벌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고환율 시대를 안정적 재산 증식 기회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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