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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일본 신국립극장 공동 제작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 서울 공연 성료

도쿄 개막 이어 서울 공연까지, 희망의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은 '야끼니꾸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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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11.25 15:47:09

공연 사진. 사진=예술의 전당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작·연출 정의신)이 지난 11월 23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9일간의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지난 10월 도쿄 신국립극장에서의 개막을 시작으로 한·일 양국 관객의 큰 호응 속에 이어지며, 재연 후 14년 만에 돌아온 명작이 왜 지금 다시 무대에 서야 하는지를 온전히 증명했다.

재일한국인들이 겪어온 역사적 현실과 세대 간 상처를 깊은 인간적 시선으로 그려낸 정의신 연출은 일상의 소소한 유머와 그 이면의 아픔을 균형 있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정의신 연출은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은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붙들어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작가라면 결국 희망을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 포스터. 아미지=예술의전당

2008년 초연 멤버 4인(고수희·박수영·김문식·치바 테츠야)의 귀환은 초연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살리며, 한일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낸 섬세한 호흡과 앙상블은 이번 무대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정의신 연출은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언어의 장벽과 국적을 뛰어넘어 배우로서 함께 만들어내는 무대의 힘을 기대하며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공연 시작 20분 전과 인터미션 15분 동안 펼쳐진 프리쇼(Pre-show)는 관객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강력하게 기능했다. 장구와 아코디언의 라이브 연주가 울리고,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실제로 곱창을 굽는다. 고기 냄새와 음악, 배우들의 움직임이 뒤섞이면서 극장은 어느새 1970년대 간사이 지방의 작은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이 되었다.

정의신 연출은 “고깃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와 음악이 뒤섞이는 특유의 분위기를 무대에 구현하고자 했다”며 “저에게 연극은 제사와도 같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을 떠올리듯, 이번 공연에서도 제가 공들여 준비해온 음악과 장면을 관객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공연은 특유의 유머와 생동감을 잃지 않았다. 가족 간의 다툼, 농담, 일상의 순간을 배우들은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과 진한 공감을 선사했다. 이처럼 현실과 희망이 공존하는 톤은 공연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관객이 끝까지 이야기 속에 머물게 하는 힘이 되었다.

무대·조명·음악은 모두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좁은 골목과 가옥의 높낮이, 선술집의 소리 등을 무대에 세밀하게 반영함으로써 공간 자체가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기능했다. 특히 일상적 동작, 가족의 대화, 갈등의 순간까지 모두 이 작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면서 관객은 그 시대의 공기와 감정을 더욱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재일교포 가족의 서사는 2025년의 현재에도 강한 울림을 주었다. 정의신 연출은 “한국 공연 때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분들이 보내주신 눈물과 박수가 큰 위로였다”며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모든 순간을 정성껏 채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단순한 해외 합작 공연을 넘어,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창작진과 배우들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양국 배우와 스태프는 예술을 매개로 깊은 공감을 나누었고, 관객들은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경험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적 울림이 국경을 넘어 관객에게 전달되면서, 문화적 교류가 형식적 협력을 넘어 사회적·정서적 연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무대였다.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은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개막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9일간 공연을 거치며 많은 관객에게 짙은 감동을 전했다.

예술의전당은 “2008년 초연을 계기로 <야끼니꾸 드래곤>은 한일 공동 제작 공연의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이다.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서울 공연에서도 두 나라의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관객이 함께 호흡한 시간이 더욱 뜻깊었다”며 “오는 12월부터 일본에서 이어지는 공연을 통해 이번 한일 공동 제작의 의미가 더욱 넓게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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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일본 신국립극장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  정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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