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12.08 14:18:29
옛사람들의 한글편지를 통해 시대를 넘어 공감을 선사하는 기증유물특별전《한글편지, 문안 아뢰옵고》가 오는 12월 10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B에서 열린다.
전시되는 한글편지는 서울역사박물관이 개관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여러 시민이 기증한 것으로, 이를 정리, 연구하여 한자리에 모은 성과를 보여주는 기증유물특별전이다.
진성 이씨 종가, 광주 이씨 종가, 박한설 기증자, 정해동 기증자, 왕석산 기증자 등이 기증한 고문서이다. 아들과 어머니, 시부모와 며느리, 사돈과 형제자매 등 다양한 관계의 안부인사, 물건목록, 보고문을 포함한 총 60여 건의 편지를 만나 볼 수 있다.
한글편지는 한문 서신과는 달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널리 사용했고, 구어적 표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기에 그들의 일상과 감정을 더욱 생생히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의 ‘도입 영상’과 ‘어머니의 방’은 순천부사로 떠난 아들 오준영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연출한 공간으로, 서울에 살던 어머니가 아들을 먼 타국에 보낸 듯한 간절한 사랑과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옛한글은 띄어쓰기 없이 흘림체로 쓰였기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지만 판독문과 현대어 번역문을 패널과 키오스크로 제공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이야기 영상과 나레이션 등을 통해 한글편지를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편지를 쓰다’는 가족 간에 오가는 ‘효孝’와 ‘예禮’의 실천으로서의 한글편지, 제2부 ‘편지를 읽다’는 정보와 내용을 전달하는 실용적 소통수단으로서의 한글편지, 제3부 ‘편지를 보관하다’에서는 기증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의 활동을 조명한다.
마음을 담은 한글편지에서 얻은 공감을 바탕으로 연말연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직접 편지를 쓰고 보내는 체험도 마련했다. 시전지 문양 엽서에 편지를 쓴 뒤 전시실에 있는 옛날 우체통에 넣으면, 실제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옛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에는 사랑과 그리움,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 여러분께서도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정서를 온전히 느껴 보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