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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국내 제약사들, ‘위탁생산’으로 활로 찾는다…CDMO가 미래 성장축

한미약품·보령·에스티팜, 저분자·항암·RNA까지 영역 확장…신약 리스크 줄이고 글로벌 수요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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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한시영⁄ 2025.12.18 11:25:36

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비용 부담과 개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의약품 생산을 전문 기업에 맡기는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과 규제 강화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을 외부 전문 기업에 맡기는 아웃소싱 활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CDMO를 주요 성장 축으로 삼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미약품, 개발 중심에서 CDMO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서의 기존 사업 구조에서 위탁개발생산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원료의약품부터 합성, 바이오의약품 생산까지 전주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약품 전시회 ‘CPHI Worldwide’에 참가해 CDMO 사업 역량을 소개했다. 미생물 배양 기반 제조 설비와 세포주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가능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했으며, 글로벌 기준을 충족한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생산 역량도 함께 소개했다.


한미약품은 항체 의약품 중심의 기존 글로벌 CDMO 기업들과 달리 저분자 화합물 기반 CDMO 사업에 주력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저분자 의약품 생산에 활용되는 미생물 배양 기반 설비를 갖춰 비만·당뇨 치료제 등 관련 분야의 생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 사진=한미약품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생산·품질 관리 역량이 CDMO 사업 확대에 활용되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임상부터 상업 생산까지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한 제조 경험은 위탁생산 추진 과정에서 강점이 됐다.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은 이러한 규제 대응과 품질 관리 역량이 상업화 단계에서 확인된 사례로 꼽힌다.

 

한미그룹 원료의약품 전문 계열사 한미정밀화학도 CDMO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원료의약품 중심 사업에서 펩타이드와 PEG 등 당뇨·비만 치료제에 활용되는 기술·소재를 중심으로 생산 영역을 넓히고 있다. 6월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가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보령, 항암제 중심 글로벌 CDMO 사업 확대

보령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는 LBA(License-Based Acquisition) 전략을 바탕으로 항암제를 중심으로 한 CDMO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외 제약사와의 생산·공급 계약을 통해 기존 복제약 판매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CDMO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며 생산 내재화를 추진해왔다. 2022년 항암제 ‘젬자’를 시작으로 2024년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올해 2분기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까지 충남 예산공장에서 자체 생산 전환을 완료했다. 예산공장은 EU-GMP 인증을 획득해 유럽 수출을 위한 제조 기반을 마련했다.

 

보령 김성진 최고전략책임자(왼쪽)와 체플라팜 아르템 게보르키안 부사장(오른쪽)이 7월 15일 보령 예산캠퍼스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사진=보령


글로벌 CDMO 계약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은 2024년 대만 로터스와 세포독성 항암 주사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2026년 해외 공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올해 7월에는 독일 체플라팜과 ‘자이프렉사’, 10월에는 쥴릭파마와 ‘알림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CDMO 계약을 확대했다.


9월에는 사노피의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 사업권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생산뿐 아니라 해외 유통·판매까지 아우르는 사업권도 확보했다. 아울러 기존 동결건조 제형이던 ‘알림타’를 액상 제형으로 개선해 출시하는 등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과 투약 편의성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의약품 국내 사업권을 확보해 생산·공급·판매를 맡는 보령의 LBA 전략은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 사업 구조를 구축하며, 축적된 항암제 생산 경험과 설비를 CDMO 사업 확장 기반으로 활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티팜, 올리고·mRNA 중심 글로벌 CDMO 경쟁력 강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인 에스티팜은 설립 초기부터 위탁개발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삼으며 저분자 화합물부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mRNA까지 다양한 분야의 CDMO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근 바이오의약품과 RNA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회사는 올리고와 mRNA 분야를 중심으로 CDMO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CDMO 사업 강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에스티팜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19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7%, 영업이익은 141.6% 증가했으며, 특히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매출은 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3% 늘었다.

이 같은 성장의 주된 요인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CDMO 프로젝트 확대다. 에스티팜은 올해 올리고 9건, 저분자 화합물 4건 등 총 13건의 신규 CDMO 프로젝트를 확보했으며,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추가 협력을 논의 중이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90%를 웃도는 가운데 3분기 고환율 기조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티팜은 글로벌 고객사 확보를 위한 기술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RNA 치료제 전문 학회 ‘EURO TIDES’에 참가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경쟁력을 소개했다. 구두 발표와 포스터 전시를 통해 차세대 올리고 제조 공정과 지질 나노입자 시스템(STLNP) 등을 설명하며 유럽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알렸다.

 

에스티팜은 9월 4일 경기도 안산 소재 반월캠퍼스에서 제2올리고동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에스티팜


또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을 전담하는 생산 공장인 제2올리고동을 건립하며 CDMO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RNA 치료제 분야 확장을 위해 mRNA 관련 생산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탁생산 수요 확대 흐름에 맞춰 해외 고객사와의 CDMO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비용과 기간 부담이 큰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필요하며, CDMO는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수익원 중 하나”라며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CDMO를 비롯해 바이오시밀러와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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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팜  한미약품  보령  위탁생산  CD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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