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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한미약품, ‘비만 신약’ 3막서 부상할까...체중 감량 넘어 ‘근육 유지’로 패러다임 전환

한승연 연구원 "근육·MASH·경구제가 가르는 릴리·노보·한미약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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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12.24 19:08:16

국내 한 약국 관계자가 위고비, 삭센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파이프라인, 누가 3막을 지배할 것인가
3막의 시장에서 릴리는 속도로, 노보는 이론적 우월성으로 각자의 강점을 살려 경쟁하고 있으며, 여기에 멧세라를 인수한 화이자가 3강 구도로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신약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핵심 기술(수요 존재)을 제시하고 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3막 시장에서는 ▲비만치료제의 보험 급여 관문이 되는 MASH 등 동반 질환 승인 ▲주사제 한계를 넘어서는 경구용 제형 ▲감량 이후 신체의 질을 좌우하는 근육 유지 및 강화가 비만 치료제의 성패를 가르는 3대 핵심 전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부상하는 비만·MASH 시장과 빅파마들의 경쟁 우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500억 달러(약 219조 원)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 거대한 시장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비만치료제 매출의 약 68%가 북미,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약가와 우호적인 보험 환경 덕분에 미국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사활을 거는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의 위상 변화는 보험 논리를 통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미국의 국가 보험 체계와 민간 보험사는 비만 치료제 급여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 체중 감소율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수면무호흡증, MASH 등 동반 질환의 발생률을 실제로 낮추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적응증 확대는 비만 치료제를 ‘미용 목적의 약’이 아닌 ‘질환 목적의 약’으로 재정의하며, 보험 급여 적용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비만 치료제는 단일 질환 치료제를 넘어 만성 대사 질환을 포괄하는 플랫폼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GLP-1 계열 신약의 MASH(대사질환 연관 지방간염) 치료제 승인은 비만 치료제가 국가 보험 체계에 편입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자 ‘간’ 관련 질환에서 새롭게 대형 개화하는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승인된 GLP-1기반의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Rezdiffra)의 초기 침투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비만 치료제 기반 MASH 치료 전략의 확장 가능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삼중작용제의 ‘일라이 릴리·한미약품’ vs 아밀린의 ‘노보’…시장 선점 전략 릴리 우위
이미 듀얼 인크레틴 시대를 개막하며 시장 우위를 선점한 릴리는 체중 감량의 극대화와 대사 가속화를 통해 비만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약물을 지향한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내약성과 장기 복용 가능성, 감량의 질을 앞세워 가장 편안하고 지속 가능한 비만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릴리는 ‘체중 감량’ 개선 측면에서 차세대 시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 개발로 3막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신약은 GLP-1, GIP에 글루카곤을 결합한 트리플 작용제로, 단순한 식욕 억제를 넘어 신체의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임상 2상에서 48주 투여 시 평균 24.2%의 체중 감량을 기록했고, 이후 공개된 3상 중간 분석에서는 68주 기준 28%를 넘는 감량 수치가 관찰되며 현재까지 공개된 비만 치료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글루카곤 기전을 통해 간 내 지방 연소를 직접 자극하면서, 환자의 간 지방량을 평균 80% 이상 감소시키고 상당수를 정상 범위로 회복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MASH 치료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다. 레타트루타이드는 비만을 지방 축적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사용 효율이 무너진 대사 질환으로 재정의하며 향후 심혈관 질환과 알츠하이머 등 대사 기반 질환으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대사 가속 전략은 구조적 과제를 동반한다. 심박수 상승과 위장관 부작용, 그리고 강제적인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한 근육 손실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고감량 치료제 투여 환자 일부에서 기초대사량 급감과 체력 저하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단기 감량 효과와 별개로, 장기 유지 치료와 고령층 확장에 있어 치명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릴리가 최근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의 베르사니스를 인수한 배경에는, 폭발적인 감량 효과의 이면에 존재하는 근육 문제를 보완하지 않으면 장기 시장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근육 손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비만 치료제는 다시 ‘일시적 체중 감량 도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맞서는 노보 노디스크의 해법은 정반대다. 노보는 GLP-1 단독 고용량 경쟁에서 벗어나, 차세대 호르몬 아밀린을 결합한 복합제 카그리세마(GLP-1/아밀린 듀얼)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밀린은 포만감을 강화하고 위 배출 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GLP-1과 기전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특히 근육 보존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위장관 부작용이 적다는 점에서 장기 유지 치료에 유리하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카그리세마는 3상 68주차 체중 감소율 22.7%을 기록했으며(시장 기대치 25%는 밑돌았으나, 릴리 젭바운드보다 우위), 내년 1분기 FDA 승인 신청 후 이르면 내년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릴리 역시 아밀린 계열에서 Eloralintide라는 약물로 2상 임상에 진입해 추격 중이나 아밀린 계열에선 노보가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보의 전략은 릴리와 대등한 감량 효과를 추구하되, 보다 부드럽고 오래 유지되는 치료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감량의 속도보다 유지 가능성을 중시하는 접근은 비만 치료제를 만성질환 치료제로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에서 한미약품도 3중 작용제인 LA-TRIA(GLP/GIP/GCG 삼중 작용제, HM15275)로 릴리와 경쟁하고 있다. 레타트루타이드 대비 우수한 데이터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HM15275는 첫 글로벌 임상 기준으로 레타트루타이드에 이어 두 번째 선두권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이 신약의 초기 체중 감량률은 릴리와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2상 중간 임상 결과는 2026년에서 2027년 사이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데이터 결과와 경쟁 신약인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 첫 3상 발표가 한미약품 비만 신약 글로벌 확장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축 역시 MASH 시장이다 MASH 분야에서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 수출한 MASH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GLP-1과 글루카곤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로, 임상에서 지방간 감소율 73%라는 우월한 수치를 기록했다. 2026년 상반기 공개될 글로벌 2b상 결과는 파트너십을 보유한 한미약품 가치 재평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 사진=김예은 기자

‘하루 한 알’ 전쟁, 경구제가 여는 비만치료제 대중화 국면
비만 시장의 또 다른 전장은 경구용 치료제다. 주사제가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경구제는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며 시장을 대중화하는 열쇠로 꼽힌다. 주사제는 저온 유통(Cold Chain)이 필수적이지만, 경구제는 상온 보관과 유통이 훨씬 용이하다. 따라서 경구제 확보는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 시장(EM) 확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펩타이드 기반 경구제인 리벨서스를 출시하며 이 경쟁에 먼저 뛰어들었다. 다만 펩타이드 특성상 낮은 흡수율과 높은 원가 구조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노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용량 제품을 통해 유효성 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확장성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라이 릴리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올포글리프론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케미컬 제형으로, 펩타이드 대비 생산 단가가 압도적으로 낮다. 이 경제성은 2026년 이후 신흥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릴리의 핵심 무기다. 주사제 수준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대량 보급이 가능한 구조를 노린 전략이다. 한 연구원은 올포의 향후 시장 출시가 일라이 릴리의 향후 주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멧세라(Metsera)와 국내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의 약점을 기술로 정면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펩타이드는 효과는 우수하지만 경구 흡수율이 낮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는데,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을 도입한 멧세라는 원료(API) 소모량을 90% 이상 줄이면서도 주사제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경구용 펩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이는 단순한 대중화 전략이 아니라, “비싼 약을 주사만큼 강하게 먹는다”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접근으로 해석된다.


화이자는 멧세라 인수를 통해 이 흐름에 합류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의 3강 체제 진입을 노리고 있다. 화이자는 연말 경구용 GLP-1 관련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으로, 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를 다시 흔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사에서 알약으로, 국지적 고가 치료에서 글로벌 보급형 의약품으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키운다… 한미 LA-UCN2의 부상 기대
2026년 이후 비만 치료의 종착역은 ‘지방만 줄이고 근육은 지키거나 늘리는 것’으로 수렴하고 있다. 근육이 줄어들면 신체 기능 저하와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서는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소시키고 근육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치료제가 절실하다. 차세대 근육 유지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이 독자 기술 ‘LA-UCN2’을 개발해 경쟁 우위를 노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이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은 오히려 늘리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차세대 시장에서 그 역할이 부상할지 주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의 신약 후보군 LA-UCN2가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고, 근육은 지켜주는 기전으로 더 건강하고 효과적인 비만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약물을 탄생케 할지 주목된다. 한 연구원은 릴리가 관심을 가지는 차세대 비만 신약에서 글로벌 First In Class로 개발하는 국내 비만개발사는 한미약품의 LA-UCN2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근육 유지에 초점을 맞춘 치료제로 ‘마이오스타틴’이나 ‘액티빈’ 같은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들이 주목받았다. ‘근육 유지’ 관점에서 릴리는 비마그루맙(Bimagrumab)을 젭바운드와 병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마이오스타틴과 액티빈은 근육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 신호를 차단하면 근육을 보호할 수 있다는 기전이 적용된 것이다. 근육량 보존과 체중감소의 질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으로 개발될 이 신약의 2상 임상은 2026년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비마그루맙은 정맥 주사제로 투여가 번거롭고, 단독으로는 비만 치료에서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에는 ‘UCN2’라는 새로운 타깃이 떠오르고 있다. UCN2는 본래 심장과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동물 실험 결과 UCN2가 근육 내 포도당 흡수를 늘리고 혈당 조절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체중 감량과 동시에 근육 유지와 증진 효과를 동시에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UCN2는 체내에서 빨리 분해되는 한계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기존 UCN2가 체내에서 빨리 분해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체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독자 기술 ‘LA-UCN2’을 개발해, UCN2가 장기간 효과를 내는 피하주사제 HM17321를 만들었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LA-UCN2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수준으로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8~12% 오히려 증가시키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릴리의 ‘비마그루맙’이 다른 약물과 병용으로 개발되는 것과 달리, 단독 투여 시에도 효과가 탁월해 앞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 연구원은 분석했다. 나아가 한미약품의 ‘LA-UCN2’가 동사가 개발 중인 삼중 작용제 LA-TRIA와 병용 시 체중 감소 데이터가 추가 개선되는 것도 확인됐다.


한미약품의 LA-UCN2는 현재 미국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한 연구원은 2026년 4분기로 예상되는 임상 결과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대형 제약사들이 이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근육 유지가 가능한 비만 치료제 영역에서 아직 시장 선점 모델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차세대 ‘체중감소와 근육 유지’의 비만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한미약품은 실적을 넘어 신약 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해 있다. 특히 2026년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MASH 임상 2b상 결과, LA-UCN2의 초기 임상 데이터, 그리고 3중 작용제 후보 LA-TRIA의 추가 진전이 동시에 겹치는 해다. 여기에 더해 자체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26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연구 성과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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