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2026.01.06 14:43:13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서 벗어나 복원된 배경에 삼성물산의 자발적 문화유산 보존 프로젝트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7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찾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삼성물산 직원들의 제안으로 1993년 복원됐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1926년 7월부터 1932년 4월까지 약 6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핵심 거점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항저우로 이동한 이후 오랫동안 민가로 방치되며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던 건물이었다.
삼성물산은 중국과의 정식 수교 이전인 1990년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의 존재와 훼손 실태를 접했다. 이후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같은 해 12월 삼성물산은 ‘잘못 소개된 우리의 역사’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했고, 이를 계기로 국민기업으로서 문화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내 이벤트 형식의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상하이 출장에서 돌아온 유통본부 영업담당 이재청 부장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복원’을 제안했고, 해당 안건은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본사 경영회의를 통과하며 ‘숭산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한국의 정통성을 드높이고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계승해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자는 취지였다.
사전 조사를 통해 복원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삼성물산은 문화부와 독립기념관의 협조를 받아 1991년 중국 상하이시와 복원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는 이주 비용까지 지원하며 복원 여건을 마련했다. 이후 계단과 창틀 등 건물의 세부 구조를 정밀하게 복원하고, 수소문 끝에 1920년대 사용되던 탁자와 의자, 침대 등을 수집해 회의실과 집무실, 부엌과 요인 숙소까지 임시정부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
복원된 청사는 1993년 4월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준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구 주석의 아들 김신 전 교통부 장관,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춘생 전 광복회장, 윤봉길 의사의 손자 윤주웅 씨 등 독립운동가 후손과 최창규 독립기념관장, 삼성물산 신세길 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주웅 씨는 당시 삼성물산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할아버지가 비감한 마음으로 수시로 드나들었을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이 건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삼성물산과 독립기념관, 정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복원에 그치지 않고 중국 내에 산재한 한국 문화재 실태 조사도 병행했다. 문물과 전적, 유적지 등 1400여건의 문화재를 발굴해 이를 종합한 관련 책자를 중국과 국내에서 발간하며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오늘날 한중 양국이 공유하는 근현대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넘어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독립운동의 상징적 공간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숭산 프로젝트’는 지금도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경제 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