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이중근 회장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실질적인 저출생 해법과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전자(前者)는 최근 들어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을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고, 후자는 관심을 끌어모은 끝에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중이다.
먼저, 저출생 해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이중근 회장은 올해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씩, 총 36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는 2024년 수혜직원(28명) 대비 28% 증가한 수치(數値)다. 올해 대상자 중에선 다둥이나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해 2억원을 받은 직원도 11명이나 된다. 현재까지 누적 출산장려금 지급액은 134억원에 이른다.
출산 직원 자녀 1인당 1억 ‘신선한 충격’
시작은 2024년이었다. 이중근 회장은 그해 열린 시무식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이 일로 이중근 회장은 7월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한 기업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출산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한 건 부영그룹이 처음이다. 이후 다른 기업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한 기업은 5년 이상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첫째 3000만원, 둘째 3000만원, 셋째 4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약속했고, 한 농기계 기업은 첫째 1000만원, 둘째 3000만원, 셋째 이상은 1억원을 공언했다.
이중근 회장은 이를 두고 “우리의 사례가 국채보상운동이나 금 모으기 운동처럼 수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나비효과’로 확산한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영그룹의 한 출산직원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어) 출산 전후로 걱정이 많았는데 회사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앞으로 둘째도 계획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가 큰 버팀목이 돼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제도는 사내 출산율 제고라는 단순 복지를 넘어, 대한민국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특히,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라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세법 개정까지 끌어낸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시 말해 출산 직원들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온전히 받게 됐다.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는 수혜직원의 세금 부담을 완전히 걷어내 정책의 효용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나비효과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민관이 함께 저출생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중근 회장은 “대한민국은 현재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 인구수 감소,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국방인력 부족 등으로 국가 존립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가의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무식서 ‘유엔데이’ 공휴일 再지정 거듭 강조
이중근 회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크나큰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엔데이는 1945년 국제연합(UN·유엔) 창설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년 10월 24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북한이 1975년까지 유엔 산하 여러 기구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1976년 공휴일을 폐지했다.
이중근 회장은 “대한민국은 애국지사들의 희생 덕분에 1943년 카이로 회담과 1945년 포츠담 선언으로 독립 서광이 비쳤고, 1947년 UN한국임시위원단 설립으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실시해 그해 8월 15일 정부를 수립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950년 6·25전쟁 당시 16개국 유엔 참전용사들과 의료지원 6개국, 물자지원 38개국 등 총 60개국의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은 “대한민국은 식민지에서 군정(軍政)으로, 군정에서 자주적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과정마다 유엔과 함께했기에 동방예의지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유엔군의 희생과 은혜에 보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은 참전 60개국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하고 국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후손들이 그 시대 정신을 기리며 유엔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감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9월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 40만명 서명부’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신정훈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함께했다. 양부남 의원은 지난해 8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 양 의원 측은 “유엔은 6·25전쟁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쟁 중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유엔군을 파견해 우리나라를 위해 싸웠다”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부터 받은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유엔의 설립일인 매년 10월 24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제19회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에 국민대표로 참석해 헌화했다.
국가보훈부는 매년 이날에 기념식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를 진행한다. 지난해 행사에는 특별히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대표 네 명이 헌화에 나섰다.
이중근 회장은 헌화 후 “매년 11월 11일은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전 세계가 한국시간 오전 11시에 맞춰 1분간 참전용사들이 안장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한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유엔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시간인 만큼, 많은 분이 추모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세 번 방문했다.
한편, 이중근 회장은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지난 2015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들어선 참전국 상징 기념물(참전비) 건립을 지원했다. 2.7m 높이의 이 참전비는 각 국가의 참전일 순으로 정렬돼 있다. 희생자 추모글이 한글·영문 그리고 참전국 언어로 표기돼 있고 월계관, 부대 마크, 참전 내용, 참전용사에 바치는 글도 새겨넣었다. 이 기념물은 부산 UN기념공원과 함께 전 세계에 단 두 개뿐인 유엔 참전 유산이다.
13대 유엔한국협회장으로 선출
이중근 회장은 지난 12일 유엔한국협회(UNAROK) 1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엔한국협회는 이날 ‘2026년 운영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 자리에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 이종찬 광복회장 등 각계 주요 인사가 내빈으로 참석해 신임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1947년 국제연합대한협회로 발족한 유엔한국협회는 외교부 등록 공익 사단법인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민간 외교 단체다. 현재 193개국에 이르는 유엔협회 네트워크와 연대하며 국제평화 유지, 인권 보호, 개발 협력 등 유엔이 지향하는 목표들을 달성하고자 다양한 국내외 교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13대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유엔한국협회의 조직·운영 체계를 재정비해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역동적인 조직으로 재편하고, 아울러 국제사회의 평화와 협력, 인권 보호, 지속 가능 발전, 미래세대 양성 등 유엔의 핵심 가치를 널리 알리며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은 공군 출신이다. 입대는 쉽지 않았다. 큰 키가 걸림돌이었다. 1961년 당시로선 드문 186㎝의 장신이어서 항공병학교에 불합격할 뻔했다. 방법이 없진 않았다. 군 생활 5년 반 동안 매끼 식사 2인분을 지원받아 근무했고, 무사히 제대했다. 그의 말대로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는 법. 그 고마움을 갚는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100억원가량을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부영그룹 역시 2023년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한 걸 시작으로 △국가보훈부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 후원 △6·25재단 후원금 10만달러 기탁 △격오지 부대 시설개선 지원 28억원 기증 △군부대 위문품 전달 등의 호국보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총 다섯 권의 역사서를 집필했다. 그 중 〈6·25전쟁 1129일〉은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 1129일간 일어난 사실 그대로 나열한 우정체(宇庭体) 방식으로 저술했다. 이 책은 국내외 기관과 해외 참전국에 1000만부 이상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