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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대세? 글쎄...

이명박-박근혜 경선방식 놓고 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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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호 ⁄ 2007.07.03 14:19:3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큰 차이로 누르며 몇 달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장의 조사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 전 대표는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 하고 이 전 시장은 금방이라도 대통령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고공행진에도 불구, 이 전 시장은 불안하다. 자칫 한나라당 6월 경선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박 전 대표를 두 배 이상 앞섰고 지금 당장 붙으면 이길 것 같은데 이 전 시장은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이 전 시장의 이런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은 지난 2일. 이 전 시장은 벽두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바꾸자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그동안 이 전 시장이 줄곧 “경선방식이 어떻든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었다. ‘말 바꾸기’이자, 속된 말로 ‘쪽 팔린 짓’인 셈이다. 고공행진 속에서 이 전 시장은 왜 굳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일까? ■ 이명박 지지율 높지만 당내세력은 박근혜에 뒤져 사람들은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이명박이 경선에서도 박근혜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CNBNEWS 신년특집호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41.5%로 22.3%를 기록한 박 전 대표를 두 배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은 당 내부에서 박 전 대표에게 밀린다. 경선에서 큰 역할을 할 당내 지지기반을 비교해보면 두 후보 간에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박 전 대표 진영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필두로 김무성·김기춘·허태열·이혜훈·유승민·한선교·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당내 보수파와 한나라당 지도부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이 전 시장 쪽은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이재오·박창달 의원 정도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해 박 전 대표 쪽에서 이 전 시장 진영으로 옮긴 의원들이 다수라는 이야기가 안팎으로 들리지만 당내 세력을 쥔 당 지도부는 여전히 박 전 대표가 꽉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경선방식은 절대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후보 경선은 ‘대의원 20%+당원 30%+일반국민 30%+여론조사 20%’로 진행된다. 이러한 ‘20·30·30·20’ 방식에서는 당 지도부가 대의원 20%를, 그리고 나아가 당원 30%까지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 이재오 “한나라당도 오픈프라이머리 하자” 절대적으로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한 구조가 형성된 때는 2005년이다. 한나라당 혁신위원회는 당시 대선 후보를 밖으로 보내고 당 대표가 국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맡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박 전 대표가 물러난 후 국회를 책임진 것은 강재섭 현 한나라당 대표. 강 대표는 당선된 후 1년 6개월 동안 틈날 때마다 “나는 대선후보가 아니다”고 강조하곤 했다. 자신은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돕는 ‘킹메이커’라는 뜻이다. 강 대표에게 ‘킹’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전 대표를 의미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당시 당대표 자리를 두고 이 전 시장 진영인 이재오 현 최고위원과 맞붙어 승리했는데, 강 대표 승리 뒤에는 박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한 구조가 형성된 것에 대해 이 전 시장 진영은 “우리도 열린우리당처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하자”고 찔러대고 있다. 특히, 강 대표에게 밀렸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작년 말부터 대의원의 비율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는 ‘절충형 오픈프라이머리’를 내세워 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방법은 ‘전 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서 당원의 비율은 50% 이하로 일반국민의 비율은 30% 이상으로 올리는 게 주 골자다. 이 최고위원은 “열린우리당은 전국을 돌면서 경선 붐을 일으키고 여론을 집중시키는데 한나라당은 체육관에서 후보를 뽑는다면 경쟁력에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원이 50만에서 70만 명 정도임을 고려할 때, 이 최고위원 주장대로라면 전체 투표인단 수는 100만에서 140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공성진 의원 역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함께 ‘70만 정 당원+30만 국민’ 등 새로운 방식을 내놓고 강 대표 압박에 나서고 있다.

■ “경선얘기 하지 말라” 강재섭 불호령 이런 반발에 강 대표가 화를 내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 대표는 지난 해 11월 20일 “올해 안에는 경선 얘기를 꺼내지도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당직자의 특정캠프 가담 △후보에 대한 인신비방·루머 △대의원 예정자에 대한 포섭 △후보 내부에 사조직 설치 △사무처 요원 줄서기 등 다섯 가지 행위에 대한 ‘금지령’을 내린 적도 있다. 강 대표는 또한, 지난 해 12월 29일 당내 대선후보 간담회를 열어 후보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경선을 공정하게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며 “후보님들을 위해 온몸을 던져 궂은 일, 막는 일, 공작에 넘어가지 않는 일을 당이 책임지고 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당이 깨지지 않도록 승부를 해달라”며 “다시는 과거와 같이 경선과정에서 깨지지 않도록 오늘 좀 다짐을 해주셔야 하겠다”고 후보들을 재촉했다. 공정한 경선을 위해 당 지도부가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지만 사실상 ‘경선방식에 토 달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강 대표의 말에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줄 세우기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이런 모임이 진정 의미가 있느냐?”며 날선 모습을 보였다. 손 전 지사는 또, 일부 최고위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지도부가 줄 세우기에 앞장서는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손 전 지사의 이날 발언에 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당황한 것은 당연지사. 곪아있던 경선 문제가 밖으로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 이명박,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사실 이 전 시장이 “어떤 경선방식이든 좋다”고 말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경선방식이 자신을 옭아맬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아예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 것이다. 그동안 자신 있는 척 하다 이제 와서 군색하게 ‘국민의 뜻’을 운운하는 행동은 박 전 대표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 전 시장이 계속해서 경선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더라도 “이 전 시장이 예전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면 이 전 시장 쪽은 더 이상 반박할 근거를 잃는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도박정치’라고 비난했던 점과 ‘경선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공격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당 내부에서 섣불리 경선방식을 논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우선 자신의 발언을 접고 창피하더라도 경선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행히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이에 동의하고 있어 손잡고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해볼 만하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는 경선을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시기는 올해 4월로 정해놨는데, 경선방식을 바꾸려 한다면 이 기간 안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선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현재 방식대로 박 전 대표와 붙는 경우다. 불안한 방법이긴 하지만 현재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감안할 때 그다지 무리한 방법은 아니다. 세 번째는 경선방식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가는 방법이다. 경선이 끝나는 6월 이후에 경선에 불복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6월 이전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월 이전에 나간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을 등에 업지 않은 상황에서 이기기는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에, 이 전 시장이 이 방법을 선택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이 전 시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경선방식을 바꾸자고 하느냐 아니면 현행 방식대로 가자고 하느냐의 두 가지 뿐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명박 대세론’은 둘 중 하나의 카드를 뽑은 후 외쳐도 늦지 않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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