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전 종전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하노이 정상회담이 끝난 지 10여 일 후 한미 정상회담 당시 부시 대통령이 ‘종전 문서에 서명할 용의도 있다’고 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당근의 수위가 상향 조정됨에 따라 북한의 대응에 대해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18일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됨으로써 대화의 추진력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사태와 이번 6자회담이 별 성과없이 마무리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6자회담에 대한 효용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6자회담에서 제시한 ‘패키지’ 협상방안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을 휴회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검토하고 답을 주겠다고 반응한 점 등을 볼 때 6자회담 회의론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크게 받고 크게 주기’전략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북, 종전협정 성사 위해 핵 폐기 수준, 어디까지 할 지 고민 한편, 미국이 현재의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어느 선까지 핵 폐기 단계를 밟을 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종전협정 문서화는 핵폐기 과정에 꽉 물려서 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송 장관이 북·미간의 관계 정상화에도 보다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종전협정 문서 서명 발언은 9·19 공동성명에 나오는 ‘한반도에서 직접 당사자간 별도 포럼을 통해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조항을 기초로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리정부는 종전협정 서명 전 ‘남·북·미 장관급 포럼’에 대해 현재까지는 북한과 추진하는 바가 없지만 포럼의 격식과 형식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이다. 1953년 정전 협정 당시 협정문에는 북한·중국·유엔의 서명이 기록돼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서명’ 제안에는 협정의 당사국이 북한·남한·미국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대로라면 전쟁의 당사자임에도 정전협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한국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는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핵폐기 과정에 있어서도 우리정부 내에서는 6자회담과 별도로 남북정상 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거듭 역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여당 지도자가 신년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은 지금이 상한가”라며 올 해 북핵문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크게 기대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고 문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다음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며 현 정부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장소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중국 등 3국이 아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남북간의 거리 좁히기를 역설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조건을 풀어줘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협력에 더해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안 일어나고 남북국민이 화해 협력을 하다가 결국 평화적으로 통일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종전협정 성사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한편, 1월 3일부터 미국을 방문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종전선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해서도 미 국방부 당국자와의 심도깊은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는 송 장관과 고든 잉글랜드 미 국방장관 대리와의 면담에서 “전작권 시기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가급적 조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는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미 동맹’이라는 자동차로부터 미국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차안에서 단순히 운전석과 조수석을 바꾸어 앉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비유하며 양국의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