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의 건강음료 박카스". 자양강장제 박카스는 지난 44년 동안 전 국민의 음료로 사랑받으며 군소기업 동아제약을 동아쏘시오 그룹이라는 중견기업으로 올려놨다. 또 동아제약의 창업주 강신호 회장은 지난 2005년 박카스 신화에 힘입어 대한민국 재계 대통령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박카스 신화의 주인공 강신호 회장이 부자간 경영권 전쟁으로 침몰의 위기에 처해있다. 강신호 회장의 아들 강문석씨가 드디어 강신호 회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지난 15일 문석씨는 동아제약의 대주주로써 당 사에 대한 자신의 지분이 10.93%에 달한다고 증권거래소에 처음 신고했다. 사실 문석씨의 직접 영향권 내에 있는 동아제약 주식 996만 9,000주 중 107만 8,877주로 작년에 비해 전혀 변화가 없다. 다만 강 회장의 아들이 아닌 강문석이라는 별개의 대주주로서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지분을 공포한 것이다. 작년까지 문석씨는 자신의 지분 신고를 강신호 회장의 특수관계인 자격으로 공동 보고했었다. ■ 문석씨, “나를 내칠 경우 그대로 표 대결도 불사할 것” 경고 메시지 이번 문석씨가 자신의 지분을 별도로 신고한 것은 사실상 강신호 회장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는 것 뿐 아니라 아버지 강 회장에게 “동아제약 등 그룹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 이상 흔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관련 동아제약측 관계자는 “이번 별도 지분 보고와 관련 문석씨는 당 사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문석씨측도 “대주주로서 자신의 권리를 당연히 행사하는데 회사측과 반드시 사전협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강 회장이나 동아제약측과 공동 보조하던 데서 벗어났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문석씨는 동아제약의 지분 외에도 수석무역·한국알콜·KC&A·국제에스터에 대한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석씨는 친동생 의석씨와 인척 민구·양구·준구씨 그리고 황인선씨와 수석무역을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지용석씨의 지씨일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후처 최 씨 집안을 위해 강 회장이 사용할 수 있는 지분은 총 5.20%에 불과하다. 강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지분 8.9%를 포함해야 겨우 문석씨 지분보다 3.17% 많을 뿐이다. 이와관련 문석씨는 이번 공시 직후 “아버지의 경영권을 존중해 드린다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경영행태에는 순응해 드리겠다”고 말한 후 “하지만 나를 타깃으로 진행되는 인사나 경영적 판단이 있을 경우 표 대결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독립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정석씨에게 동아제약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을 내칠 조짐이 또다시 보이면 그대로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제약업계 3위인 한미약품이 15일 동아제약 지분 6.27%를 확보했음이 밝혀져 부자간 경영권 표대결로 갈 경우 캐스팅 보트로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강신호 회장, 정석씨에게 물려주기 위해 문석씨 흔들기 시도 이같은 동아제약의 부자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04년 12월 강신호 회장이 동아제약 부회장으로 있던 아들 문석씨를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 강 회장은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냉정히 물어야 한다”고 밝힌 후 “신약 개발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가져야 한다”며 당시 연구소장으로 제직중이던 김원배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선임했다. 그러나 2004년 하반기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다음해 동아제약의 매출액과 당기순익이 전년대비 각각 11%, 19% 상승할 것”이라며 사장 의견을 앞 다퉈 내놓았었다.
사실 문석씨는 부회장으로 제직하면서 아버지와 사전 상의 없이 동아제약 지분을 매입하는 등 강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실제로 문석씨는 2004년 7월까지 동아제약 보유 지분을 2.83%까지 끌어올렸고 강 회장은 동년 10월까지 5.03%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부자간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는 듯 한 인상을 보였던 것. 문석씨의 이같은 행동은 지난 2005년 강신호 회장과 본부인 박정자 여사가 이혼하면서 그 이유가 밝혀졌다. 당시 박 여사는 황혼이혼을 하면서 “강 회장이 첩의 자식인 4남 정석씨에게 동아제약을 물려주기 위해 문석씨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여사는 강 회장에게 받은 위자료 56억원으로 동아제약 지분 0.9%를 확보해 현재 문석씨에게 힘을 실어줬다. ■ 강회장, 결혼 8년만에 두집 살림 차린 것이 분쟁 근원 강신호 회장과 문석씨의 부자간 경영권 쟁투는 강 회장 집안문제에서 불씨가 잠복돼 있었다. 강 회장과 박정자 여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나 지난 1952년 25세와 24세의 나이에 결혼했다. 그러나 이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적인 시간은 결혼 후 8년간 뿐. 박정자 여사가 둘째 문석씨를 임신을 하자 강 회장은 동아제약에 근무하던 최씨와 눈이 맞아 두 집 살림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강 회장은 본가의 박 여사와 최 씨 사이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던 중 최 씨의 임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최 씨 쪽으로 더욱 기울어지게 됐다. 그리고 최 씨가 아들 우석씨를 출산하자 그를 자신의 호적에 올린 후 본부인에게 최 씨의 존재를 알린 것. 강 회장 집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은 박 씨에게 〃나는 최 씨를 사랑한다. 그녀에게 횡포나 본부인으로서의 핍박 등은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고. 이때부터 강 회장과 박 씨는 30여년이란 긴 시간동안 별거에 들어갔다. 당시 늘씬한 외모와 풍부한 학식,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거액의 위자료 등 박 씨는 강 회장과 이혼한 후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찾아 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그녀는 괴로운 결혼생활을 30여년동안 지속했던 것. 더구나 상류층 파티나 재계 부부동반 모임, 정·재계 모임 등에서 강 회장의 옆자리는 언제나 박 씨가 아닌 최 씨의 차지였다. 특히 재계 부인 친목회 등에 강 회장은 최 씨를 보내면서 사람들에게 그녀가 자신의 실질적인 부인임을 널리 알렸던 것. 이에 대해 박 씨의 한 측근은 〃그녀가 40여년이라는 결혼지옥을 버텨온 것은 의석·문석 형제가 후례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지 않고, 동아제약의 상속자라는 충분한 배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남 문석씨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후 지난 1987년 동아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지난 1997년부터 경영을 총괄해 왔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최 씨의 은근한 부탁 때문인지 강 회장은 문석씨의 경영활동을 간간히 견제하기 시작했고 2004년 12월 마침내 그를 경영 일선에서 경질해 버린 것.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박정자 여사의 이혼 카드에 이어 지난 15일 문석씨의 독자적 주주권 행사라는 칼을 빼들며 강 회장 및 최 씨 집안과 박 씨 집안의 본격적인 대결 국면이 형성됐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