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되어 거대 다이아몬드 가공회사들로 팔려가는 이른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만든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화제가 되고 있다. 11일 개봉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분쟁국가에서 벌어지는 내전과 이를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싸게 들여와 파는 다이아몬드 회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피 묻은 다이아몬드로 인권 침해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 영화 개봉에 맞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시에라리온·리베리아·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다이아몬드가 피를 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들 분쟁지역 국가들의 무장세력은 다이아몬드를 무기와 맞바꿔 무장을 강화하고 다이아몬드 밀매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세력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반면 이 영화로부터 큰 타격을 입은 다이아몬드 업계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비율이 현재 1% 미만이라고 강조하며 막대한 광고비를 지불하면서 이미지 개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분쟁·전쟁·인권 침해 등을 유발하는 다이아몬드를 ‘분쟁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s)’로 규정하고, ‘다이아몬드의 판매 수입으로 절대 인권을 침해한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국제협약이 있긴 하지만… 국제앰네스티를 포함한 NGO(비정부기구)들의 오랜 노력으로 지난 2003년 국가·시민단체·다이아몬드 업계의 협의 아래 분쟁 다이아몬드의 불법적 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킴벌리 프로세스 국제 협약’이 체결되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70개국 이상이 이 조약에 가입하고 있으며 이들 정부는 다이아몬드 거래시 원광석의 원산지를 나타내는 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약은 여전히 분쟁 다이아몬드의 불법매매를 타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앰네스티의 지적이다. 많은 회원 국가들이 광석 채집에서 연마 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의 철저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부 자체 통제기준도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유엔보고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지역 코트디부아르 공화국의 경우 분쟁 지역에서 채광된 2,300만 달러의 다이아몬드가 인근 접경 지역인 가나로 밀매되어 ‘미분쟁(conflict-free) 다이아몬드’ 증명서가 부착된 후 세계 시장에 팔리고 있다. 다만 서부·남부 아프리카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분쟁 다이아몬드의 수는 현저히 줄었으며 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리베리아·시에라리온과 같은 나라는 서서히 다이아몬드로 인한 끔찍한 전쟁의 공포로부터 회복되는 중이다. 하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판매를 철저히 통제하기에 킴벌리 조약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킴벌리 조약이 회원국가들의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다이아몬드 업계의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잔혹한 비극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면서 “합법적 다이아몬드 거래를 제도화하고 다이아몬드가 또 다시 분쟁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회원국이 철저한 다이아몬드 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킴벌리 프로세스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는 “다이아몬드 업계 또한 킴벌리 조약을 준수하기 위해 효과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소비자들 역시 구매하는 다이아몬드의 원산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