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 문제에서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남성보다 더 열악하다. 그러나 여성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따로 떼어 주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6년 8월 통계청 부가조사를 보면, 남녀를 통틀어 비정규 노동자는 845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으로 전체 비정규 노동자 비율을 넘고 있다. 실제로 2006년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임금노동자는 645만명으로 이 가운데 정규직은 208만명(32.3%)이며 비정규직은 437만명(67.7%)이다. ■밑바닥 계층, 여성 비정규 노동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상당수는 임시직·시간제·특수고용 등에 집중되어 있다. 2006년 음식숙박업의 92.3%, 도소매업의 68.7%의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이며 이 가운데 2/3는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자에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개인 사업자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특수고용노동자 100만 여명 가운데 65%가 여성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로 꼽히는 학습지교사·보험모집인·골프장경기보조원·텔레마케터·방송작가에 여성들이 많은 현실이다. 임금수준을 봐도 비정규 여성노동자는 남성 정규직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42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절대 저임금층에 여성비정규직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적용된 최저임금인 시간당 3,100원 미만 노동자 144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136만명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136만명 가운데 89만명은 여성노동자로 다수의 기혼여성들이 단순노무직·서비스직·판매직 등에 집중돼 저임금을 받고 있다. 김경란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규직남성-정규직여성-비정규직남성-비정규직여성으로 형성된 구조의 제일 밑바닥에서 가사노동까지 부담하는 비정규 여성노동자 문제는 우리사회 취약노동자 계층의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성차별 관점에서 본 KTX 여승무원 KTX 열차팀장은 승무원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모두 남성이다. 신입 여승무원으로 입사했던 350명의 KTX여승무원은 KTX열차팀장으로부터 승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 지휘감독을 받아왔다. 1년째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파업중인 KTX여승무원들 대부분은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되어 승무경력을 쌓고 단계를 밟으면 팀장 직급까지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남성승무원과 달리 여승무원들은 비정규직으로 유통업과 여행업을 하는 KTX관광레저라는 자회사에 위탁했다. 결국 이런 위탁 관계에서 철도공사 소속 정규직 열차팀장과 KTX여승무원들의 관계는 끊어진다. 2004~2005년 KTX여승무원들은 열차팀장과 함께 안전업무를 수행했다. 철도공사는 KTX여승무원이 위장도급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제기하자 2006년 위탁사를 바꾸었고 이를 거부했던 수 백명의 KTX승무원들을 해고했다. 결국 18칸 1,000여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는 KTX에서 안전업무는 열차팀장 혼자 떠맡게 된 것이다. 민세원 운수노조 철도본부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철도공사가 KTX 신입승무원들만 외주화하는 것은 경력이 있는 승무원과 신입승무원을 차별하는 것이고 그것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어 문제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정규직화가 완전한 해법일까 최근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차별금지 및 2년이상 무기계약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2007년 3월 1일부터 비정규직 3,100명을 고용보장하고 복지혜택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침을 밝혔다. 창구텔러·고객만족(CS)·사무지원 직군은 비정규 직군을 분리해 정규직 직군과는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와 인사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올해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 법안의 긍정적인 효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반쪽자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우리은행 방안이 고용은 보장되지만 차별해소는 없다는 점’, ‘비정규직 업무를 별도 직군제로 분리한다는 점’,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체계는 성과급 또는 직무급제로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 ‘정규직의 일정 양보를 전제하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결국 고용보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은 있지만 직군고착화가 차별고착화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 방안이 여성노동자의 성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 이후 은행권의 여행원제 폐지와 함께 제2금융권 또한 단일호봉제를 도입해 겉으로 보이는 차별의 형식은 사라졌다. 그러나 승진 차별 등을 비롯한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비정규법안의 차별제도를 피해가기 위해 새로운 직군제의 부상은 여성비정규직이 대부분인 금융권의 경우 콜센터업무·창구업무·사무지원업무 등 상시업무가 합리적 근거 없이 분리되어 여성들이 노동한다는 이유로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저임금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점에 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고, 외주화…여성 비정규 노동자 직격탄 올해 7월 시행될 비정규직 법안에서 기간제 보호법은 2년 후 계약해지가 가능해져 노동자들의 해고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비정규직 대책안에서도 기관의 업무를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분류하고 있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경우 장기간 외주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법으로 맞을 대량해고와 외주화 등에서 여성 비정규 노동자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은 차별시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직법에서 100인 미만 사업장은 2009년 7월 이후에야 차별시정의 대상이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85.3%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 있고 여성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80%가 100인 미만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형편이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의 희망도 아직 2년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주화로 인한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하는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던 비정규직에서 외주화할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외주화는 고용의 불안정과 근무여건의 열악함으로 연결된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외주화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실상 경쟁력이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지를 추적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력과 효율성의 기준도 새롭게 마련해, 예를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일종의 권장사항으로 해 이를 기준으로 우수한 성적을 얻은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밝혔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