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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탈당 일지

고건 불출마 이후 지지도 상승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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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3:54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탈당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 시작점은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월 중순 무렵 통합신당을 구상하는 범여권에서는 대선 후보군에 고 전 총리가 사라지자 손 전 지사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고건 불출마 이후 지지율이 가시적으로 상승곡선을 보여 온 손학규 카드에 대해 범여권으로서 적지않은 유혹을 받았던 것도 사실. 가장 최근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경선 시기와 방식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강원도에 칩거한 후 고심 끝에 탈당을 결심했다. 이에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버리기 전까지 수 개월에 걸친 정계 발언목록을 정리해본다. ■ 당내 경선 방식과 시기 놓고 줄다리기 탈당 후 손 전 지사에 대한 가장 많은 비판적 여론은 과거 경선 결과를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혀 왔음에도, 경선룰이 불리해지자 불참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손 전 지사의 대리인인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경선 불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정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누차 말했다”며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정계일부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손 전 지사의 탈당설은 부인하는 형국이었다. 정 의원이 “구태정치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탈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던 것. 그러나 경선 출마를 밝힌 원희룡 의원도 이 무렵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손 전 지사는 비장하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예고했다. 원 의원은 당시 당내 경선방식에 후보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언제든지 손 전 지사에 힘을 보태줄 뜻을 가지고 있다고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탈당을 선언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품위있는 정치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며 일부 비판세력을 반박했다. ■ 당내 줄세우기 맹 비난 한편, 손 전 지사는 경선방식 뿐 만 아니라 소장파 의원들을 대상으로 ‘줄세우기’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에도 혀를 내둘렀다. 손 전 지사는 탈당선언문에서도 “지금의 한나라당을 내가 바꿀 수 있다면 작렬히 산화하고 전사해도 아까움이 없다”며 구태정치와 과거회귀 행태를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국민의 바다 속에 깊이 느꼈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떠올리게 됐다며 한나라당 개혁실패의 책임이 크다는 것도 시인했다.

탈당 이튿날 손 전 지사는 당내 줄세우기와 금품비리에 대해 “있는 사실을 말로 가린다고 가려지는 건 아니다”며 본격적인 맹비난을 이어나갔다. 특히 손 전 지사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소장파 의원)개인이 심지어는 직접 저한테 호소를 한 사람도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한나라당내 줄세우기 의혹의 근거를 제시했다. 향후 공천을 주지 않겠다며 소장파 의원들을 협박하고 있는 지도부를 향해 일격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줄세우기 의혹의 근원지인 당내 유력 대선주자와의 마찰도 손 전 지사의 탈당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연일 공방 수준의 설전을 벌여왔다. 그러면서 손 전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전 시장을 겨냥하고 비판한 발언들을 지지함으로써 반한나라당 인사로서의 자질을 시사한 바 있다. ■ 이명박, 시베리아 발언이 결정적?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앙금은 연일 이어지는 발언을 통해서도 충분히 증명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발언으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시베리아 발언’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당 밖으로) 나가도 추운 데 나가는 것”이라고 말해 손학규 캠프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박종희 비서실장은 즉각적으로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될 사람의 말에는 최소한의 품격이 있어야 하는데, 발언이 너무 경박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도 “다른 무엇보다 정치인은 품격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제된 언어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에 앞서 손 전 지사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공약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 손 전 지사는 대우그룹 경제인 출신들의 모임인 대우포럼 초청연설에서 “지금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쏠림현상”이라고 평가한 것. 이 자리에서도 손 전 지사는 “당내 경선은 본선경쟁력을 최고로 해서 12월 19일에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걸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며 현행 경선방식과 이 전 시장측이 주장하는 경선방식을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이명박‘빈둥빈둥’ VS 손학규‘군대갔다 와야’ 이 무렵 이 전 시장은 ‘빈둥빈둥’ 발언으로 또다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70∼80년대에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산업화 세력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발언한 것. 이에 손 전 지사는 이튿날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인권운동 세력은 70~80년대 빈둥대고 놀지 않았다”면서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되받아쳤다. 이어 손 전 지사는 “민주화세력은 우리사회를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며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로 나누는 구시대적 낡은 분열적 사고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전 시장은 자신의 ‘빈둥빈둥’ 발언과 관련해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권에서는 ‘민주화 세력의 상징인 DJ도 빈둥빈둥 논 사람이냐’며 이 전 시장의 시각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 이에 비춰볼 때도 손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대립으로 범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조건을 하루하루 완성하고 있었다. 이 전에도 손 전 지사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바 있다. 손 전 지사의 대선후보 선호도가 사상 처음으로 7%를 넘어서는 시기에, 손 전 지사는 충남 논산 육군 훈련소를 방문했다. 당시 손 전 지사는 훈련병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갔다 와야 모든 일에 당당해질 수 있다”고 말해 군미필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 2·13 합의와 햇볕정책 지지 두각 한편,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만의 대북적대 정책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 왔다. 이는 보수적인 색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차별화 전략의 성과로 풀이됐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손 전 지사는 북한 어린이 키 3cm 키우기 운동 등 이른바 ‘광개토 통일전략’을 내세웠다. ‘광개토 통일전략’의 발표 직후, 중국 베이징 6자회담의 결과로 ‘2·13 공동성명’ 합의라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어 손 전 지사는 6자회담 타결에 대해 개별 성명을 내고 ‘2·13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환영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프로세스로 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손 전 지사는 ‘북한 경제 재건 10개년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남북의 경제협력이 북한의 경제재건을 돕고 한국경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 발전전략이라고 역설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로서 손 전 지사는 당 차원에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당내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는 이번 6자회담 직전 햇볕정책 지지로 돌아선 게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집권시절과 경기도 지사 당선 전부터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근거로 이미 경기도지사 때부터 한반도평화경영정책을 내놓았으며, 파주와 개성을 잇는 통일경제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고 거론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성공과 미국의 대북 인식 변화에 따라 한나라당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적대적 대북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내에서 더 이상 손 전 지사만의 특성이 의미가 없어진 것. 이로써 당초 손 전 지사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50년대, 60년대의 냉전체제의 사고방식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해 왔던 차별화 전략은 더 이상의 전략이 될 수 없게 됐다. ■ 이어지는 여권의 러브콜 한편, 손 전 지사에 대한 범여권의 구애 농도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었던 것도 손 전 지사가 탈당을 강행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우선 지난 2월 초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집단 탈당을 강행함으로써 손 전 지사에 대한 러브콜은 극명해 지기 시작했다. 물론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범여권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 1위를 굳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

당시 손 전 지사는 자신이 여기저기 끼웠다 뺐다하는 벽돌이냐며 여권의 손짓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연일 범여권에서 둥지를 떠나라는 요청에도 손 전 지사 자신은 둥지를 떠나는 뻐꾸기가 아니라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또한 열린우리당 의원 23인의 집단 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전 원대대표도 ‘손학규는 연대의 대상 아니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 때만 해도 손 전 지사의 탈당가능성은 미미했다. 당시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손 전 지사 영입을 반대한 것은 “우리가 대적하는 정치세력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분을 우리의 대표주자로 세운다는 것이야 말로 엄청난 모순”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통합의 정치를 가능하게 할 인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운찬·진대제 드림팀 거론, 무슨 의미? 실제로 열린우리당 탈당파가 구성한 원내교섭단체인 ‘통합신당모임’의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이 “서자 자리 박차고 나와라”며 손 전 지사를 자극시켰다. 한 때 손 전 지사가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의 드림팀을 제시했던 것도 여권의 구미에 맞았던 것. 전 의원은 통합드림팀으로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자며 손 전 지사의 드림팀 제안에 맞장구를 쳤다. 탈당을 선언하는 날에도 손 전 지사는 정운찬·진대제 드림팀 구성을 재차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의 선진화 미래를 위해 동참해 줄 것을 역설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자신은 ‘불쏘시개·치어리더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어 손 전 지사는 탈당 후 첫 공식행사로 구로 디지털 공단을 찾아 노동운동가 출신의 면모를 되짚었으며, 이튿날에는 김지하 시인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등 연일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과 이어지는 발언공방은 손 전 지사의 앞길에 적지 않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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