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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힐, BDA 송금 전 핵 폐쇄요구는 부당”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장밋빛 기대는 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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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호 ⁄ 2007.07.02 14:06:41

57년의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열차가 개통되고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연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북한자금의 송금이 지연되면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BDA 송금이전에 북한이 먼저 핵시설을 폐쇄할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 “BDA 풀 수 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임기 동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힐 차관보의 제안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이 수석 연구위원은 “BDA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결국 (북미 간) 신뢰문제”라며 미국이 북한에 핵시설 폐쇄를 요구한 것은 도의적인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2·13 합의’에 명시된 핵 폐쇄에 들어가는 것은 합의문 상은 맞지만 ‘합의자체를 어겼으니 핵 폐쇄를 이행하라’는 (미국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 이 수석 연구위원은 31일 통일교육협의회가 후원하고 흥사단 통일포럼이 주최한 포럼에서 이같이 밝히고 “양국 간 신뢰가 쌓였다면 BDA는 기술적인 문제니까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를 믿고 해야겠다는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이 잘 안풀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오전 7시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 수석 연구위원은 “BDA 송금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자체는 특정 국가나 세력이 2·13합의를 깨려고 하거나,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기피전략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고 해석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핵문제를 풀고자 하는 협상파들이 진심으로는 해결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2·13합의를 했기 때문에 BDA가 난항에 빠진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 이종석 “한미동맹은 공고” 또한 이 수석 연구위원은 ‘2·13 합의 이후 북미관계 변화와 우리의 한반도 평화정착 전략’이라는 주제의 이날 포럼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는 꼼수를 부리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북한과 대화하는 과정에서는 협의한 것은 확실히 지킨 후 다만 북한이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제재를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 특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무역 금지 해제 등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는 펼 수 없게 된다. 만약 미국이 2·13 합의를 원만하게 이행할 경우 북한은 꼼짝없이 자신들의 핵 개발 의지가 보유자체인지, 자위용인지 보여주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이 수석 연구위원은 “정말 ‘진실의 순간’은 미국이 합의를 원만히 이행했을 때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이는 때”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2·13 합의가 이행됐는데도 지속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취하면 그때야 말로 핵 폐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수석 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이 약해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국민들이 보기엔 한미 간 너무 많은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양국이 공유하는 부분은 넓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타결된 한미 FTA를 예로, 포괄적인 동맹관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역설했다. ■ 한국, 미국에 북핵문제 집중 요구 이어 이 수석 연구위원은 한미동맹에도 불구, 미국과 한국은 다소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으며 이를 타개해 나갈 것을 지속적으로 미국에 요구해 온 과정을 설명했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를 공략하는 안보적 차원으로,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세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한국보다 북핵 해결의 절박성은 떨어진다. 이에 따라 한국은 △북한과 양자대화할 것 △핵 문제에 ‘우선’ 집중할 것 △북핵포기를 전제로 경제협력할 것, 이 3가지를 미국에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이 수석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불신하는 사람과 협상하는 게 진짜 가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부시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의 네오콘들은 ‘클린턴 정부가 하지 않았던 정책이라면 뭐든지 좋다’는 방식을 고수할만큼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18일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 연구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중 한쪽이라도 대화를 결심하면 풀 수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북한의 문제는 핵 이외 마약·인권·폐쇄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은 북한의 핵이 우리의 명운을 가르는 일임을 미국에 설명해왔다. 이 수석 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이 이제 온전히 북핵문제만 집중해서 풀겠다고 말했을 때 미국의 정책적 변화가 있으리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포기하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일단 경제협력약속을 지키고, 그래도 북이 핵을 개발하면 그때 중국과 전면적으로 북한을 압박하자고 미국을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수석 연구위원은 경제협력이 남북관계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남북관계에서 정치·군사문제가 중요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를 추동하는 실질적인 힘은 경제라는 설명.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협력이 역으로 정치적 군사긴장을 완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따라가서는 안돼” 또 이 수석 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따라 나아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 네오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에 대한 반박인 셈. 남과 북이 서로 의견교환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이 수석 연구위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지 동맹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가의 안녕을 지켜나가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맹은 긴요하고 소중하지만 모든 것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제적으로는 돈 문제가 걸려있고, 안보적으로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다르다는 것. 이 수석 연구위원은 공조의 특징에 대해, “피리를 불 때 공기가 여러군데 벽면에 부딪혀 아름다운 화음이 나는 것처럼 (동맹은)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같은 것은 같게 하고 많이 다른 것은 차이를 줄이는 게 동맹이라는 논리다. 한편, 이 수석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마련을 위한 동력은 지난 9·19 공동성명 발표 당시부터 마련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DA 해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고 평화 체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화체제 논의는 북핵문제 논의보다 반 발짝 뒤떨어져서 논의될 것이며 다만 쉽게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협정은 다른 개념 이와 관련, 이 수석 연구위원은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협정 선언을 나눠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북 간 불신이 해소돼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가 이뤄지는 게 평화체제 구축이라면 평화협정은 현재의 정전상태를 해소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전상태를 해소하는 법적·제도적 측면이 평화협정이며, 이는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의 하나다. 평화협정이 완료됐다고 평화체제가 구축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이 수석 연구위원은 “아직 평양에 우리 대표부가 가있지 않다”며 “(남북 간) 불신이 해소되고 전면적으로 교류협력과 안정된 안보체제를 갖게 되는 상황이 온전한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평화체제 구축의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당장 되는 것처럼 장밋빛 희망을 줘서는 안된다”며 기대가 과잉되는 것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 정세현 “BDA 연기문제와 쌀 지원 연계는 잘못” 한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BDA 문제와 대북 쌀 지원을 연계시킨 정부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핵문제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만큼 긴 시간이 걸리는 국제적인 문제로, 당장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남북관계 개선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 전 장관은 서울 세종호텔에서 개최된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주최 워크숍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북핵문제 다루는 6자회담을 남북관계에 앞서 추진한 결과 지난 문민 정부시절 통미봉남(通美封南 : 한국을 배제시킨 채 미국과만 대화하려 했던 북한의 정책)을 자초했다는 근거를 대기도 했다. ‘2·13합의 실천과제와 통일 독일의 교훈’이라는 주제의 토론답게 정 전 장관은 “불능화 이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은 별도로 그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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