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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치료받고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산업재해 이유로 해고당하고, 목숨까지 끊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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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호 ⁄ 2007.07.02 13:12:30

노동부 추산에 따르면, 산업재해 노동자 수는 2003년 9만492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4년 8만8874명, 2005년 8만5411명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전년보다 5.3%(4500명) 늘어난 8만9911명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 손실액은 2005년 15조 1천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5조 8천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임금노동자 1500만 명 가운데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400만명은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산재 예방과 보상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3월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표만영 씨(47). 그는 지난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산재를 인정받아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강제치료 종결처분을 내리자 표 씨는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에 목을 매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표 씨는 지난해 9월 인천근로복지공단 북부지부에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요양 연기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표 씨의 증세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산재 당했으니 회사 나가라? 버스노동자 박한용 씨(42). 그는 지난 2003년 6월 26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버스요금통을 들고 내려오다 뒤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낫겠지’하는 생각에 처음엔 개인 돈을 들여 치료를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병이 낫지 않자 산재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이 거부하고 나섰다. 박 씨는 결국 스스로 지방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 산재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지난 2004년 10월 14일 박 씨에게 ‘장해 12등급을 받아 시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했다.

박 씨는 “회사는 금전으로 해결하자고 하면서 ‘얼마를 요구하냐’라고 말하고, 백지사표까지 요구하는가하면 복직을 시켜주되 두 달 후 명예퇴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고용을 원하는 것이다”라며 “제가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저같이 경미한 피해를 입은 산재노동자들이 산재를 이유로 해고되는 전례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972일째 서울 신월동 신길운수 본사 근처와 서초동에 있는 이 회사 사장의 자택 앞에서 항의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그를 명예훼손과 집회금지 가처분,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맞서고 있다. 오는 8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 20년동안 석면에 노출, 얻은 것은 폐암과 산재 불승인 이재빈 씨(49)는 1989년부터 전남 여수 건설현장에서 비계공으로 일했다. 비계공은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인 ‘비계’를 설치한다. 그러던 이 씨는 지난해 1월 조선대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근로복지공단 여수시지사에 산재요양을 신청했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평가위원 15명 가운데 7명이 산재를 불인정해 산재 불승인을 통보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이 씨에 대해 ‘고용기록, 작업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업무와의 연관성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산재를 신청한지 1년이 다 되도록 이 씨의 산재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비계틀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용접과 보온작업, 석면가루, 용접가루에 노출되었고 배관이음새를 분리하는 작업에서 가스켓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되었지만 산재를 불승인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여수산업단지에서 30년 정도 일했는데 지금도 노후된 배관을 뜯어보면 석면이 함유되어 있다”며 “지금은 낡은 파이프나 비계를 많이 교체하고 있지만 제가 일하던 당시에 마스크 등 보호장구도 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폐암이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 생계가 막막해져 폐암에 걸린 것조차 숨기면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석면으로 인한 산재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석면은 그 피해가 수 십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나는 심각성을 안고 있어 정부도 석면사용을 규제하고 일부 지하철에 사용된 석면까지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부와 기업, 노동자 건강권에 사회적 책임의식 보여야 정부는 지난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보험급여 산정기준과 최고·최저보상 기준제도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의결했다. 40여년만의 산재보험법 개정이라는 미사여구가 포함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산업재해 승인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측면만을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산업재해 피해를 예방하고 보상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경총 등 경영계의 의견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다 산재를 당했으면,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모든 책임은 한 노동자에게 주어지고 이는 노동자의 경제적 파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재 적용이 안 되고 있고 그나마 노조가 있으면 노조를 통해 항의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산재는 곧 해고이고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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