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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양보는 비정규직 보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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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호 ⁄ 2007.07.02 13:13:20

몇 년 전부터, 정확히는 2003년 9월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상정을 기점으로 사회적 의제의 하나로 대두된 비정규직 문제는 일단 작년 비정규직 법안 통과로 숨고르기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노동계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왔었기 때문에 이처럼 제도화될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남용과 이에 따른 폐해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남용의 책임주체의 문제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자본의 무제한적 이윤추구 욕구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자본으로) 편향된 행정력 집행이 비정규직 문제를 이렇게까지 부풀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론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몇 년간의 사회적 논란 끝에 비정규직 법안이 제·개정되었습니다. 법안 자체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는 상태이기는 하나, 충분한 사례축적과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이 불합리함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떻게 투쟁을 조직화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이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즉, 노동계 내부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해결 노력이 여전히 내부에서 논란으로 남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이 나눠지기 때문입니다. 크게 나눠 보자면, 한 쪽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책임은 자본과 정부이기 때문에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자본과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굴복하는 것이자, 노조에서 또 다른 형태로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결국 자본의 비정규직 사용을 정당화시켜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고,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문제해결 방식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또 다른 한쪽은 그런 비판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노조가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로만 ‘연대’가 아닌 실질적인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로서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 이를 통해 노조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회복이라는 성과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중요한 것은 입장차를 떠나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어떤 형태로든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계의 노력은 외부에 치중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즉,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해결의 촉구를 구하는 대변자의 역할에 머물렀다는 말입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로 전환되고, 일정 정도 제도화된 시점에서도 외부의 변화만 촉구하면서 내부의 노력이 이에 따라 주지 않는다면 노동계의 비정규직 투쟁이 지지를 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해 말(06.12.21.) 금속노조의 규약제정은 우리은행에 이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계(노조) 내부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정된 규약은 ‘비정규직과 사무직 노동자를 1사 1조직으로 편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용불안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아무 말 못하는 비정규직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노동조합이 기업별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고 이 기업별 노조가 규약을 통해 이들의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규약의 제정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실천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기아자동차 지부와 광주 전남 캐리어지회가 제정된 규약에 따라 비정규직에게도 조합가입을 허용하는 형태로 지부·지회 규약을 개정했으며 현대차지부도 이번 달 21일에 조직 편제를 위한 규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기업의 임금지불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이윤분배 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별 노조 체계 자체가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로 작용하고, 이러한 노노갈등을 이용하여 자본은 이익 극대화를 위한 모든 활동의 정당화에 이용하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의 규약제정 결정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규직 노조의 결단과 실천으로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실현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고,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삼아 방어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러한 문제제기에 내부의 반발과 비난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단결과 연대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동계의 노력을 보면서 “노동자는 하나”라는 명제를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김성원 (사)노동자를 위한 연대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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