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10년 상투적 틀’ 깬 현대차 노사

‘신뢰회복 밑거름’ 긍정적 평가…‘고비용구조 극복’은 남은 숙제

  •  

cnbnews 제34호 ⁄ 2007.09.10 13:37:38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파업 없이 타결했다. 현대차 노사가 무쟁의로 임단협 교섭에 합의한 일은 1997년 이후 10년만이다. 파업으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노조의 파업에 여론의 시선이 따가웠던 이유는 그동안 노조가 ‘파업강행을 통한 벼랑끝 교섭’이라는 관행을 고수하고,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임금단체협상 결과를 놓고 아직 논란은 남아 있지만, 일단 노동계·재계는 한 목소리로 현대차 무쟁의 타결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큰 수확은 ‘노사 신뢰회복’ 노동계와 재계 전문가들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노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을 노사 간 신뢰회복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교섭과정은 협상, 협상결렬, 파업, 타결이라는 틀에 박힌 방식이었다. 매년 되풀이됐던 관행적인 파업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올해 성과급 지급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투쟁으로 두 차례 파업을 진행했던 점도 노조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편 사측도 노조의 파업을 관행으로 보고 파업 이후 협상안을 제시하거나 첫 협상에서 노조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내용을 제시해 ‘파업을 사측이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파업 전 일괄제시’라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노조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가결했던 파업을 유보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앞서 이상욱 현대차 지부장은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과 가진 상견례에서 “노사 간 공방보다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하여 토론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여철 사장은 “노사간 진정한 신뢰를 이룩하기 위해 노사 간 합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대차 조합원 77%, 임단협 결과에 만족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임단협 내용을 자세히 보면, 사 측이 다소 많은 부분을 노조에 양보했다는 첫 인상을 받게 된다. 우선 노사는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8만4000원(기본급 대비 5.79%) 인상으로 동종업계 최고수준의 임금을 보장했다. 성과급 300%와 격려금(일시금) 200만원 지급, 상여금 50%(700%에서 750%로)인상도 합의했다. 특히 고용보장 관련 노사 간 최대 쟁점이었던 정년연장에서도 임금을 58세 기준으로 동결하는 대신 기존 만 58세에서 59세로 1년 연장됐다. 신차 생산공장 및 생산물량이나 해외 공장 신증설, 국내 공장 생산차종을 해외 공장에서 같이 생산하거나 완전히 넘기는 계획 등에 대해 노사공동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이상욱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회사 측으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7일 실시한 2007 임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조합원 44,867명 가운데 32,901명이 압도적으로 이번 임단협 결과에 찬성(77.09%)했다. ■고비용구조 극복은 숙제로 남아 현대차가 고비용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번 임단협으로 현대차 조합원들은 기본급 5.79% 인상 말고도 성과금 300%, 상여금 750%, 격려금 200만원 등 작년보다 적어도 1인당 870만원을 더 받게 됐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현대차 무상주 30주(210만원 상당)를 지급키로 했다. 사 측은 이번 협상으로 연간 3,9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전체 매출 대비 임금 비중도 3년째 11%를 넘어섰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체질 바꾸기’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근본적 노사관계 변화를 위해 ‘고용 안정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현대자동차 노사전문위원회는 “교섭력을 앞세운 노조와 생산성만 강조하는 회사의 단기 성과주의가 계속되면 결국 ‘생산성 저하→국내 투자회피→고용 불안→노사대립’ 구도만 되풀이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재현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