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하 하나금융)의 막무가내식 경영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자회사인 하나생명을 키우기 위해 계열사인 하나대한투자증권운용(이하 하나증권)의 중간배당금을 활용, 지분매입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금융이 당초 대한투자증권운용(이하 대투증권)의 인수합병 당시 밝힌 ‘대투증권을 인수하면서 매각대금을 하나증권의 성장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입장과 정반대다. 따라서 하나증권노조 측은 모회사인 하나금융과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입장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영진들의 고발도 불사할 요량이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 사명변경 과정에서부터 보였던 하나금융의 막무가내식 경영방식을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분간 눈 가리고 귀 막고 “꿈★은 이루어진다” 하나금융그룹(이하 하나금융)의 경영전략은 오직 하나다. 국내 리딩뱅크로서 도약하는 것에 모든 역량이 집중 돼있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하나대한투자증권(이하 하나증권), 하나생명 등의 계열사 모두 마찬가지다. 외형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면 한쪽의 희생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대(大)를 위해선 소(小)가 희생돼야 한다는 논리다. 분명 이 같은 경영전략은 하나금융이 국내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외형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여기엔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경우’란 단서가 붙는다. 무리한 요구가 이뤄질 경우 노사 간 마찰이 발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노사 마찰이 심화될 경우엔 경영진에 대한 폭로성 내부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성장에 중점을 둔 나머지 ‘무조건 밀어붙이기식 경영전략’을 벌인 만큼 내부 관계자들의 단속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일례로 급성장세를 보이던 미래에셋그룹은 노사문제가 심화되며 폭로성 내부비리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최근 이 같은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외형적 성장을 위해 추진한 하나생명의 지분인수와 관련해 하나증권노조 측에서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의 막무가내식 경영을 뿌리뽑기 위해 경영진에 대한 고발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증권을 인수한 이후 첫 중간배당을 통해 하나생명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 대투증권 인수 이후 첫 실시한 중간배당금 637억원은 하나증권 성장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 돼야 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인수합병 당시 대투증권 매각대금을 하나증권 성장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며 “하나생명 지분 인수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노조 측은 소식지를 통해 “하나금융은 핵심자산인 대투증권 지분매각을 통해 약 150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며 “회사를 지탱하고 있는 주주·회사·직원이 똑같이 5백억원씩의 수혜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회사가 강압적으로 직원들에게 떠안긴 우리사주가 전액 감자됨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적 손해를 일부라도 보상해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0일부터 출퇴근 등 준법투쟁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고위 경영진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게 내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노조 측의 반응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배당이 확정됐고, 하나증권의 지분 100%를 하나금융이 갖고 있는 만큼 배당금을 어떻게 활용하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투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증권 중간배당은 하나증권의 이익금으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투운용 매각대금과는 관련이 없다”며 “노조 측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나증권의 성장은 지난 2월 1천억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상반기 각종 투자에 나서 이뤄진 것”이라며 “유상증자로 대투운용 매각대금을 미리 하나대투증권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하나금융 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증권의 중간배당금을 하나생명 지분의 인수자금으로 활용 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하나생명보험 주식 604만200주(지분율 100%)를 모두 취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나생명의 지분은 지난 5월 독일 알리안츠생명으로부터 50%를 인수하면서 하나은행이 전량 보유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이번 사안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어 향후 하나생명을 차기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인 듯 보인다”고 말했다. 한 동안 잘 짜여진 성장 전략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 대투증권의 인수 등을 통해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꿈꾸던 하나금융. 그러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하나생명의 인수를 두고 노사마찰이 심화되고 있어 하나증권의 배당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두고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