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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는 ’경제사범’… 비정규직 파업으로 전산 올스톱

기초시스템조차 흔들리는 불안한 조직… 신뢰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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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호 ⁄ 2007.09.17 13:41:30

증권시장의 전산운영을 맡고 있는 코스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 증권선물거래소의 주식거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늘어난 호가를 처리 못해 일부 종목의 매매 체결이 지연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더니 이번에는 자체 시스템 장애로 1400여 개 종목의 거래가 한동안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12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3분부터 약 4분 동안 유가증권시장 종목 389개와 ELW(주식워런트증권) 1000개,기타 70개 등 총 1459개 종목의 매매 체결이 지연됐다. 한 증권사의 영업창구 직원은 “선물옵션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이 한창 예민한 가운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 오전 내내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9시50분쯤까지도 시세 정보를 받지 못해 실제 지연 시간은 10분이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거래소 측은 “각 증권사로부터 주문을 받은 뒤 A시스템과 B시스템으로 분산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해 A시스템을 통한 매매 체결이 늦어졌다”며 “현재 사고 원인을 파악중이며 통신모듈 쪽의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거래소에선 최근 두 달 사이에 10여 건에 이르는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0일엔 동시호가 개시 시간인 오전 8시~8시30분에 전산 장애가 일어나 각 증권사들로부터 호가 주문을 받지 못했다. 그에 앞서 13일엔 코스닥종목 엠피씨에 대한 상한가 매수 주문이 폭주하며 매매 체결이 늦어지면서 코스닥 장 마감 시간이 1시간 30분 동안 지연됐다. 또 코스피200지수옵션 관련 시스템은 지난 8월부터 이번달까지 무려 7번이나 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거래소 주식시스템팀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서버 증설이 완료되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최대 주문처리 건수가 현재 600만건과 500만건에서 각각 1000만건, 700만건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서버 증설만으로는 전산시스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거래소의 전산 운영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는 코스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파행을 겪는 등 시스템 관리자들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해 이 과정에서 노조원 12명이 연행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을 지향하는 거래소가 기초적인 매매시스템에서조차 신뢰를 잃는 것은 경영진 책임이 크다”며 “현재 국내 증시의 전산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리, 시스템 유지 보수 등 모든 과정이 전부 따로 겉돌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와 사무금융연맹 소속 노조원 등 100여 명은 서울 여의도동 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날 증권선물거래소 측의 요청에 따라 거래소 출입문을 봉쇄한 경찰과 노조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원 9명과 사무금융연맹 간부 7명 등 1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6월부터 거래소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으며, 노조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콤 비정규직 근로자 93명은 소속이 증전ENG(코스콤 사우회에서 설립한 회사)에서 외주업체인 대신정보기술로 바뀌게 되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파견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코스콤 측은 도급 근로자라며 정규직 전환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파견 근로자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을 통해 직접 선발해 업무지시를 내리지만 도급 근로자는 원청기업으로부터 업무를 일괄 도급받은 하청회사가 채용해 업무지시를 내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견 근로자라면 현행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고, 원청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법의 보호를 받지만 도급 근로자는 그렇지 못하다. 비정규직 노조 측은 “비정규 직원들이 이전에 소속돼 있던 회사는 코스콤의 자회사와 마찬가지인 증전ENG로 이는 코스콤이 직접 사용자인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 도급업체 소속으로 변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스콤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교섭 대상은 코스콤이 아니라 노조가 속한 하청업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특히 코스콤은 종업원 지주제를 제안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양 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분간 문제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가운데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가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를 원하는가”란 논평을 발표했다. ■ 논평 전문 증권거래소 전산운영을 맡아온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원청 사 측 교섭 책임 없음’ 결론은 몹시 유감이다. 대화를 거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경찰폭력을 동원해 짓밟은 코스콤 사 측과 공권력에 엄중히 경고한다.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 측은 즉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입으로는 비정규직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행동으로는 사 측의 교섭 회피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중노위와 자본의 사병(私兵)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자칫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지지하고,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다. 2007년 9월 13일 민주노동당 17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기호 3번 권영길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박용진 <조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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