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3∼29일 LIG손해보험, 동부화재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흥국쌍용화재보험 등 8개 손보사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 판매와 사업비 집행 실태를 검사했다. 삼성화재는 정기 종합검사를 최근에 받았고 그린화재는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어 이번 기획 검사에서 빠졌다. 금감원은 보험 판매 실태 검사와 관련해 △상품 설명 제도를 제대로 지켰는지 △보험모집인이 보험사를 옮기면서 무리하게 기존 계약을 변경했는지 △보험료 수납 과정에서 대납(代納) 사례가 있었는지 △자동차보험 연령한정특약을 편법으로 운영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 등을 검사했다. 보험상품 설명 제도 실태 점검 결과 일부 손보사 소속 보험모집인들이 계약서와 보험증권 등에 자신의 소속 성명 연락처 등을 기재하지 않고 단지 대리점 명칭만 써 보험업법 감독 규정을 어긴 것으로 밝혀지는 등 많은 편법 영업실태가 파악 되었다. 그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계약자가 24세 넘었는데도 ‘21세 특약’으로 비싼 보험료 문 사례< /b> 자동차 운전자를 일정 연령 이상으로 제한하는 약정을 맺어 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자동차보험 연령한정특약’ 운영실태 점검에선 많은 손보사가 규정을 위반하고 보험료를 과다 징수했다. 예를 들어 만 23세 8개월인 A 씨가 보험에 들면서 ‘21세 한정특약’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A 씨가 24세가 되는 4개월 뒤에는 ‘24세 한정특약’으로 자동 변경해 보험료를 깎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어기고 기존 보험료를 그대로 받은 보험사가 적지 않았다. ■ 모집인이 보험사 옮기면서 기존계약 깨고 새보험 가입 강권 사례< /b> 모집인이 보험사를 옮기면서 자신과 계약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기존 계약을 깨고 자신이 옮긴 보험사 상품에 들도록 강권한 사례도 많았다. ■ 모집인이 실적 높이려 첫 회분 보험료 대납 사례< /b> 또 보험료 카드 수납 실태 점검 결과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모집인이 계약자가 내야 할 첫 회분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비 집행시 회계처리 편법 운영 사례< /b> 이어 사업비 집행 현황에 대한 검사에선 회계처리 과정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보험대리점에 사무집기를 사주는 등의 편법 지원을 해놓고 이 비용을 일반관리비 항목에 반영하는 식의 문제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형태 말고도 본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손해보험사 대리점들이 보험영업을 할 의사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해외여행 등 상품을 내걸고 대리점자격시험만 보도록 권유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6월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역에서 현대해상 전속대리점 지점장이 30∼50대 일반인에게 보험연수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손해·제3보험 대리점자격시험’관련 교육을 8일 동안 58시간 받고 평가시험을 봐서 시험에 합격만 하면 필리핀 여행을 보내준다고 약속, 물의를 빚었다. 또 그는 3개월동안 영업을 하지 않으면 자격이 자동으로 말소되기 때문에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해 여행을 갈 목적으로 대리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번 교육에 참여한 50대 주부 양모 씨는 지난 여름 대리점 자격시험에 합격해 금강산에 다녀왔고 3개월 동안 일을 하지 않아 코드가 지워졌다며 이번에는 필리핀 여행을 가기위해 다시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모 씨도 “연수교재는 물론 첫날 교육기간동안 점심 식권을 미리 지급받았다”며 “무료로 보험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인원은 30명 정도인데 현대해상 뿐 아니라 삼성·LIG손보·메리츠화재 등 다른 대형손보사 소속대리점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보낸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재 문제가 된 대리점지점장이 속한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 될 수 있는 문제이고 현대해상 측에서 감사가 나갈 경우 해당 지점장과 시험을 주관한 설계사는 해촉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사로부터 제대로 지원받기 힘든 작은 대리점일수록 증원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어 이같은 편법이 나타나게 된다. 시험 합격자를 대리점 모집인으로 본사에 보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교육 받고 있는 김모 씨는 “조직이 작은 대리점은 책상·컴퓨터·전화 등 시설 설비 구축이 힘든 반면 조직이 커 실적이 좋은 대리점은 관련 회사에서 시설구축에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한 대리점은 사무공간 및 시스템 설비 구축 및 수수료 지급체계 등의 어려움으로 본래의 기능 수행이 어렵고 결국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이에따라 영세한 대리점은 부당하고 무분별한 증원으로 수수료 요구를 통해 지원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연수기간동안 교육비와 교통비 및 식비 등을 지급해주기 때문에 군산·청주·천안 등 타 지역에서도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모이고 있는 실정이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설계사 효율은 떨어지는데 수수료 명목으로 나가는 비용은 늘어나게 된 셈이다. 더군다나 모집인 전문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과 보험계약서에 기재된 모집인이 동일하지 않을 경우 부당판매 및 허위계약등으로 보험계약이 무효처리가 돼 계약자에게도 큰 악영향이 있다. 한편 국내 10개 손보사들의 사업비는 올해 4∼6월 모두 1조40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15억 원)에 비해 13.3% 증가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사업비가 늘어 업체들이 과당 경쟁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판매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만큼 자율적인 마케팅 행위를 제재하는 조치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분석한 뒤 제재심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이나 11월경 회사별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조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