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장래는 그 나라 예산을 보면 알 수 있다’-슘페터 내년도 우리나라 살림살이에 쓸 돈은 257조3천만원으로 GDP의 26%에 달한다. 내년 우리나라의 살림살이에 투입되는 이러한 예산이 지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물론 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라 그렇다 말하지만, 당선될 당은 예산안 지연처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정부부처와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우선 처리해야 한다. 만일 이를 지연시킨다면 새로 들어설 정부도 예산의 늦은 배정으로 인해 국가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다. ■예산은 서민생활·국민경제 직결 이에 따라 임기 2개월 남는 노무현 대통령도 차기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쓸 예산에 대해 정쟁을 떠나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최근 국무총리까지 나서 예산안 처리 지연이 초래될 국가 위기상황을 공중파를 통해 연설까지 하면서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헌법에 따르면 12월 2일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예산안 처리 지연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및 손실을 야기한다. 우선, 중앙정부는 예산 확정 후 정상적인 집행준비에 약 30일이 소요되나,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집행 준비 부실을 초래한다. 또 지방정부는 법상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지자체 예산을 편성해야 하나, 중앙정부 예산 미확정으로 지방재정 운용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반장식 기획예산처 차관은 “예산은 서민생활 및 국민경제와 직결된 문제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이므로 조속한 시일내에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안에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25만명이 실직할 수 있다. 또 예산안 심의가 해를 넘기면 정부가 자체적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집권 확실시되는 한나라당 반대 아리송해 예산안 국회 지연은 당리당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5조원 삭감을 요구하는 한나라당과 원안대로 통과하자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립으로 연내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 이후에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해 새 예산을 짜자는 입장이다. 이는 예산에 대해 ‘豫’자로 모르는 의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대선 후 며칠만에 새 예산을 짜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11월 중순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온 것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은 예산지연에 대해 분노한다. 자기가 직접 살림살이를 꾸리지도 않을 노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예산의 통과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헌정질서상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한나라당 주장대로 예산이 삭감되고 나아가 준예산으로 넘어갔을 때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냐가 더욱 심각하다"고 국회에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반대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줄 아는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을 집행하게 될 텐데 예산안을 지연시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 관계자는 비난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