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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감동과 느낌의 수채화가 - 정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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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호 ⁄ 2007.12.17 16:03:07

처음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그의 작품이 자연과의 대화임을 알게 됨과 동시에, 한편으로 가슴 가득히 빛과 대기, 그리고 알 수 없는 풍요로움과 진한 감동, 또 눈 덮인 겨울 들녘의 순수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정우범은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공유하는 반추상 작가로, 그는 자신이 특별히 애착을 갖는 수채화의 유창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교묘히 그리고 능란하게 대가의 원숙미를 보이면서 이 작업을 해낸다. 물론 그의 작품에서 그림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과 사물들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들은 수성의 분출 속에서 섬세하게 서로 섞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사물의 형태와 색깔들이 어른거리고, 그 사물들 역시 실제로 보인다기보다는 얼핏 포착될 뿐이다. 그러면서 예술가의 붓은 땅에서 하늘로 스쳐가고, 스쳐간 그 만큼 땅에서 하늘 사이로 시적인 공감이 형성된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방식대로 풍경을 재구성하고 화면 위에 쉽게 섞이는 잔 터치로 분위기를 재창조한다.

무엇보다도 이 화가는 계절의 변화, 또는 낮과 밤의 리듬,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좋아한다. 더욱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물의 변화와 빛의 변화를 끈기있게 관찰하고 빛의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감정을 화폭에 담는다. 실로 그는 빛의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이며, 그는 빛의 변화에 따른 형태와 색깔의 뉘앙스, 그리고 그 음영의 변화까지도 포착하여 마치 수증기의 작은 물방울이 물결치는 무지개빛 광채로 가득한 환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에서 여러 색깔들은 잘 어우러져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데, 여기에서 사물과 색깔의 경계는 사라지고,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뉘앙스있는 빨강과 파랑의 도취, 그리고 노랑과 초록의 투명한 뒤얽힘 속에서 황토색의 대지에 조금씩 조금씩 녹아든다. 또한 하얀 겨울의 서정을 즐겨 그리는 그는 목화솜처럼 포근한 흰빛과 단순한 흑색이 아닌, 다양한 뉘앙스를 내포하며 온기마저 느껴지는 숯빛깔의 까망을 사랑한다. 그리고 색깔들의 향연을 배경으로 마치 겨울 북풍의 회오리에 떠밀려 온 듯 풍경, 물체, 고독, 그리고 기쁨까지도 솟아오르며 화면을 가득 메운다. 때로 그는 첫눈의 하얀색이나 연보라색 혹은 붉은 빛깔의 꽃잎을, 부드러운 안개를 연상시키는 파스텔톤의 색조로 강하면서 때로는 가는 솜털로 뒤덮인 잎새들이나, 모든 것을 흡수할 것 같은 호수, 혹은 발 빠지는 질퍽한 땅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제 다름아닌 자연 그 자체가 말하기 시작한다. 자연이 몸소 화폭 위로 다가왔고, 자연 스스로가 하늘과 땅이 포옹하기를 원한다. 그의 빛에 대한 추구와 일련의 작업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서 기인한다. 그는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물 자체보다는, 그 사물이 주는 감동을 소중히 여기며, 그리하여 우리가 그의 그림을 접할 때 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에너지를 느끼게 되고, 그의 그림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그가 느낀 감동을 전해주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모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정우범에게서 사물의 승화된 형체화에 주목하는데, 그것은 사물의 사실적 재현이라기보다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다양한 색깔과 회화적 재료와 더불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시적이며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 진실로 정우범은 프랑스와 유럽 미술의 독창성을 깊게 성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술적 언어에 잘 적응시키고 동화시켜, 마치 그를 통해 비로서 동양과 서양이 만나게 된 듯 싶다. 다시 말하면, 체험한 공간, 새로운 소재의 발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작은 변화들을 감지함으로써, 그의 역동적인 상상력은 무한한 나래를 펴고, 모든 것에 민감한 감성으로 대응하며, 동시에 자기 자신만의 독창적인 내적 공간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만이 표출할 수 있는 그의 작품세계인 것이다. 글 · 마틸드끌라레(프랑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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