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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업체들 배만 채운다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등 … 미환불 보증금 연간 4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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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호 ⁄ 2008.02.18 17:12:13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일회용 종이 컵이나 플라스틱 컵에 콜라나 커피와 같은 음료를 마신 후, 이를 반납하면 5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때 돌려받는 50원은 애초 종이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전체 가격에 포함돼 있는 컵 보증금이다. 2003년 제정되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컵 보증금 제도’는 업체가 일회용 컵에 대하여 소비자들에게 50원에서 100원씩 보증금 형식으로 더 받았다가 컵을 반환하면 다시 돌려주는 제도다. 종이 컵은 분해되는 데에만 20년이나 걸리는 비분해성 일회용품이다. 플라스틱 컵은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소각을 하더라도 유해성 가스의 방출은 물론 연소된 후에 남는 재도 유해한 물질이라 토양오염과 대기오염 등 2차 환경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종이 컵을 비롯한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소비로 환경이 급속하게 오염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자들에게 환경피해 복구비용을 부담시키는 컵 보증금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시작하게 된 취지는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어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자는데 있다. ■ ‘컵 보증금제’ 있어도 종이 컵 사용 늘어나 그러나 이 제도가 시작되고 나서도 일회용 컵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숫자는 오히려 매년 증가를 거듭하고 있는 추세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에 따르면, ‘일회용품 줄이기 자율적 협약서’를 체결해 스스로 종이 컵 사용 줄이기에 동참한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 등 18개 업체들의 지난해 상반기 일회용 종이 컵 판매량은 4543만2000개였다. 이는 컵 보증금 제도가 시작된 이듬해인 2004년의 종이 컵 판매수치 4139만2000개보다 10% 가량 증가한 양이며, 전년도인 2006년 하반기보다도 1%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정부가 매일 수천개씩 쏟아지는 일회용 컵으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제정한 컵 보증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기능해 왔음을 방증하고 있다. 종이 컵 사용량 줄이기에 실패한 컵 보증금 제도는 결국 업소들에게 쏠쏠한 수입만 안겨주게 됐다. 환경부 자원순환국에 따르면, 종이 컵의 환불률(금액기준)은 36.7%에 불과하다. 종이 컵에 담긴 음료가 100개 팔린다면 37개 가량만 걷히고 63개에 이르는 나머지 종이 컵들은 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그에 해당하는 컵 보증금은 고스란히 업소의 수중에 떨어진다. 한 개에 50원씩만 쳐도 3150원, 하루에 천 개만 팔아도 3만1500원의 불로소득이 나오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환불되지 않은 컵 보증금은 41억7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판명됐다. 작년의 종이 컵 환불률은 2006년 하반기(38.5%)보다 1.8% 떨어진 수치라, 소비자의 권리를 가로챈 업소들의 불로이득은 점점 더 불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환불되지 않는 보증금은 업소가 유용해서는 안 되는 돈이다. 이 제도에서는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컵 보증금을 환경보전 사업에 사용하기로 돼 있으며, 업소는 6개월마다 홈페이지에 미환불 컵 보증금의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기본으로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21곳이 환경부와 일회용 컵을 줄이고자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일부 패스트푸드점들은 이 보증금을 멋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전 캠페인을 벌인 한 도넛 업체는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컵 보증금으로 환경가방을 만들어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이 가방은 도넛을 12피스 이상 구매해야만 받을 수 있다. 겉으로는 환경보전이라는 말을 앞세워 환경보전 사업을 하는 듯 꾸몄으나, 사실상 손님을 끌기 위한 판촉행사 용도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컵 보증금으로 무료 환경 캠프를 열고, 톱 가수가 출연한 CF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역시 내용은 환경보호에 관련됐다 해도, 결국 자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는 보증금으로 머그 컵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한 커피 전문점은 식기 세척기를 구입했다. 환경부담금 사용내역도 제멋대로였다. 한 아이스크림 업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환경부담금 사용내역과 실제 업체로부터 확인한 내역이 무려 1억 원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컵 보증금 제도의 부실한 운영이 결국 업체들의 배만 불려놓은 꼴이다. ■업소들, 소비자에 종이 컵 사용 부추겨 쏠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컵 보증금이 있는 상황에서, 업소들이 소비자에게 머그 컵이나 유리 컵을 권할 리 만무하다. 신촌의 S 커피 전문점에서는 업소에서 마시고 갈 것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용 잔에 담아서 줬다. 머그 잔에 담아 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으나, 머그 잔이 여분이 없어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손님 수를 예상하여 잔의 여분을 넉넉히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컵의 수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은 것이다. 컵 보증금을 챙기기 위해 일부러 짜놓은 ‘작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명동의 C 커피전문점에서는 아예 점원이 일회용 컵을 먼저 권했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가장 즐겨 찾는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판매할 때 내부 손님을 위한 플라스틱 컵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의 점원에게 음료수를 담을 플라스틱 컵이 없는 이유를 묻자, 업종의 특성상 음식을 빨리 준비해야 하고 항상 분주하기 때문에 설거지 등 번거로운 일을 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한 손님들이 청결을 문제 삼아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손님에게 책임을 슬쩍 떠넘기기도 했다. 이러니 매년 종이 컵 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은 오히려 이상할 것이 없다. 이명박 차기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하고 쇼핑백·일회용 종이 컵 제공을 업체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어, 업체의 일회용 종이 컵 사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활동을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이명박 차기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기조에서 파생된 생각일지는 모르나, 이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환경피해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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