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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선계(仙界)의 자유인 오승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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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호 ⁄ 2008.02.25 16:37:38

1957~60년 국전 6, 7, 8, 9회 특선 1961~80년 국전 추천작가, 초대작가, 심사위원 1974년 23회 국전 심사위원, 도불(74. 12~75. 12) 1976년 25회 국전 심사위원, 구라파 풍경화집 출간 및 구라파 풍경전 1982년 아프리카 풍물화문집 출간, 선화랑 초대전 1983~92년 사단법인 목우회 회장, 84 현대초대전 출품 1990년 서울시 문화상 수상, 한국미술 오늘의 상황전 199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피선, 남미풍물화집 출간 1995년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오승우 한국100산화집 출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100산 전람회 개최 1998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2000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원광대학교 명예철학박사 학위 2001년 〈오승우 동양의 원형〉 화집 출간 및 예술의 전당 초대 전람회 200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당대 한·중 대표작가 연합전 2003년 단원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아시아의 혼 한국목우회-파키스탄 합동전 출품 2004년 목포자연사박물관에 오승우 작품 100점 기증 2005년 동복 오지호 기념관에 작품 50점 기증 2006년 5·16 민족상 수상 2008년 오승우 십장생도(十長生圖) 화집 출간 현재 대한민국미술예술원 회원, 사단법인 목우회 고문, 한국미술협회 고문

십장생도는 인간, 자연과 함께 초자연에 대한 믿음이 수복강녕(壽福康寧), 부귀영화(富貴榮華), 벽사진경(벽邪進慶)의 기원으로 표현된 민족회화이자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기원하는 우리 선조들이 가장 즐겨하던 그림이다.

삼국시대의 고분에 벽화로 그려진 사신도(四神圖)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타나는 장생도적 요소를 십장생 형성의 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제는 장수와 길상에 대한 소망과 관념의 상징물로 현세 이익적인 기복성(祈福性)을 지니고 있으며,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신선이 살고 있다는 선계(仙界)의 존재를 믿고 그런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신선사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십장생도는 자연의 모든 존재에 영적 생명력으로서 일체화된 상호 교감을 느꼈던 선조들의 사고 방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이러한 그림들은 옛날 그림들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에게 인생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용기와 희망과 슬기와 기쁨을 안겨주는 생명의 예술 양식이다. 우리 겨레그림의 양식을 보면, 타 문화권의 회화양식과, 특히 서구의 회화양식과는 현격히 다른 조형적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미술의 따뜻함을 이동주(李東洲)는 “우리 옛 그림의 친근한 아름다움은 어딘지 우리 뼛속에 조상이 깊이 묻어 놓은 무의식의 미감과 관계가 있으며, 낯 익은 내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난다”고 하였다. 이 따뜻함의 본질은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한국 장인들의 혼이 깃든 소박한 인간성이며, 작품 속에 살아 있는 미완결적 표현과 그것을 감싼 양식에서 찾아낼 수 있다. 기교와 작위(作爲)를 초월한 따뜻하고 소박한 초자연적 예술혼은 우리 민족적 세계관의 심층으로부터 번져 나온 것으로, 겨레그림의 전반에서 그러한 특징을 느낄 수 있는데, 한국의 장인들이 인생과 세상과 초자연에 대한 그들의 깨달음과 정신을 담아서 만들어낸 창조물이 바로 우리그림 십장생도인 것이다.

광복 이후 들어온 서양의 합리주의적 사고방식과 이것에 의해 제도화된 미술교육의 내용이 우리의 옛 그림에 대한 이해의 길을 터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았으며, 이 때문에 십장생도는 우리 선조들의 체취가 깊게 배어 있는 소중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멀고 생소한 대상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오승우 화백은 이미 십장생 이전 동양적 원형(原形)을 사원과 궁전 등 고건축에서 찾고자 하였으며, 한국의 명산 시리즈를 통하여 대자연의 정취와 산기(山氣)를 화폭에 담아낸 바 있다. 우리는 항상 그의 예술에서 뿌리와 혼을 살려내고자 하는 집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동양적 원형을 이번에는 신(新)십장생도(十長生圖)를 통하여, 해와 달이 비치는 해도(海島)에 떼 지어 날아드는 학처럼, 심산유곡을 소요하는 백록처럼 자연에 귀의하여 춤추며 흥에 겨운 노래 가락 같은 꿈을 담아내고자 하며, 그 속에서 한국적 미의식의 정착점을 찾고 동양적 원형(原形)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신십장생도에 등장하는 보라색 학과 붉은 소나무, 산과 구름, 대나무와 연갈색 사슴들은 보통 인간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자연 친화적인 대상들로, 무아적이며 원시적 또는 반복적 울림으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원형은 자연의 근본적인 이미지와 작가 자신이 꿈꿔온 삶의 심리적 유희를 포함하고 있으며, 화면 가득 표현된 밝고 경쾌한 색조는 지나온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판타지로 받아들이고, 선계(仙界)의 자유인이 되고 싶은 소망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수복강령(壽福康寧)의 꿈이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엮어지는 서사시인 것이다. 영원한 해방구로서 그려지는 꿈의 세계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애정이 낳은 직관의 세계로, 여기에서 신십장생의 이미지는 자신의 기(氣)와 자연의 기(氣)가 합일되어 나타난다. 우리는 이것을 바로 자연의 정기(精氣)를 숨쉬게 하는 일종의 범자연주의적(凡自然主義的) 추상(抽象)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신십장생도에 더욱 더 친근함을 느끼는 까닭은 자연을 따르고 자연을 벗하며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온 오승우 화백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맑고 담담한 꿈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며, 마치 보라색 학을 타고 때로는 앞들에서, 때로는 뒷산이나 때로는 개울가에서 노닐며 만난 기억의 표상들이기 때문이다. 오승우 화백은 전통적 소재를 자신의 이상적인 삶의 공간에 도입하여, 꿈같은 이 세상을 꿈보다 더 아름답게 긍정하며 살고자 하는 위대한 낙관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영원한 해방구인 선계(仙界)의 세계를 신십장생도를 통하여 매일 드나들고 있는 것이다. 글·김준근 (충북대 교수,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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