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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

“신뢰받는 의사-의협 되기 위해 정진할 터
국민과 함께 하는 창립 100주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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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호 김대희⁄ 2008.03.03 16:12:40

“의료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현행 의료제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합니다. 의협 또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범적인 단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 쌀쌀함이 느껴지는 2008년 2월. 하얀 눈이 내려 온 세상을 뒤덮은 어느 날, 의협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수호(50) 회장을 만났다. 대부분이 생각하는 의사의 이미지는 편견일지는 몰라도 보수적이며 정형화된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주 회장은 의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에 깔끔하게 ‘올백’으로 넘겨 올린 머리 스타일에서부터 중후한 신사의 이미지 그 이상이었다. 더욱이 그는 어린 시절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뛰어놀던 소년처럼 기대감에 찬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2008년은 대한의사협회(이후 의협)가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로 그 무엇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버틴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의협은 강산이 10번 변하는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주 회장은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가는데 가장 필요한 기준은 바로 전문가들이 제대로 평가 받는 사회입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의사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않은 건 의사들의 노력이 부족한 면도 많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의 잘못된 제도도 한 몫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가장 먼저 의사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잘못된 의료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주 회장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의료계와 말이 잘 통하는 정부가 될 수 있게 꾸준한 설득과 이해로 의사들의 주장을 관철시켜 선진화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Q. 이명박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의료계로서 또한 의사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지난 10년 간의 정권은 불행하게도 의료사회주의를 표방하며 환자의 선택권은 물론 의사의 전문성 및 자율성을 훼손하여 의료 서비스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함으로써 결국 총체적인 보건의료제도의 후퇴를 가져온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보건의료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국가필수 정책분야임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미래의 전략산업으로 강조된 만큼 보건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육성해야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올바른 보건의료제도의 확립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시장에서 의료의 부가가치를 높여 인간 중심의 선진 보건의료산업화로 보건의료분야의 선진화를 더욱 빨리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 Q. 한국 의료가 새 정부와 더불어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한국 의료가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사회주의와의 단절이 중요합니다. 의료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의료사회주의가 만연해 있어 규제와 통제로 인해 국민의 의료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음은 물론 의사의 전문성 및 자율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이제는 의료시장 개방에 발맞추어 의사는 전문성을 더욱 키워 의료발전에 매진하고, 정부는 한국 의료가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선진화된 의료환경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Q. 현행 의료제도 중 국민건강과 한국의료 발전을 위해 큰 틀에서 개혁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지고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되어 있어 획일적 의료가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의료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선택계약제(자율단체계약제)로 바꾸어 의료기관들이 건강보험과의 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분업제도를 선택분업으로 전환하여 실시하는 제도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의약분업의 실시로 의료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하였고 이는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약국에서 불법적 진단이나 임의조제나 판매가 여전히 만연하여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불편함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정책대안으로 환자에게 조제 선택권을 부여하여 환자가 병의원에서 조제를 원할 경우 병의원에서 직접 조제하고, 약국조제를 원할 경우에는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약국에서 조제하게 하는 국민조제선택제도(선택분업)를 실시하면 국민적 편의성 제고는 물론 의료비 절감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계층의 각기 다른 의료 서비스 욕구에 부합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의료 서비스의 질 또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의 전문성 및 자율성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협은 올해가 한 세기의 정점이자 새로운 세기로 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해다. 주 회장은 의협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해가 되도록 10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로 나가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양심에 따라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외에 우리나라 의사의 저력과 참된 모습을 적극 알려 나간다는 취지이다. 또 사회적으로 실추된 의사들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 전체의 행사로 의협 100주년을 기념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행사는 올해 전반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큰 행사는 5월에 열리는 32차 종합학술대회를 시작으로 10월에는 2년마다 열리는 세계의사회 총회, 그리고 11월 15일 협회 창립 기념식이 최대 하이라이트다. Q. 의사협회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주요 사업들과 향후 비전은 무엇입니까? A. 〃의협창립 100주년인 만큼 실추된 의사의 이미지를 되찾고 국민과 함께 하는 100주년 기념사업이 될 수 있도록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사업도 병행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국단위의 대규모 무료진료봉사단을 구성하여 16개 시도의사회별로 특정 진료과목을 선정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무료진료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부터 사회에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을 기념하는 행사도 만들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이달의 의료인’, ‘이달의 의사’ 등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선정해 발표하는 것입니다. 또한 의료영화제, 락 페스티벌 등의 행사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의협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의협 제32차 종합학술대회에서는 전문학회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의 장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별, 주제별 건강강좌는 물론 국민건강 100세 심포지엄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잘 하지 못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정 상비용 응급상황 지침서를 제작해서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결혼이민자 가정 의료지원사업, 의사와 함께 하는 건강 달리기, 의료 100년사 전시 및 의과대학 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의협창립 100주년 동안 쌓아온 선진화된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한 차원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여 의료시장 개방에 발맞추어 의료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국가 발전의 미래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Q. 100주년을 계기로 국민에게 비춰지는 의사 및 의사협회의 이미지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바람직한 의사 및 의협의 이미지는 100년 전이나 현재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바탕으로 희생정신을 가지고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옛날에는 의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자유롭게 환자의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 환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의사의 이미지였지만, 예전의 좌파 정부는 의사를 통제하는 보건의료정책을 펼쳐 열악한 의료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의사가 최선을 다하여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배척되어 이와 더불어 의사의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변한감이 없지 않습니다. 어려운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의사 스스로 더욱 높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희생정신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는 자세를 더욱 키워 나갈 때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이미지가 굳어지리라 믿습니다. 이에 못지 않게 정부도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올바른 보건의료제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공급자와 정부 간에 유기적이며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의사 및 의사협회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사정신이 투철한데, 일부 부도덕한 의사들 때문에 의사 전체가 함께 욕을 먹는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주 회장은 “현직에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의사들이 더 많습니다. 좋은 일은 알려지지 않고 좋지 않은 일들만 알려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그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의사만 탓하는 사회적 의식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의식은 잘못된 사회 제도에서 비롯됐기에 하루 빨리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라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건강보험수가 체제 안에서 ‘3시간 대기 3분 진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병원 운영상 박리다매를 하거나, 비급여 위주의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 제도는 의사들에게 왜곡된 진료를 강요할 뿐이라며, 선택이 다양한 제도로 의사들도 소신 진료가 가능하도록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료기관 접근성이 용이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전국 어디든 대부분이 2시간 거리에 대학병원이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국민정서를 들었다. 이를 뛰어넘었을 때 비로소 의료선진화로 다가 설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국민과 의사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괴리감이 존재하며,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꾸준한 대화와 노력으로 천천히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주 회장은 “다른 어떤 단체보다 모범적인 단체로 거듭나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이에 맞춰 협회도 많은 부분 개편을 단행했습니다”라고 대한의사협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덧붙여 “이미 협회는 양적으로 팽창됐고, 이제는 질을 개선할 때입니다”라며 힘주는 주수호 회장의 눈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길고긴 시간을 견디며 지난 100년을 거닐어 온 만큼 앞으로는 성숙된 모습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그리고 더욱 신뢰받는 의협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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