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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의 정서가 녹아든 서정적인 풍경 <下>

이영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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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호 편집팀⁄ 2008.03.24 17:37:31

글·신항섭(미술평론가) 아름다운 소재 및 대상일지라도 그의 화폭 안에서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나타난다. 일상적으로 보는 자연 풍경도 그렇고 도회지 풍경도 그렇다. 전혀 낯선 풍경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분명히 우리들과 다른 입장, 즉 관점의 차이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해석하며, 어떤 방식으로 번안해 내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진정한 창작의 영역이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마음으로부터의 울림이자 감동이다. 오히려 시각적인 즐거움을 소거한 지점으로부터 시작되는, 일테면 마음의 세안을 이끌어 내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의 그림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주의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경계선을 넘어선 곳에 자리하는 풍경이기 때문인지 왠지 멀게만 보인다. 그 풍경 속에는 무거운 의식의 그림자가 깃들이고 있다. 발색이 억제되는 색채 이미지는 무거운 의식의 그림자를 덮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엄숙성이 느껴지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는 낭만주의 시대 이전 작품들에게서 느끼는 감정 및 정서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그림은 시간을 역류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정서는 그림을 단순한 즐거움의 생산지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대상으로 보는데 연유한다. 그의 그림은 어떤 경우에도 문득문득 삶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준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는 사고의 깊이와 폭이 어떻게 조형언어로 형상화되는가를 주시하도록 한다. 그리고 사고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세계, 또는 치열한 삶의 체험에서 만들어지는 세계가 어떤 크기의 이성적인 체적을 가지는지 그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림을 통해 감정의 샤워를 체험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소통의 증거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감정의 샤워와 함께 폭죽놀이 같은 번득이는 지적 희열을 맛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구태여 이성적인 눈빛이 아니더라도 감정이입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처럼 치열한 이미지를 간단히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은 없겠기에 말이다. 적어도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탐닉하는 그런 안목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감상자를 위해 타협하는 일은 없다. 적어도 자신이 신념하는 이상적인 풍경을 향해서만 나아간다. 그는 일찍이 누구에게나 친화력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술 및 감각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자신을 돌이켜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그 자신의 신념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의 그림들은 오직 그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의 작품은 기술적으로나 감각, 그리고 예술철학이 원숙한 경지에 접어들었음을 웅변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다. 금강석과 같은 이성의 빛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이상세계인 것이다. 한층 시야를 넓힌 그의 작품은 50대 후반이라는 자연연령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농익어 있다. 농축된 아름다움 및 깊이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색채 이미지도 훨씬 맛이 짙다는 느낌이고, 형태감각 또한 자연스럽다. 그만큼 묘사기법 또는 형태감각 또한 자연스럽다. 그만큼 묘사기법 또는 표현방법에 익숙해져 있음을 말해준다. 예술이란 무릇 그런 것이어야 한다. 기능이 원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련미가 보태지고, 세련미 속에서 예술성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가 그림 속에 옮겨오는 소재 및 대상을 보면 서정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구차하고 남루하고 힘겨워 보이는 삶을 은폐하고 있는 지붕 풍경 및 달동네 풍경마저도 서정적이다. 문자언어로 번안될 수 있는 문학적인 정서가 넘치는 것이다. 그러한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들인 풍경들이 재개발에 밀려 사라져 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난다. 비록 곤궁한 시간이었지만 우리를 감싸 주었던 존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비애를 느끼는 것이 오직 그만의 감상은 아니리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그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애정의 표현이다.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정경, 그런 풍경을 공유했던 우리 모두의 추억을 위해서다.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 속에 놓여 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애처로운 이별의 선언이기도 하다. 그런 감상이 담긴 그의 그림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진실한 삶의 철학이 뼈대를 이루고 있기에 그렇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세상은 그저 무상한 시간과 함께 흘러갈 따름이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의 한 토막을 그림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자신의 그림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비치는 거울을 말끔히 닦아 내도록 하여, 우리들 내부로 비쳐 드는 진정 아름다운 삶의 빛을 주시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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