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점상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집중 단속과 압박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실상 서슬 퍼런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도 근절하지 못했던 노점상이다. 서민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는 명분이 워낙 큰 시절이어서 정부에서도 별다른 대안을 내놓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떼법이니, 정서법이니, 이제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점상에 대한 정리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기초질서 위반행위를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 중구청은 대구 명물인 동성로에 테마 거리와 도보 관광 코스, 야외무대 등을 설치해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불법영업 중인 노점상 150여 개에 대해 본격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지자체들이 노점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이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용역업체를 고용해 노점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철거하여 인권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하였다.
■노점상 “우리는 쓰레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점상들의 저항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전국노점상총연합의 주도 아래 대규모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3월 12일 광명시청에서 용역직원 260명과 단속반 60명을 동원해 광명사거리에 위치한 노점들을 강제 철거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철거에 저항하던 노점상인들이 부상을 당해 응급후송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청 앞에 집결한 농성 노점상들은 “우리가 쓰레기라도 되는가. 혈세 3억5000만 원을 들여 작년에 고양시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용역업체를 불러들였다”며 광명시 측의 강경진압을 성토했다. 경기도 성남에서는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팔던 전영걸 씨가 구청의 표적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하여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지난 해에는 고양시에서 한 붕어빵 노점상이 계속되는 단속에 반발하여 분신자살하기도 했다. 또한, 2년 전에는 해당 관청의 표적단속으로 마차를 압수당한 장애인이 목숨을 끊는 등 노점상의 자살은 단속이 심해진 90년대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생계형 노점상, 하루 매상 3만원도 노점상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양분돼 있다. 서울 종로나 명동과 같은 대도시의 일부 노점상들이 여러 대의 포장마차를 계열사처럼 거느리고 운영하는 이른바 ‘기업형 노점상 체제’를 구축해 불법영업을 하여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싹트기도 했다. 또한, 노점상은 거의가 불법이어서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위생상태가 불량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구청의 민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파는 음식이 불결하다는 이유로 노점 단속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점 밀집 지역에 난립한 기업형 노점상들에 대해 음식점 업주들은 “우리는 허가 받고 세금 내며 영업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인데, 노점상들은 우리들 면전에서 손님들을 다 빼앗아 가면서도 세금 한 푼 안 낸다”며 “이게 무슨 법치국가냐”고 언성을 높인다. 한편에서는 노점도 갈 곳 없는 서민들의 일자리인 만큼 현행법상 불법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서민경제가 피폐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생계형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막대한 부당이익을 노린 기업형 노점상은 극히 일부분이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점상들은 하루 살기도 빠듯한 영세 노점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을 아무런 지원이나 정책 대안도 없이 빼앗을 경우 마지막 희망마저 꺾는 처사라는 견해이다. 구로구의 지하철역 앞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한 노점 주인은 기업형 노점상을 운운하는 사회의 비판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런 노점상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딴 세상 사람들이다. 우리 같은 노점상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벅차다”며 “장사가 안 되는 날은 하루 매상이 3만원도 못 된다”며 한숨지었다. 대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한 포장마차 주인도 “나도 노점상 말고 다른 일도 많이 하다가 결국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노점상을 하고 있다”며 “다른 이들도 이런저런 일에 실패하면서 이 바닥에 뛰어든다”고 생계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노점상들 “합법영업 보장해야”, 서울시 “생계형 노점상은 허가” 이와 같은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노점상 대책은 전국 각지에서 늘어만 가는 갈등과 충돌을 해소하려는 정책적 고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 28일 노점이 주로 분포되어 있는 7개 구청장단과 회의를 갖고 ‘노점거리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그 구체적인 계획을 보면, 모양과 규격을 일정하게 정한 노점 점포를 제작해 노점상들을 입주시켜, 한 달에 3만 원에서 5만 원 가량의 도로점용료를 받고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만 장사를 하는 조건으로 합법을 인정해주는 안이다. 시는 강남구와 강동구 등 5개 자치구와 종로·명동 등 도심지역 노점 2800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점 상인들은 노점을 합법화하여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를 하게 해준다는 대책에는 긍정하나, 서울시에서 제시한 노점의 수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이다. 또한 서울시에서 규정한 영업시간과 노점의 크기에 대한 불만도 있다. 동대문역 근처에서 떡볶이를 팔고 있는 한 노점상은 “서울시에서 합법적인 노점을 설치해 준다니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점포가 너무 협소해 전보다 매상이 많이 떨어질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 후쿠오카, 철저한 허가제로 노점상 관리 우리나라의 노점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일본의 후쿠오카 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 노점상의 경우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보다 음식물을 조리하여 판매하는 ‘야타이(屋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 남부지역에 위치한 후쿠오카 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90개의 야타이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은 후쿠오카시의 명물로 자리잡아 행정의 일관된 원칙 아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야타이는 원래 ‘지붕을 가진 노점상’이란 뜻으로 법적으로는 “도로운송 차량법 제2조 제4항에서 규정하는 경차량에 야타이 영업을 위해 설비를 부착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후쿠오카시는 야타이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어 야타이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도로점용 허가와 도로사용 허가 그리고 영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도로점용 및 사용 허가는 도로교통법에 근거하여 경찰서에서 내주는데, 허가 조건은 3m x 2.5m의 면적과 오후 6시부터 오전 4시까지의 영업시간이다. 영업 허가는 식품위생법에 근거하여 보건소에서 허가하며, 허가 기간은 5년이고, 각 구청 식품위생감시원이 1개월에 1∼2회씩 순회하여 현장 검사를 실시한다. 그 밖에도 후쿠오카 시에서 영업하는 야타이 사업자는 일반 사업자와 동일하게 조합 주관으로 소득 신고 후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어 제도권으로 흡수 관리되고 있다. 노점상 관리는 토목국 관리부 도로관리과의 야타이 문제 대책반에서 전담하며 이들은 야타이 지도요강에 의거, 순회지도원이 구별로 2명씩 배치되어 주 3회씩 순회·지도한다. 또한, 보건소 소속 위생감시원이 정기 순회·지도를 실시하고, 최근에는 경찰과 보건소의 합동 순회도 실시하고 있다. 야타이 조합에서도 자율지도를 수시로 실시하여 영업자 준수사항을 철저히 이행토록 한다. 영업시간 종료 후에는 주변청소를 자율적으로 하며, 리어카는 도시미관을 고려해 인근 주차장과 계약하여 보관토록 하고 있다. 영업기반시설인 수도와 전기를 공동 사용하게 하고 하수도는 정화시설을 갖추었다.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위반사항의 경중에 따라 일반위반, 중대위반, 특별중대위반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구두 지도, 주의서 지도, 경고서 지도 등 지도체계를 두어 벌점이 누적되면 허가를 취소한다. 앞으로 후쿠오카 시는 시정 모니터제를 운영하여 야타이를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과 아울러 보도 폭이 좁은 지역의 야타이를 공원부지로 편입하여 집단 이주시키는 등의 야타이 관리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