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우리를 포함한 보험업계는 올해 이윤 마진의 급감으로 인해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버핏은 이어 “올해 경제 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10%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그런 기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예측이 맞았던 것일까? 재테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경제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은 금융시장으로 이미 전이됐고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있다. 또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동반 침체는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수익을 내는 일 못지 않게 자신의 자산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 직장인 정모(여·31) 씨는 해외 펀드 수익률을 볼 때마다 짜증만 난다. 작년 말 큰마음 먹고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1000만 원을 모두 해외 펀드에 투자했는데, 손해액만 300만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해지를 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추가로 입금하자니 더 잃을까봐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며 혼란스러워했다. #2. 직장인 윤모(남·35) 씨는 얼마 전 주식에 투자하다가 1000만 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 한창 재미가 쏠쏠했던 작년 초부터 주식에 손을 댄 윤 씨는 당시 수십에서 수백여만 원까지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올해 들면서 손해를 보기 시작해 이제는 달랑 300만 원만 남았다. 주식 자금의 70%를 잃은 셈이다. 윤 씨는 “주식이 또 다시 반등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지금 다시 뛰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소액 투자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작년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재테크 강의를 해 온 이모(남·33) 씨는 최근 백화점 담당자로부터 강의가 폐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강의 신청을 한 백화점 고객이 10명도 되지 않아 강의가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이 씨는 다른 백화점의 문화센터로 강의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재테크, 수익창출만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사례처럼 최근 경제불황이 이어지면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급감하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은 연일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며 갈팡질팡하고 있고, 일부 재테크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는 현상마저 초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자산 지키기다. 증시가 호황을 이룰 때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재테크 품목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반대로, 경기가 어려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워렌 버핏의 말처럼 어리석은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해답은 은행·증시와 친해지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소액 투자자들의 경우 대부분 남이 하니까, 혹은 주위 사람의 정보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정 씨와 윤 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이미 투자한 금액으로 환매할 수도,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증시 변동에 따라 증시가 내려갈 때 소액이라도 넣어두고 또 올라갈 때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행권의 한 재테크 전문가는 “수익을 높이는 것도 최고의 재테크지만, 손해를 최소화하는 일 역시 훌륭한 재테크”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총알(자금)을 준비하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초보 투자자, 해외 증시 눈여겨봐야 이미 은행과 증시와 친해졌다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국내 증시는 대부분 외국 투자자들이 사고파는데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 경기 상황은 여러 악재가 쌓여 있다. 그렇다면 이제 초보 투자자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해외 경제 상황은 국내 경제보다 나을까? 물론 정답은 노(NO)이다. 아니, 오히려 국내보다 더 불황이다. 4월 3일 벤 버냉키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 가능성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FRB 의장이 직접 경제위기를 인정한 일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국내 경제가 어려운 이유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에 심화된 현상이다. 즉, 해외 경제 악재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흥국가의 투자자금을 대거 회수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한국이다. 지난주(1~4일) 국내 코스피 지수가 1600대 후반에서 1700대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 잔재가 곳곳에 널려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지수가 최근 6개월 사이 6000선에서 3400선 아래로 밀리며 50% 가까이 하락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던 중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유럽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뿐, 유럽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미 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 등은 자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경험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또 일각에서는 아시아·유럽 지역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황 속 ‘황금 재테크’ 어떤 게 있나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한국인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속담이다. 세계 경제에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추락하는 게 있으면 오르는 것도 있기 마련.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맞는 지혜도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 숨어 있는 황금 재테크 상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자. 우선, 세계 공통화폐로 인정받은 금(金)테크와 원유를 꼽을 수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년 전 256달러에 거래되던 금값은 현재 1000달러선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월 3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부산·울산 금은방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금 3.75g(1돈) 가격은 20만 원까지 전망되고 있다. 최근 5개월 동안 금값이 5만 원 가까이 급등해 현재 15만 원까지 올라 있어 이러한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10일 동안에만 1만 원이 오른 가운데, 3월 20일에 들어서야 금 도매가격이 한풀 꺾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금은방 관계자는 “순금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려 한다면, 가공품으로 만들어진 금보다는 덩어리 금(금괴)이 도매금 기준으로 웃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연일 급등하면서 광물 펀드나 곡물펀드도 인기다. 이 펀드는 직접 투자하는 펀드와 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2가지가 있다. 우선, 직접투자형 펀드에 가입하자니 위험해 보이고, 간접투자형 펀드에 가입하자니 지금처럼 증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혹시나 원금손실을 볼까봐 걱정이 된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파생결합증권(DLS)이다. DLS란 실물자산(원유·금·옥수수 등), 통화(환율), 이자율 등과 연계되어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즉, 앞서 말한 직접 투자 펀드처럼 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인데, 다만 금융공학(선물·옵션·채권)을 이용하여 원금을 보장하거나 손실을 최소화시킨 상품이다. DLS는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이 있는데, 대상자산의 변동성이 높은 만큼 주로 원금보장형이 출시되는 상황이다. 원금보장형 DLS의 최대 장점은 대상자산이 급락하여도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이고, 또 가입일 이후 0.1%만 오르더라도 연 1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