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아침에 삼성본관 태평홀에서 있었던 이건희 회장의 퇴임 및 쇄신안 관련 기자회견은 국내 산업계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경제계와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각 정당과 주요 경제단체는 이건희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곧바로 논평을 통해 각자의 견해를 발표했다. 먼저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여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실질적인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경영진의 물갈이와 기업 내부구조 개혁 등의 쇄신안이 최근 밀어닥친 삼성특검 등의 경영 악재를 면피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일 수 있다는 의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나라 “진정성 인정”-민주 “일단 환영” 경제발전을 당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건희 회장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삼성의 인적 쇄신을 시도한 사실만으로도 진정성이 인정된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쇄신안에 대한 세부적인 언급 없이 삼성이 세계적인 위상을 가진 기업인 만큼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일시적인 반성이 아닌 진정한 변화의 몸부림이 되길 바란다”며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해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당견을 밝혔다. 이어 “세계 초일류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더 큰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과 국가경제에 기여해 주길 기대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모두 하나가 되어 경제 살리기라는 국가적 과제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라며 ‘경제 살리기’라는 대전제하에 삼성의 쇄신이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통합민주당도 국민적 지탄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 쇄신안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삼성의 경영쇄신 의지에 대한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개진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삼성의 경영쇄신안 발표에 대해 “경영권 승계 문제나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자기쇄신 노력이 중요하다”면서도 “삼성의 쇄신의지를 환영한다”고 당견을 전했다. ■선진·창조 “환영하나 미해결 분야 짚어야” 여권 일각에서는 삼성의 쇄신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삼성의 위상제고를 위해서는 미해결 사안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쇄신안에서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재산상속과 지배구조의 승계 및 비자금 용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 수두룩하다는 의견이다. 한나라당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자유선진당은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하면서도, 이를 위해서 투명적인 승계구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이번 삼성 쇄신안에서 재산상속과 지배구조 승계에 대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문제제기를 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은 “전략기획실의 해체와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해 탈루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개혁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삼성의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산상속과 지배구조 승계에 대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이 밝혀지지 않아 국민적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은 제왕적 지배구조와 재벌 2세, 3세의 승계방식을 탈피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한 근본적인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창조한국당은 그 동안 의혹으로 불거졌던 비자금의 용처와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이건희 회장을 비롯, 최고책임자들의 사퇴 등으로 일을 마무리 짓는 듯한 모습을 진정한 경영쇄신안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은 “그간 삼성은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계, 관계와 언론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그 과정에 불법 경영권 승계 및 불법 로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 쇄신안을 통해 그릇된 재벌문화가 성숙한 공동체 문화로 거듭나고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건강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며 “쇄신안이 국가경쟁력이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면서 덕담을 잊지 않았다. ■진보진영 “소나기 피하려는 궁색한 모습” 진보진영의 정당들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미해결 사안을 비화시켜 공격을 퍼부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비자금을 정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다는 내용을 빼면 무엇을 쇄신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삼성의 조직적인 ‘경영권 세습’ 문제에 대한 포기 의사도 없고,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고백과 반성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는 그야말로 당장 퍼붓는 소나기만 좀 피해 보자는 궁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상임대표는 “3%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근본적 구조개선 없는 이번 쇄신안은 일시적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이 아니라 백의퇴군(白衣退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도 “이번 쇄신안은 ‘직접 세습’을 ‘과도적 세습’으로 바꾼 것 외에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비난했다.